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미국의 10대가 SNS를 더 많이 쓰고 온라인게임을 즐겨해야 우리 경제 활력이 살아난다. 미국 10대와 한국 경제 어떤 연관이 있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기자>
약간 극단적인 예시이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이 더 성능 좋은 휴대폰으로 더 예쁜 사진을 많이 찍어서 인스타나 틱톡 같은 인기 소셜미디어에 더 자주 올리고, 또 온라인게임 같은 것도 더 많이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왜냐, 한국이 만드는 반도체는 거의 대부분이 휴대폰, 그리고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고요.
어제(29일)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한국이 수출하는 반도체 누가 어디에 쓰려고 사가나 뜯어봤더니 무려 44%는 모바일 기기, 스마트폰 같은데 들어갔고요.
20.6%는 온라인 활동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들의 서버에 들어가는 걸로 추산됐습니다.
요즘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해 온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 40%나 줄어들다 보니까요.
모처럼 해외에서 우리 자동차가 잘 팔리고 있어도 전체 수출에서의 큰 타격을 피할 수가 없는 겁니다.
<앵커>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주요 반도체 수출국들의 수출이 늘어나고 줄어들어온 정도를 표로 그린 건데요.
그냥 딱 보기만 해도 빨간색, 한국이 잘될 때는 확 잘되고 또 떨어질 때는 남들보다 더 확 떨어지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죠.
별로 늘지도 그렇다고 줄지도 않고 늘 고만고만하게 팔던 만큼 판다는 겁니다. 우리가 유독 반도체 경기에 이만큼 민감한 건데요.
경기를 탄다는 게 잘 될 때는 남들보다 기분 좋게 많이 벌 수 있으니까 장점인 면도 있지만요.
경기가 나빠질 때는 더 많이 출렁인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꾸준한 수요를 만들고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이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왜 우리나라 반도체가 이렇게 경기에 유독 민감한 겁니까?
<기자>
좀 역설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잘하는 분야에서 워낙 잘했던 면이 있기 때문도 큽니다.
데이터센터의 서버, 또 스마트폰, 예전에는 잘 쓰지 않았던, 없었던 새로운 기기 또는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져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마다 한국 반도체가 그 중심에서 제일 잘 나갔다고 볼 수가 있는 거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나타났던 온라인 폭증 현상도 잦아들고 있고, 또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계속 공급하던 시기도 끝나면서 경기침체를 걱정하게 된 국면입니다.
잘 팔릴 때 급증했던 만큼 경기가 부진해지니까 급감하는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우리 반도체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국과 중국에 너무 집중돼 있다 보니 다른 수출국들보다 출렁임이 심합니다.
결국 한국 반도체의 최근 가장 큰 숙제들로 꼽히는 지점, 제품군을 좀 더 늘리고 우리 반도체를 사가는 곳들도 좀 더 여러 곳으로 늘리면 좋겠다는 지적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특히 2000년 이후에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서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새로운 수요의 중심이 될 걸로 기대되는 자동차, 인공지능 이런데 쓰이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 자리를 넓혀가면 좋겠다는 거죠.
게다가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는 것은 경기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사실상 막아서고 나선 데 대해서 이제 중국도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회사 마이크론 제품에 보안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사들이던 걸 중단한 겁니다.
이 상황에 우리나라는 미국 대신 중국에 반도체를 마음 놓고 더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팔 수도 없는 양쪽의 눈치가 보이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는 우리 반도체 수출과 공급망이 단순히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패권 다툼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요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정말 긴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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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미국의 10대가 SNS를 더 많이 쓰고 온라인게임을 즐겨해야 우리 경제 활력이 살아난다. 미국 10대와 한국 경제 어떤 연관이 있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기자>
약간 극단적인 예시이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이 더 성능 좋은 휴대폰으로 더 예쁜 사진을 많이 찍어서 인스타나 틱톡 같은 인기 소셜미디어에 더 자주 올리고, 또 온라인게임 같은 것도 더 많이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왜냐, 한국이 만드는 반도체는 거의 대부분이 휴대폰, 그리고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고요.
그것도 미국과 중국인들이 쓰는 휴대폰, 그리고 미국의 서버에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29일)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한국이 수출하는 반도체 누가 어디에 쓰려고 사가나 뜯어봤더니 무려 44%는 모바일 기기, 스마트폰 같은데 들어갔고요.
20.6%는 온라인 활동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센터들의 서버에 들어가는 걸로 추산됐습니다.
그것도 미국과 중국, 그러니까 이 두 나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덜 사거나 데이터센터를 보강하지 않으면 우리 수출에 바로 먹구름이 끼게 되는 구조라는 거죠.
요즘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해 온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 40%나 줄어들다 보니까요.
모처럼 해외에서 우리 자동차가 잘 팔리고 있어도 전체 수출에서의 큰 타격을 피할 수가 없는 겁니다.
<앵커>
반도체 수출 비중 역시나 큽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반도체가 다른 나라보다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주요 반도체 수출국들의 수출이 늘어나고 줄어들어온 정도를 표로 그린 건데요.
그냥 딱 보기만 해도 빨간색, 한국이 잘될 때는 확 잘되고 또 떨어질 때는 남들보다 더 확 떨어지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죠.
그에 비해서 타이완과 일본은 반도체 경기를 우리와 같이 타기는 하지만 대체로 변화가 크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별로 늘지도 그렇다고 줄지도 않고 늘 고만고만하게 팔던 만큼 판다는 겁니다. 우리가 유독 반도체 경기에 이만큼 민감한 건데요.
경기를 탄다는 게 잘 될 때는 남들보다 기분 좋게 많이 벌 수 있으니까 장점인 면도 있지만요.
경기가 나빠질 때는 더 많이 출렁인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꾸준한 수요를 만들고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이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왜 우리나라 반도체가 이렇게 경기에 유독 민감한 겁니까?
<기자>
좀 역설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잘하는 분야에서 워낙 잘했던 면이 있기 때문도 큽니다.
데이터센터의 서버, 또 스마트폰, 예전에는 잘 쓰지 않았던, 없었던 새로운 기기 또는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져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마다 한국 반도체가 그 중심에서 제일 잘 나갔다고 볼 수가 있는 거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나타났던 온라인 폭증 현상도 잦아들고 있고, 또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계속 공급하던 시기도 끝나면서 경기침체를 걱정하게 된 국면입니다.
잘 팔릴 때 급증했던 만큼 경기가 부진해지니까 급감하는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우리 반도체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국과 중국에 너무 집중돼 있다 보니 다른 수출국들보다 출렁임이 심합니다.
결국 한국 반도체의 최근 가장 큰 숙제들로 꼽히는 지점, 제품군을 좀 더 늘리고 우리 반도체를 사가는 곳들도 좀 더 여러 곳으로 늘리면 좋겠다는 지적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특히 2000년 이후에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서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새로운 수요의 중심이 될 걸로 기대되는 자동차, 인공지능 이런데 쓰이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 자리를 넓혀가면 좋겠다는 거죠.
게다가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는 것은 경기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사실상 막아서고 나선 데 대해서 이제 중국도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회사 마이크론 제품에 보안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사들이던 걸 중단한 겁니다.
이 상황에 우리나라는 미국 대신 중국에 반도체를 마음 놓고 더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팔 수도 없는 양쪽의 눈치가 보이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는 우리 반도체 수출과 공급망이 단순히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패권 다툼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요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정말 긴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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