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포트 ▶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한국.
그 무역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14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누적 무역 적자는 300억 달러, 40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통상 강국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 교역에서 매달 우리는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30년 넘게 이어지던 기록은 지난해 10월 깨졌습니다.
7개월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역 흑자국이 아닌 적자국 1위가 바로 중국입니다.
이런 양상은 굳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회복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지만 반도체 경기 악화와 단가 하락이 겹쳐 전망도 어둡습니다.
[안유화/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대중 무역에서 한국이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남은 게 반도체와 통신기기가 남았다. 반도체마저도 중국 경기가 안 좋거나 글로벌 지금 공급망 때문에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앵커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가장 든든했던 중국과 무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그 사이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의 현실을 짚어 봅니다.
스튜디오에 이지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중국과의 무역에서 왜 이렇게 계속 적자가 나고 있는 겁니까?
◀ 기자 ▶
단기적으로 보면 반도체 경기 때문입니다.
재고가 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앞으로 더 걱정되는 건 구조적 문제입니다.
◀ 앵커 ▶
그게 뭐죠?
◀ 기자 ▶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입니다.
◀ 앵커 ▶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가고 중국은 우리 최대 수출 국가잖아요.
◀ 기자 ▶
특히 두 강대국의 패권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분야가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우리 주력 산업이기도 합니다.
왜 반도체가 두 강대국의 가장 격한 전장이 됐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 테크놀로지 홍보영상입니다.
[양쯔메모리 테크놀로지(YMTC)]
"미래의 길을 우리 함께 개척합시다"
양쯔메모리는 지난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도체 굴기 선언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반도체 자급률을 10년 안에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1조 위안, 18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3월 13일)]
"우리의 경제력과 과학기술 역량, 종합적 역량을 끊임없이 강화해야 합니다."
중국의 희망이라 불리던 양쯔메모리에 지난해 10월 위기가 닥쳤습니다.
당장 가동에 들어가려고 했던 제2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지 못한 겁니다.
전력만 깔아놓은 깡통 공장이 됐습니다.
올해 초 직원 6천명 가운데 10%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에도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업체 5천7백여 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연원호/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장비들 소재 이런 것들은 중국에 수출을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YMTC(양쯔메모리)가 그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을 그렇게 순조롭게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났다고 생각을 하면 되겠습니다."
중국의 숨통을 조이는 건 미국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중국을 겨냥한 법안에 서명합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2년 8월 9일)]
"중국은 우리보다 앞서나가려 하고 이런 정교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법'에 반대해 미국 업계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앞으로 5년 동안 2,800억 달러, 우리돈 369조 원을 투자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10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5%까지만 늘릴 수 있도록 못박았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어버리고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2년 8월 9일)]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될 것입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경쟁자가 사라진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며 전 세계 유일 초강국이 됐습니다.
자신이 주도한 세계무역기구, WTO를 통해 전 세계 무역 장벽을 낮춰가며 세계화도 속도를 냅니다.
중국도 세계 질서 한가운데로 끌어들입니다.
국가 주도형 경제 성장에 나선 중국은 빠른 속도로 미국의 라이벌로 성장합니다.
천안문 사태로 혼란했던 1980년대 말만 하더라도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는 미국의 6%에 그쳤지만, 2021년 약 80%까지 성장하며 미국을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미국을 완전히 넘어서려면 한 단계를 좀 더 들어가야 되는 거죠. 이제 고기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야 하는데."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양자컴퓨터, 바이오기술, 친환경에너지 등 6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이미 1등을 차지했거나 10년 안에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반도체 굴기로 제조와 설계 영역에서 미국을 곧 따라잡을 수 있는 심각한 경쟁자가 됐다"며 반도체 성장세가 위협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생산량만 놓고 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미국은 이번 규제 대상에 일정 수준 이상 최첨단 반도체만 올렸습니다.
군사, 우주, AI 등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최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앞서는 건 용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신산업이 AI 반도체, 그게 챗GPT 같은 거죠. AI 반도체, 데이터 센터가 같이 동반하는 거죠. 자율 주행 자동차."
그러니까 이것을 확보하지 않으면 그 나라의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다른 나라들을 전선에 끌어들이며 세력을 더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취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제일 먼저 방문한 국가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었습니다.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정상 만남을 감안하면 이례적입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2년 5월 20일)]
"이게 완공되면 처음 보여준 시설처럼 되는 건가요? <네. 그것만큼 큽니다.>"
세계 첨단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설계와 장비는 미국, 생산은 한국과 대만, 소재는 일본이 나눠서 합니다.
미국의 구상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까지 묶어 네 나라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이른바 칩4를 만들어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여기에다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중국은 돈이 있어도 장비가 없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처지입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편가르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친강/중국 외교부장(3월 7일)]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으며 대립과 충돌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 타깃입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의 경우 반도체 수출의 60%가 중국에 쏠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또 "한국에 칼을 쥐어주면서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는 건 미국"이라며 배후를 겨눴습니다.
[김양팽/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반도체를 이용해서 만드는 무기라든지 이런 우주선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결국은 또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쥘 수 있는 그러한 상당히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고요. 그 부분을 결국은 미국은 중국에 절대 넘겨줄 수 없다라고 보는 것이 가장 큰 그림인 것 같고요."
◀ 앵커 ▶
그러니까 중국이 다른 분야들에서 크는 건 다 봐주더라도 첨단 분야들 특히 반도체만큼은 숨통을 끊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군요.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우리 반도체 수출의 절반 정도가 중국으로 나가잖아요.
근데 중국이 저렇게 나오면 우리도 어려워지는 거 아닙니까?
◀ 기자 ▶
수출도 수출이지만 중국 현지에 있는 우리 생산 기지들도 문제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도 이미 구축해놨거든요.
그런데 미중 패권 전쟁 때문에 이 생산 시설들도 다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 앵커 ▶
미국의 반도체법 때문이군요.
중국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 기업들까지 다 타격을 받게 되는 거네요.
◀ 기자 ▶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죠.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정책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건지 따져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첫 질문은 미국 기자가 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자는 미국 압박 때문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걱정을 미국 기자가 한 겁니다.
[코트니 서브라마니언/LA타임스 기자( 4월27일)]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서 이득을 보려고 중국과 경쟁에서 핵심 동맹국에 피해를 주는 건가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 모두 이득이라고 답합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4월 27일)]
"한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SK뿐 아니라 삼성 등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중국 상하이에서 100여km 떨어진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공장.
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 절반 가까이가 여기서 생산됩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에는 전면적 이동 제한에 대비해 체육관에 텐트까지 설치하며 조업을 이어왔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내륙 시안 공장에서 자사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약 4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한국 반도체 생산기지들이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제한 조치 때문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더 이상 들여올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일단 10월까지는 유예됐지만, 미래가 안 보입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3년 정도의 유예를 받아야만 계획을 세우고 장비 발주를 하고 운영을 하고 장비를 가동을 시키는 거죠. 그런데 1년이라는 건 너무 짧아서 뭘 결정할 수가 없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은 중견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반도체 장비 기업.
대형 냉장고 서너 개를 합친 것보다 큰 이 장비들은 반도체 제조 장비입니다.
'웨이퍼'라는 둥근 판위에 화학물질로 얇게 막을 만드는데 쓰입니다.
막을 얼마나 얇게 만드는지가 관건인데,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그 두께를 원자 단위로 줄였습니다.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여기 모든 게 다 세계 최초 기술이에요. 여기 모방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게 이 안에 들어간 게 한 1조 원 이상 투자가 됐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해 매출의 거의 절반인 2100억원 이상을 중국에서 거둬들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3분의 1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은데다 최근 중국 수출까지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 여파로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시설 투자를 접으면서 한국에 있는 이 업체도 영향을 받은 겁니다.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기술자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불안도 있습니다.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중국이 다른 준비를 한다고 그러면 한국의 상품과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준비를 할 거예요. 그건 이미 시작이 됐어요. 한국 상품을 안 사겠다라고 하는 행동에 들어간 거죠. 그게 굉장히 무서운 거죠."
미국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반도체 기업들에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걸었습니다.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생산시설을 미국이 들여다 보겠다고 하고, 또 미국에서 이익이 많이 나면 미국 정부와 나눠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회계장부도 미국정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중국 현지에 세운 공장의 생산시설을 10년간 5%이상 늘릴 수도 없습니다.
초강대국의 지위를 이용해, 사사건건 간섭하겠다는 뜻입니다.
[안기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그럼 저 회사의 기술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나올 수 있어요. 그럼 뭐 영업할 때 마케팅할 때 고객한테 노출하는 거죠. 회계 장부 다 보자 하는 거 하고 그리고 고객 정보 제출하라라는 건 고객 정보는 고객과 계약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거는 불법적인 일이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정작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없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중국 공장 증설 제한을 10%로 늘려 달라고 미국에 요구했지만, 모든 게 불투명합니다.
[백승주/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한국 기업들이 지금 감당해야 될 고통과 불확실성과 불안이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시원하게 해결해 주기를 바랐는데 그런 문제 제기 됐고 또 그 부분을 계속 합의하기로 약속을 한 부분. 이 부분은 높이 평가합니다만 좀 더 계속 해야 될 숙제를 많이 남겼죠."
◀ 앵커 ▶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분기에만 4조 5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하더군요.
이게 14년 만에 최악이라던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렇게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쪽에도 어떻게 대처할 건지 물어봤는데요.
미국과 중국 양쪽 눈치가 보여서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정부 대응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라고 했습니다.
◀ 앵커 ▶
기업들이 난감해 하는 것 같군요.
그런데 중국 반응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우리나라가 동참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 같거든요.
◀ 기자 ▶
한국은 이미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죠.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로 촉발된 갈등은 한국 경제 전체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제2의 '한한령'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도 나옵니다.
◀ 리포트 ▶
코로나로 3년 동안 닫혔던 인구 14억 명 거대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시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3년만에 연 행사에 삼성전자와 애플, BMW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 CEO 100여명이 모였습니다.
[로드 폰 립시/UBS 프라이빗 웰스매니지먼트 이사]
"중국 경제가 확실히 개방되고 있고 다시 활력을 찾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 회복된 모습도 보입니다."
한국도 그 바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지난주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던 가수 겸 배우 정용화 씨가 베이징까지 갔다가 출연이 취소돼 그냥 돌아왔습니다.
중국 당국의 제동 때문입니다.
블랙핑크의 공연을 관람한 중국 연예인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졌습니다.
"스타들은 예전 한한령의 이유를 모르는가" "중국인이라고 할 자격이 없다" 같은 식입니다.
네이버도 중국 내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한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한해 세관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문일현/중국정법대 교수]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 또는 한국 기업에 저번에 사드처럼 직접적인 불똥이 튀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이 크게 앞서는 게 사실이죠."
2016년 주한미군 사드 기지 설치로 촉발된 '한한령'.
한국 기업들은 물론, K팝과 게임, 공연, 명동 거리와 면세점까지 모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한령 이후 3년간 관광 산업 피해만 2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7년 간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을까요?
시진핑 주석이 최근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일주일만에 사라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게 갈등에 불을 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한다", "대만 문제는 남북한 문제처럼 국제 문제"라며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중국은 발끈했습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4월 20일)]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겠다", "불장난 하는 자는 반드시 타 죽을 것"이라는 험악한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역대 정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까지 참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3불 정책, 즉 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한미일 군사동맹, 이 세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균형 외교가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꼭 닮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까지 내놓고,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국무회의, 3월 21일]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우리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김흥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놀랍게도 윤석열 정부는 명백한 선택을 한 거죠. 그러니까 한쪽 진영에 선다는 것은 다른 쪽 진영으로 설정한 그 그룹에는 적대적인 국가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국가는 거기에 자신의 적대적인 국가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든간에 보복을 하거나 상응하는 대가를 안기려고 하겠죠. 더군다나 중국은 역사적으로 보면 보복의 나라입니다. 문화도 그렇고요."
◀ 앵커 ▶
윤 대통령의 말이 특히 외교 무대에서 자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저 발언도 중국을 크게 자극했군요.
◀ 기자 ▶
사실 지금 미중 사이의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런 전략은 보이지 않습니다.
◀ 앵커 ▶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같아요.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거든요.
◀ 기자 ▶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응 전략은 한국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프랑스, 독일 같은 나토 국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본도 동맹은 동맹, 실리는 실리, 이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리포트 ▶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일본 구마모토현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건설비의 절반인 3조7천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마이크론도 일본에 D램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첨단반도체 시제품 라인 신설을 검토 중입니다.
일본이 첨단 반도체기업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겁니다.
철저히 계산된 정책 결과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불거진 미중 무역 갈등의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김양팽/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미국에서 공급망 점검을 하고 난 이후에 역내에 반도체 제조업 시설을 늘려야된다라고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일본도 다시 반도체 산업의 부활 그런 부분을 지금 추구를 하고 있는 거죠."
미중 갈등 속에서 실리를 찾은 미국의 우방국은 또 있습니다.
지난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진한 의전을 받으며 중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월 6일)]
"감사합니다. 우리 대표단과 저는 당신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쁩니다."
정상회담에서는 초대형 계약이 발표됩니다.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여객기 160대를 중국이 우리돈 26조 원에 사기로 한 겁니다.
프랑스는 실익을, 중국은 우군을 챙겼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4월 6일)]
"중국과 프랑스는 다극화된 세계와 민주적 국제 관계를 계속 지지하고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에 반대할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귀국길에 기자들을 만나 "대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을 경우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동맹이 된다는 것은 속국이 된다는 뜻은 아니"라며 미국에 날을 세웠습니다.
미국의 영원한 우방 영국도 "중국과 관계에 문을 닫는 것은 그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흑백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과 안보공동체로 묶여있는 유럽 정상들의 중국 방문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김한권/국립외교원 교수]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면서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자신들의 국익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최근에 프랑스, 또 독일, 스페인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나타났다고 생각됩니다."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석유와 가스대금으로 달러 대신 위안화를 받기로 한 겁니다.
[김흥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중동의 전략적 지위가 떨어지고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철수하잖아요. 이거는 기존에 친서방 라인을 따르던 중동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엄청난 안보적 위기에 직면한 겁니다. 거기에 이제 중국이 새로운 어떤 세력으로서 그 틈을 파고들기 시작한 거죠."
아무리 미국과 동맹이라 해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다는 계산.
그렇게 동맹국들이 하나둘씩 뒤로 실리를 챙기는 사이, 미국도 속도 조절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 G7 정상회담이 끝난 뒤, 중국 때리기를 주도해온 미국이 돌연 중국에 손을 내밉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지난 21일)]
"조만간 (미중 관계가) 해빙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디커플링(decoupling), 그러니까 중국과 선을 긋고 적대시할 게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을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속내는 어떤 걸까요?
[김한권/국립외교원 교수]
"농축산물 부분이나 전기차,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나 애플의 아이폰 같은 경우에는 더 많이 팔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되는지에 따라서 각 분야별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구체화돼 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꽉 막혔던 미중 고위급 대화 통로도 열렸습니다.
이달 초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을 만났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야시 일본 외무장관도 지난달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일대화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한중 고위급 대면 외교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 이후 끊겼습니다.
[홍현익/전 국립외교원장]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한미동맹과 한일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익이지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래 한국에 있어서 핵심적인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핵 문제 해결, 그 다음에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북한의 급변 사태가 났을 때 원활하게 잘 수습하는 것, 평화 통일로 가는 것. 이 어느 부분에 있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를 한다면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미국의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미국 스스로도 실리를 위해서 뒤로는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는 거군요.
◀ 기자 ▶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도 최근에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 "‘탈중국’ 선언한 적도, 그럴 생각도 없다” 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낸 상황에서 수습이 잘 안 되는 분위기입니다.
◀ 앵커 ▶
저렇게 보면 지금이 세계적으로 큰 전환기이자 위기 같은데 우리 정부의 전략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기자 ▶
그렇습니다.
미중 패권 전쟁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바로 탄소 중립입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리포트 ▶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BMW.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RE100.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만 100% 써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국제적 캠페인입니다.
말이 캠페인이지, 사실상 국제적인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재 참여한 기업은 409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E100 기준을 협력업체에 납품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100%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제 납품 경쟁에서 탈락하는 겁니다.
실제로 애플은 SK하이닉스에, BMW는 삼성SDI에 RE100 참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SK그룹 8개사에 이어, 삼성전자도 이런 국제적 압력에 직면해, 뒤늦게 RE100 가입을 선언했습니다.
[김수진/삼성전자 ESG전략그룹 부사장 (MBC뉴스데스크, 2022년 9월 15일)]
"삼성전자는 혁신 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 체인(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런 흐름은 최근 국내 업체들의 실질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한 국내 기업이 볼보의 RE100 요구 조건을 맞추지 못해, 납품 경쟁에서 탈락한 겁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실질적으로 거래가 중단되고 거래가 바꿔지는 이것은 하나의 기업의 문제가 아니고요.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걸치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사안이다. 그 하나의 단초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정부가 새 표준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CF100, 무탄소 100%라는 뜻입니다.
언뜻 보면 RE100과 비슷해 보이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말고도, 원전도 포함된다는 게 다릅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지난 7일, 스웨덴)]
"'CF100'이라는 거를 좀 같이 좀 한번 전 세계적으로 이 개념을 조금 설득도 시키고 좀 해보자. 하여튼 굉장히 긍정적으로 얘기를 했어요."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당초 30%였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21%로 크게 낮췄습니다.
그 자리를 원전으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3%.
덴마크는 78%, 캐나다 68%, 독일 42%, 영국 41.9%, 원전 강국인 프랑스와 일본도 각각 24%와 22%나 됩니다.
OECD 평균은 31.%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RE100에 가입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조달할 재생에너지 자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마이크 피어스/RE100 대표 (뉴스데스크 / 1월 2일)]
"한국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30%에서 2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인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책은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 세계적으로 입지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 탈원전 추세를 거스르고 CF100을 외쳤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된 채 고립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 경제가 이 기후위기 시대에 또 엄청난 탈탄소 무역 규범의 시대에 어떻게 하면 좀 더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할 것이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하나의 국가로서 역할을 할 것이냐를 생각해 본다면 원자력 확대 정책을 에너지 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현재의 그런 모습은 저는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
미중 패권전쟁과 탄소중립.
지금 세계 경제는 큰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대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걸까요?
[김흥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세계 강대국들은 어느 나라도 단순한 가치나 이념 혹은 그걸 가지고 나라의 어떤 운명을
좌지우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리를 반드시 챙기게 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세계 질서가 변동 상황이 워낙 크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그다음에 새로운 공급망이 짜여져야 되고 이런 상황 속에서 단순한 어떤 안보적인 측면의 계산만 가지고 위협 균형을 추구하다가는 나라 경제가 먼저 망할 판이지 않겠습니까?"
◀ 앵커 ▶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들을 보면, 가장 잘한 것도 외교지만, 가장 못한 것도 외교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외교 전략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지수M 기자(first@mbc.co.kr)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한국.
그 무역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14개월 연속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누적 무역 적자는 300억 달러, 40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통상 강국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입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 교역에서 매달 우리는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30년 넘게 이어지던 기록은 지난해 10월 깨졌습니다.
7개월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만 중국과 무역에서 본 적자가 78억 달러, 우리돈 10조 원이 넘습니다.
이제는 무역 흑자국이 아닌 적자국 1위가 바로 중국입니다.
이런 양상은 굳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회복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지만 반도체 경기 악화와 단가 하락이 겹쳐 전망도 어둡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반도체 수출액이 5조8천억 원, 40% 넘게 곤두박질쳤습니다.
[안유화/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대중 무역에서 한국이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남은 게 반도체와 통신기기가 남았다. 반도체마저도 중국 경기가 안 좋거나 글로벌 지금 공급망 때문에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앵커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1년 넘게 무역에서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든든했던 중국과 무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그 사이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의 현실을 짚어 봅니다.
스튜디오에 이지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중국과의 무역에서 왜 이렇게 계속 적자가 나고 있는 겁니까?
◀ 기자 ▶
단기적으로 보면 반도체 경기 때문입니다.
재고가 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앞으로 더 걱정되는 건 구조적 문제입니다.
◀ 앵커 ▶
그게 뭐죠?
◀ 기자 ▶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입니다.
◀ 앵커 ▶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가고 중국은 우리 최대 수출 국가잖아요.
◀ 기자 ▶
특히 두 강대국의 패권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분야가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우리 주력 산업이기도 합니다.
왜 반도체가 두 강대국의 가장 격한 전장이 됐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 테크놀로지 홍보영상입니다.
[양쯔메모리 테크놀로지(YMTC)]
"미래의 길을 우리 함께 개척합시다"
양쯔메모리는 지난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도체 굴기 선언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반도체 자급률을 10년 안에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1조 위안, 18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3월 13일)]
"우리의 경제력과 과학기술 역량, 종합적 역량을 끊임없이 강화해야 합니다."
중국의 희망이라 불리던 양쯔메모리에 지난해 10월 위기가 닥쳤습니다.
당장 가동에 들어가려고 했던 제2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지 못한 겁니다.
전력만 깔아놓은 깡통 공장이 됐습니다.
올해 초 직원 6천명 가운데 10%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에도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업체 5천7백여 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연원호/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장비들 소재 이런 것들은 중국에 수출을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YMTC(양쯔메모리)가 그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을 그렇게 순조롭게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났다고 생각을 하면 되겠습니다."
중국의 숨통을 조이는 건 미국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중국을 겨냥한 법안에 서명합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2년 8월 9일)]
"중국은 우리보다 앞서나가려 하고 이런 정교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법'에 반대해 미국 업계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앞으로 5년 동안 2,800억 달러, 우리돈 369조 원을 투자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10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5%까지만 늘릴 수 있도록 못박았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어버리고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2년 8월 9일)]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될 것입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경쟁자가 사라진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며 전 세계 유일 초강국이 됐습니다.
자신이 주도한 세계무역기구, WTO를 통해 전 세계 무역 장벽을 낮춰가며 세계화도 속도를 냅니다.
중국도 세계 질서 한가운데로 끌어들입니다.
국가 주도형 경제 성장에 나선 중국은 빠른 속도로 미국의 라이벌로 성장합니다.
천안문 사태로 혼란했던 1980년대 말만 하더라도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는 미국의 6%에 그쳤지만, 2021년 약 80%까지 성장하며 미국을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미국을 완전히 넘어서려면 한 단계를 좀 더 들어가야 되는 거죠. 이제 고기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야 하는데."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양자컴퓨터, 바이오기술, 친환경에너지 등 6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이미 1등을 차지했거나 10년 안에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반도체 굴기로 제조와 설계 영역에서 미국을 곧 따라잡을 수 있는 심각한 경쟁자가 됐다"며 반도체 성장세가 위협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생산량만 놓고 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미국은 이번 규제 대상에 일정 수준 이상 최첨단 반도체만 올렸습니다.
군사, 우주, AI 등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최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앞서는 건 용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인 신산업이 AI 반도체, 그게 챗GPT 같은 거죠. AI 반도체, 데이터 센터가 같이 동반하는 거죠. 자율 주행 자동차."
그러니까 이것을 확보하지 않으면 그 나라의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다른 나라들을 전선에 끌어들이며 세력을 더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취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제일 먼저 방문한 국가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었습니다.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정상 만남을 감안하면 이례적입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2년 5월 20일)]
"이게 완공되면 처음 보여준 시설처럼 되는 건가요? <네. 그것만큼 큽니다.>"
세계 첨단 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꽉 잡고 있습니다.
설계와 장비는 미국, 생산은 한국과 대만, 소재는 일본이 나눠서 합니다.
미국의 구상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까지 묶어 네 나라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이른바 칩4를 만들어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여기에다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중국은 돈이 있어도 장비가 없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처지입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편가르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친강/중국 외교부장(3월 7일)]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으며 대립과 충돌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 타깃입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의 경우 반도체 수출의 60%가 중국에 쏠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과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또 "한국에 칼을 쥐어주면서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는 건 미국"이라며 배후를 겨눴습니다.
[김양팽/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반도체를 이용해서 만드는 무기라든지 이런 우주선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결국은 또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쥘 수 있는 그러한 상당히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고요. 그 부분을 결국은 미국은 중국에 절대 넘겨줄 수 없다라고 보는 것이 가장 큰 그림인 것 같고요."
◀ 앵커 ▶
그러니까 중국이 다른 분야들에서 크는 건 다 봐주더라도 첨단 분야들 특히 반도체만큼은 숨통을 끊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군요.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우리 반도체 수출의 절반 정도가 중국으로 나가잖아요.
근데 중국이 저렇게 나오면 우리도 어려워지는 거 아닙니까?
◀ 기자 ▶
수출도 수출이지만 중국 현지에 있는 우리 생산 기지들도 문제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도 이미 구축해놨거든요.
그런데 미중 패권 전쟁 때문에 이 생산 시설들도 다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 앵커 ▶
미국의 반도체법 때문이군요.
중국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 기업들까지 다 타격을 받게 되는 거네요.
◀ 기자 ▶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죠.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정책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건지 따져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첫 질문은 미국 기자가 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자는 미국 압박 때문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걱정을 미국 기자가 한 겁니다.
[코트니 서브라마니언/LA타임스 기자( 4월27일)]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서 이득을 보려고 중국과 경쟁에서 핵심 동맹국에 피해를 주는 건가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 모두 이득이라고 답합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4월 27일)]
"한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SK뿐 아니라 삼성 등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중국 상하이에서 100여km 떨어진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공장.
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 절반 가까이가 여기서 생산됩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에는 전면적 이동 제한에 대비해 체육관에 텐트까지 설치하며 조업을 이어왔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내륙 시안 공장에서 자사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약 4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한국 반도체 생산기지들이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제한 조치 때문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더 이상 들여올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일단 10월까지는 유예됐지만, 미래가 안 보입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3년 정도의 유예를 받아야만 계획을 세우고 장비 발주를 하고 운영을 하고 장비를 가동을 시키는 거죠. 그런데 1년이라는 건 너무 짧아서 뭘 결정할 수가 없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은 중견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반도체 장비 기업.
대형 냉장고 서너 개를 합친 것보다 큰 이 장비들은 반도체 제조 장비입니다.
'웨이퍼'라는 둥근 판위에 화학물질로 얇게 막을 만드는데 쓰입니다.
막을 얼마나 얇게 만드는지가 관건인데,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그 두께를 원자 단위로 줄였습니다.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여기 모든 게 다 세계 최초 기술이에요. 여기 모방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게 이 안에 들어간 게 한 1조 원 이상 투자가 됐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해 매출의 거의 절반인 2100억원 이상을 중국에서 거둬들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매출은 작년보다 3분의 1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은데다 최근 중국 수출까지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 여파로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시설 투자를 접으면서 한국에 있는 이 업체도 영향을 받은 겁니다.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기술자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불안도 있습니다.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중국이 다른 준비를 한다고 그러면 한국의 상품과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준비를 할 거예요. 그건 이미 시작이 됐어요. 한국 상품을 안 사겠다라고 하는 행동에 들어간 거죠. 그게 굉장히 무서운 거죠."
미국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반도체 기업들에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걸었습니다.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생산시설을 미국이 들여다 보겠다고 하고, 또 미국에서 이익이 많이 나면 미국 정부와 나눠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회계장부도 미국정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중국 현지에 세운 공장의 생산시설을 10년간 5%이상 늘릴 수도 없습니다.
초강대국의 지위를 이용해, 사사건건 간섭하겠다는 뜻입니다.
[안기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그럼 저 회사의 기술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나올 수 있어요. 그럼 뭐 영업할 때 마케팅할 때 고객한테 노출하는 거죠. 회계 장부 다 보자 하는 거 하고 그리고 고객 정보 제출하라라는 건 고객 정보는 고객과 계약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거는 불법적인 일이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정작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없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중국 공장 증설 제한을 10%로 늘려 달라고 미국에 요구했지만, 모든 게 불투명합니다.
[백승주/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한국 기업들이 지금 감당해야 될 고통과 불확실성과 불안이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시원하게 해결해 주기를 바랐는데 그런 문제 제기 됐고 또 그 부분을 계속 합의하기로 약속을 한 부분. 이 부분은 높이 평가합니다만 좀 더 계속 해야 될 숙제를 많이 남겼죠."
◀ 앵커 ▶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분기에만 4조 5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하더군요.
이게 14년 만에 최악이라던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렇게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쪽에도 어떻게 대처할 건지 물어봤는데요.
미국과 중국 양쪽 눈치가 보여서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정부 대응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라고 했습니다.
◀ 앵커 ▶
기업들이 난감해 하는 것 같군요.
그런데 중국 반응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우리나라가 동참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 같거든요.
◀ 기자 ▶
한국은 이미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죠.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로 촉발된 갈등은 한국 경제 전체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제2의 '한한령'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도 나옵니다.
◀ 리포트 ▶
코로나로 3년 동안 닫혔던 인구 14억 명 거대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시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3년만에 연 행사에 삼성전자와 애플, BMW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 CEO 100여명이 모였습니다.
[로드 폰 립시/UBS 프라이빗 웰스매니지먼트 이사]
"중국 경제가 확실히 개방되고 있고 다시 활력을 찾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 회복된 모습도 보입니다."
한국도 그 바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지난주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던 가수 겸 배우 정용화 씨가 베이징까지 갔다가 출연이 취소돼 그냥 돌아왔습니다.
중국 당국의 제동 때문입니다.
블랙핑크의 공연을 관람한 중국 연예인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졌습니다.
"스타들은 예전 한한령의 이유를 모르는가" "중국인이라고 할 자격이 없다" 같은 식입니다.
네이버도 중국 내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한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한해 세관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문일현/중국정법대 교수]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 또는 한국 기업에 저번에 사드처럼 직접적인 불똥이 튀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이 크게 앞서는 게 사실이죠."
2016년 주한미군 사드 기지 설치로 촉발된 '한한령'.
한국 기업들은 물론, K팝과 게임, 공연, 명동 거리와 면세점까지 모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한령 이후 3년간 관광 산업 피해만 2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7년 간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을까요?
시진핑 주석이 최근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일주일만에 사라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게 갈등에 불을 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한다", "대만 문제는 남북한 문제처럼 국제 문제"라며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중국은 발끈했습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4월 20일)]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겠다", "불장난 하는 자는 반드시 타 죽을 것"이라는 험악한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역대 정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까지 참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3불 정책, 즉 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한미일 군사동맹, 이 세 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균형 외교가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꼭 닮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까지 내놓고,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국무회의, 3월 21일]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우리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김흥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놀랍게도 윤석열 정부는 명백한 선택을 한 거죠. 그러니까 한쪽 진영에 선다는 것은 다른 쪽 진영으로 설정한 그 그룹에는 적대적인 국가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국가는 거기에 자신의 적대적인 국가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든간에 보복을 하거나 상응하는 대가를 안기려고 하겠죠. 더군다나 중국은 역사적으로 보면 보복의 나라입니다. 문화도 그렇고요."
◀ 앵커 ▶
윤 대통령의 말이 특히 외교 무대에서 자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저 발언도 중국을 크게 자극했군요.
◀ 기자 ▶
사실 지금 미중 사이의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런 전략은 보이지 않습니다.
◀ 앵커 ▶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같아요.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거든요.
◀ 기자 ▶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응 전략은 한국과는 좀 달라 보입니다.
프랑스, 독일 같은 나토 국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본도 동맹은 동맹, 실리는 실리, 이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리포트 ▶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일본 구마모토현에 내년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건설비의 절반인 3조7천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마이크론도 일본에 D램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첨단반도체 시제품 라인 신설을 검토 중입니다.
일본이 첨단 반도체기업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겁니다.
철저히 계산된 정책 결과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로 불거진 미중 무역 갈등의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김양팽/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미국에서 공급망 점검을 하고 난 이후에 역내에 반도체 제조업 시설을 늘려야된다라고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일본도 다시 반도체 산업의 부활 그런 부분을 지금 추구를 하고 있는 거죠."
미중 갈등 속에서 실리를 찾은 미국의 우방국은 또 있습니다.
지난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진한 의전을 받으며 중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월 6일)]
"감사합니다. 우리 대표단과 저는 당신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쁩니다."
정상회담에서는 초대형 계약이 발표됩니다.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여객기 160대를 중국이 우리돈 26조 원에 사기로 한 겁니다.
프랑스는 실익을, 중국은 우군을 챙겼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4월 6일)]
"중국과 프랑스는 다극화된 세계와 민주적 국제 관계를 계속 지지하고 냉전적 사고와 진영 대결에 반대할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귀국길에 기자들을 만나 "대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을 경우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동맹이 된다는 것은 속국이 된다는 뜻은 아니"라며 미국에 날을 세웠습니다.
미국의 영원한 우방 영국도 "중국과 관계에 문을 닫는 것은 그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흑백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과 안보공동체로 묶여있는 유럽 정상들의 중국 방문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김한권/국립외교원 교수]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면서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자신들의 국익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최근에 프랑스, 또 독일, 스페인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나타났다고 생각됩니다."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석유와 가스대금으로 달러 대신 위안화를 받기로 한 겁니다.
[김흥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중동의 전략적 지위가 떨어지고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철수하잖아요. 이거는 기존에 친서방 라인을 따르던 중동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엄청난 안보적 위기에 직면한 겁니다. 거기에 이제 중국이 새로운 어떤 세력으로서 그 틈을 파고들기 시작한 거죠."
아무리 미국과 동맹이라 해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다는 계산.
그렇게 동맹국들이 하나둘씩 뒤로 실리를 챙기는 사이, 미국도 속도 조절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말 G7 정상회담이 끝난 뒤, 중국 때리기를 주도해온 미국이 돌연 중국에 손을 내밉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지난 21일)]
"조만간 (미중 관계가) 해빙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디커플링(decoupling), 그러니까 중국과 선을 긋고 적대시할 게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을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속내는 어떤 걸까요?
[김한권/국립외교원 교수]
"농축산물 부분이나 전기차,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나 애플의 아이폰 같은 경우에는 더 많이 팔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되는지에 따라서 각 분야별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구체화돼 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꽉 막혔던 미중 고위급 대화 통로도 열렸습니다.
이달 초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을 만났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야시 일본 외무장관도 지난달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일대화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한중 고위급 대면 외교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난 이후 끊겼습니다.
[홍현익/전 국립외교원장]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한미동맹과 한일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익이지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래 한국에 있어서 핵심적인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핵 문제 해결, 그 다음에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북한의 급변 사태가 났을 때 원활하게 잘 수습하는 것, 평화 통일로 가는 것. 이 어느 부분에 있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를 한다면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 앵커 ▶
그러니까 미국의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미국 스스로도 실리를 위해서 뒤로는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는 거군요.
◀ 기자 ▶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도 최근에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 "‘탈중국’ 선언한 적도, 그럴 생각도 없다” 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낸 상황에서 수습이 잘 안 되는 분위기입니다.
◀ 앵커 ▶
저렇게 보면 지금이 세계적으로 큰 전환기이자 위기 같은데 우리 정부의 전략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기자 ▶
그렇습니다.
미중 패권 전쟁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바로 탄소 중립입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리포트 ▶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BMW.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RE100.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만 100% 써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국제적 캠페인입니다.
말이 캠페인이지, 사실상 국제적인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재 참여한 기업은 409개.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E100 기준을 협력업체에 납품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100%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제 납품 경쟁에서 탈락하는 겁니다.
실제로 애플은 SK하이닉스에, BMW는 삼성SDI에 RE100 참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SK그룹 8개사에 이어, 삼성전자도 이런 국제적 압력에 직면해, 뒤늦게 RE100 가입을 선언했습니다.
[김수진/삼성전자 ESG전략그룹 부사장 (MBC뉴스데스크, 2022년 9월 15일)]
"삼성전자는 혁신 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 체인(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런 흐름은 최근 국내 업체들의 실질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한 국내 기업이 볼보의 RE100 요구 조건을 맞추지 못해, 납품 경쟁에서 탈락한 겁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실질적으로 거래가 중단되고 거래가 바꿔지는 이것은 하나의 기업의 문제가 아니고요.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걸치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사안이다. 그 하나의 단초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정부가 새 표준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CF100, 무탄소 100%라는 뜻입니다.
언뜻 보면 RE100과 비슷해 보이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말고도, 원전도 포함된다는 게 다릅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지난 7일, 스웨덴)]
"'CF100'이라는 거를 좀 같이 좀 한번 전 세계적으로 이 개념을 조금 설득도 시키고 좀 해보자. 하여튼 굉장히 긍정적으로 얘기를 했어요."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당초 30%였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21%로 크게 낮췄습니다.
그 자리를 원전으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3%.
덴마크는 78%, 캐나다 68%, 독일 42%, 영국 41.9%, 원전 강국인 프랑스와 일본도 각각 24%와 22%나 됩니다.
OECD 평균은 31.%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RE100에 가입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조달할 재생에너지 자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마이크 피어스/RE100 대표 (뉴스데스크 / 1월 2일)]
"한국이 재생에너지 목표를 30%에서 2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인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책은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 세계적으로 입지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 탈원전 추세를 거스르고 CF100을 외쳤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된 채 고립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 경제가 이 기후위기 시대에 또 엄청난 탈탄소 무역 규범의 시대에 어떻게 하면 좀 더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할 것이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하나의 국가로서 역할을 할 것이냐를 생각해 본다면 원자력 확대 정책을 에너지 정책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현재의 그런 모습은 저는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
미중 패권전쟁과 탄소중립.
지금 세계 경제는 큰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대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걸까요?
[김흥규/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세계 강대국들은 어느 나라도 단순한 가치나 이념 혹은 그걸 가지고 나라의 어떤 운명을
좌지우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리를 반드시 챙기게 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세계 질서가 변동 상황이 워낙 크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그다음에 새로운 공급망이 짜여져야 되고 이런 상황 속에서 단순한 어떤 안보적인 측면의 계산만 가지고 위협 균형을 추구하다가는 나라 경제가 먼저 망할 판이지 않겠습니까?"
◀ 앵커 ▶
윤석열 정부 1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들을 보면, 가장 잘한 것도 외교지만, 가장 못한 것도 외교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외교 전략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지수M 기자(firs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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