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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밀착카메라] '노후의 짐' 된 유령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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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축구장보다 몇 배나 큰 쇼핑몰이 텅 비어있습니다. 오늘(1일) 밀착카메라는 상인들은 사라지고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이른바 유령상가를 돌아봤습니다. 노후를 위해 상가를 분양받았던 사람들은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공항 인근 쇼핑몰입니다.

분양된 점포만 500여곳 하지만 지금 영업을 하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에스컬레이터도 이렇게 멈춰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완공된 이 쇼핑몰은 지상 9층 지하 3층 규모로, 축구장 약 9개 크기입니다.

분양 당시엔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 옆 쇼핑몰이라며 장밋빛 광고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유령상가로 전락했습니다.

식당들이 모여있던 자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깨진 유리와 빈 그릇만 놓여 있습니다.

만들어진지 10년 된 음식 캔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식탁엔 먼지가 새까맣게 쌓였습니다.

지하에 있던 대형마트도 결국 2년 전 폐업했습니다.

쇼핑몰은 정작 사람들이 사는 곳과 동떨어진 곳에 세워졌습니다.

[김수정/인천 중구 : 그런 쇼핑몰이 있는 것도 전혀 몰랐어요. 위치를 잘못 선정하지 않았나…]

지난 2019년, 한 부동산 업체가 약 50억 원에 이 쇼핑몰을 낙찰받았습니다.

하지만 2030년까지는 땅 주인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건물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개발도 쉽지 않습니다.

유령상가는 서울 한복판에도 있습니다.

서울 신촌 기차역 쇼핑몰입니다.

새 단장을 하고 있다는 낡은 현수막이 있는데 과연 안은 어떤 모습일지 직접 둘러보겠습니다.

빈 진열대만 가득하고, 면세점은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전용진/서울 서대문구 : 장사하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 오는 편이거든요. 밤에 오면 으스스하기도 하고.]

패션 쇼핑몰을 만들겠단 계획은 유동인구가 적고, 주변 상권도 침체돼 물거품이 됐습니다.

청년임대주택으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지지부진합니다.

부산의 한 상가, 대낮이지만 밤처럼 어둡습니다, 전기가 끊긴지 20년이 넘었습니다.

덩그러니 놓인 마네킹만 한 때 상가가 있었던 곳이란 걸 짐작케 합니다.

분양이 시작된 건 1996년, 하지만 1년만에 외환위기가 닥쳤고, 결국 절반도 분양되지 않았습니다.

손님의 발길은 뜸해졌고, 상가 전기 요금이 연체돼 전기도 안들어오는 상황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분양받았던 사람들은 아직도 상가 주변을 떠나지 못합니다.

[최도윤/부산 부산진구 : 건설사 큰 브랜드를 믿고 샀는데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안 했어요. 은행에 대출을 받아서…은행 이자를 지금도 갚고 있어요.]

[임영웅/부산 부산진구 : 옷 장사를 하려고 했어요. 노후대책이고 뭐고 지금 다 허물어진 상태입니다. 택배도 하고 막일도 하고.]

조금이라도 잘 살아보려 했던 사람들은 분홍빛 기대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묻지마 개발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어둠만이 남았습니다.

(작가 : 강은혜 / 인턴기자 : 김인옥)

김지성 기자 , 황현우,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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