전문가 "고유정·이은해 사건과 달라…피.가해자 관계성 없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약해진 인간관계…은둔형 외톨이와 관련 범죄 살펴야"
고개숙인 정유정 |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차근호 기자 = 또래 여성을 살인한 뒤 사체를 유기한 정유정(23)씨가 2일 구속 송치된 가운데 무엇이 그를 범행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경찰에 따르면 폐쇄적인 성격의 정씨는 평소 사회적 유대 관계가 전혀 없었으며, 평소 범죄 관련 소설을 읽거나 방송 매체나 인터넷에서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봤다.
전문가들은 정씨의 이러한 성향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으로 소외된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만의 세계에 심취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봤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온 정씨에게 범죄 관련 소설이나 수사 프로그램은 본인의 주 의식 세계였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살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일반인에게 범죄 소설이나 프로그램은 취미로서 자신의 세계에서 부수적인 영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의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살다 보니 살인에 대한 생각이 가볍고 피해자에 대한 고통도 생각하지 못하는 환경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정씨는 혼자서 범죄 관련 영상을 보며 각종 환상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살인을 위한 범죄 시나리오를 혼자서 쓰고는 연출, 감독, 작가에 이어 주연, 조연 배우까지 모두 자신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정씨가 피해자가 아무런 일면식이 없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제주 전 남편 살해' 고유정, '계곡 살인' 이은해 등이 언급되는데, 이러한 범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범행 대상을 선정할 때 전혀 모르는 인물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인한 동춘동 여고생 사건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 동기 역시 정유정은 '그저 죽이고 싶어서'였으며, 동춘동 여고생도 평소에 살인, 사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는 것"이라며 "정씨가 말한 대로 살인해보고 싶었다는 상당히 기괴한 이유가 진짜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력범죄의 전조 현상으로 꼽히는 동물, 어린이 등 약자에 대한 범죄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 교수는 "범행 수준이 아주 정교하지 않고 얼치기 수준"이라며 "살인 이후 여러 증거를 흘리는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자신의 환상을 한 번 실행해 본 정도"라고 말했다.
고개숙인 정유정 |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씨같은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된 범죄를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 속 비대면이 장기화하면서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가 더욱 약해진 시점에서 '제2의 정유정'은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세계에만 갇혀 사는 사례가 늘었을 것"이라며 "이를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사회적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가 어쩌다가 은둔형 생활에 빠지게 됐는지 환경 등을 파악해야 하고 무엇이 범행의 '트리거' 역할로 작용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 사회는 이러한 괴물을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당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이런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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