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호준석 앵커
■ 출연 : 김수정 '아기공룡 둘리' 원작자·감독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LIVE]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 반가운 얼굴을 초대했습니다.
둘리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김수정 만화가 그리고 영화감독입니다.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수정]
안녕하세요? 김수정입니다.
반갑습니다.
[앵커]
둘리를 태어나게 한 바로 그 손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김수정]
지금 둘리가 재개봉이 되고 이런 일들이 있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40년이 되다 보니까 이런 부름들도 많고 그래서 어쨌든 간에 둘리가 개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찾고 하다 보니까 좀 바쁘네요.
[앵커]
극장판으로 만드셨던 게 리마스터링 해서 어제 개봉됐더군요.
[김수정]
그렇습니다.
그게 96년도에 개봉된 영화인데 지금 사실 새 작품을 가지고 여러분들을 찾아뵀어야 됐는데 96년 작품이 돼서 안타깝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한데.
그런데 96년도에 개봉할 때는 극장을 못 잡아서 전시장을 대관해서 열악한 상황에서 관람을 하셨거든요.
어렸을 때 봤던 그분들이 27년이 지나고 지금은 좋은 의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앵커]
96년에 정식 극장에서는 걸지 못했고 그걸 리마스터링해서 이번에 하셨다고 하는데. 리마스터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김수정]
리마스터링 같은 경우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어요. 옛날의 필름들 먼지를 털어낸다, 이런 복원 작업에서 둘리가 선정됐었고.
그러다 보니까 리마스터링 되고 난 뒤에 여러 영화제에서 초대가 되면서 관객들이 많이 찾았어요.
이것을 다시 재개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앵커]
어제 극장에 마침내 드디어 거실 때 가슴이 두근두근하셨습니까?
[김수정]
어떤 부분에서는 처음 개봉할 때보다 더 긴장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다음에 지금에 와서 둘리를 어떻게 사람들이 볼 것인지에 대한 그런 궁금증 내지 설렘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이 있었고요.
[앵커]
어제 보신 관객분들의 반응이 어떻던가요?
[김수정]
보신 분들은 반응은 괜찮았어요.
그리고 제가 걱정했던 건 지금 시대에 와서 이 콘텐츠를 지금 기준에 맞춰질까 봐 걱정했는데 보신 분들은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 감성으로 보게 되니까 이런 저런 결점도 많은데그런 것을 커버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앵커]
요새 레트로 이런 얘기하고 복고 감성, 옛날 것이 참 아름다웠네.
이런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연장선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정]
아무래도 우리가 이 영화를 봤던 관객들이 그 당시만 해도 어린이였잖아요.
어린이였다가 지금은 길동 씨와 같은 가장의 입장에서 보게 되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추억이라는 것, 그다음에 추억 소환이라는 것, 이런 부분들이 작용을 한 것 같고.
그리고 이왕이면 내 아이들과 같이 추억을 공유하고 그 감성을 공유하는 이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앵커]
자녀들 손 잡고 같이 온 분들도 꽤 있던가요, 관객 중에?
[김수정]
지금 아직까지는 주중이라서, 주말 예약 관객 중에서 가족 단위가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처음에 선보인 게 1984년?
[김수정]
1983년.
[앵커]
그때 만약에 10살이었다면 지금 50살 된 거네요.
[김수정]
그렇죠, 52년. 그리고 둘리가 연재가 근 10년이 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 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30대 중반, 후반 이렇게 되거든요.
이 연령대가 지금 고길동 씨의 연령대하고 똑같은 연령대예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듣거든요.
옛날에 둘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둘리를 좋아했던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길동 씨를 좋아하는 공감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도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길동 씨를 이해하면 내가 큰 거다.
[앵커]
철이 든 겁니까?
아니면 때가 묻은 겁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김수정]
제가 볼 때는 그때의 둘리도 그렇고 길동 씨도 그렇고 그대로거든요.
이야기가 바뀐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 감성이 크기도 했고 사람이 결과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길동 씨를 이해하는 이런 입장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는 안 변했거든요.
그러니까 보는 독자, 보는 팬들이 바뀐 거죠.
[앵커]
고길동 씨가 그러니까 그 당시 기준으로 해서 30대 초중반 정도 됐던 건가요?
[김수정]
설정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 그래서 가장 보편적으로 한국 아버지의 모습. 이렇게 보시면 되겠죠.
[앵커]
그러면 선생님, 김수정 감독님은 저는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둘리 쪽에 가까운 분인가?
제가 만나보니까 소년 같고 천진난만하거든요.
고길동 쪽에 가까운 것일까?
어느 쪽에 빙의가 됐을까, 그 당시에.
[김수정]
아무래도 작가 쪽에서는 주인공 쪽으로 많이 갔지 않았겠어요?
둘리 쪽에서 많은 비중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갔을 것 같고. 그리고 전반적으로 전체 캐릭터에 편견을 안 가지고 고르게, 각자의 캐릭터 입장에서 보려고 했던 그런 건 있었습니다.
[앵커]
어릴 때 장난기가 많고 장난꾸러기였습니까?
[김수정]
어릴 때는 그렇게 장난꾸러기였다기보다도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놀고 했던 건 확실해요.
그러니까 공부보다는 노는 데 많이 치중했던. 어떤 부분에서는 또 그런 것들이 만화를 그리는데 한편으로 아이들 감성이라든가 아이들의 동심을 잊지 않는 좋은 자양분은 된 것 같아요.
[앵커]
시골에서 자라신 거죠?
[김수정]
저는 서울에서 꽤 멉니다.
과거에는 천리길 진주에서 자랐죠.
[앵커]
그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시면서 하셨던 것이 상상력의 원천이 된 거군요.
[김수정]
그렇죠. 아마 우리가 어릴 때의 기억들이 굉장히 오래 가거든요.
그리고 그런 감성들이 성장을 해서도 어떤 부분에서 일정 부분 남아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른이 돼서 또 아동의 세계를 그렸을 때 굉장한 힘이 되고 축적된 자산이 되는 거죠.
[앵커]
그때 그리실 때는 둘리 같은 장난꾸러기 같은 그런 어릴 때 모습이 남아 있었던 게 반영된 것 같은데. 고길동이 미운 마음은 없었습니까?
[김수정]
고길동 씨 같은 경우는 저희가 캐릭터를 잡고 이야기를 끌어나갈 때 보편적 한국 아버지들의 모습에서 추출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 힌트를 얻고 아이디어를 얻고 하기 때문에. 그렇잖아요.
고길동 씨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나는 내 아이들과 사랑하는 내 아내와 그냥 오손도손 살고 싶은데 어디에서 뭔가 하나 뚝 떨어져서 집안을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놓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서 너무 불편한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서 둘리의 역할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인화한 거거든요.
그래서 둘리를 보는 아이들은 어차피 자기하고 감정 코드가 맞으니까 전폭적으로 좋고. 그다음에 당시 길동 씨는 어떤 부분에서는 적 개념으로, 이런 식으로 한 거예요.
[앵커]
밉상이죠, 밉상.
[김수정]
그런데 알고 보면 다들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것뿐이지 적의 개념은 아니거든요.
[앵커]
모델이 있었습니까?
고길동의 모델이?
[김수정]
고길동 씨의 모델이라는 것이 딱히 어떤 분을 특정지어서 한 거는 아니고 보편적으로 우리가 일어나고 있는 30~40대 가장들이 범할 수 있는 것들.
이것들을 추출한 거예요.
[앵커]
엊그제부터 고길동이 쓴 편지가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지금 화제입니다. 감독님이 쓰신 건 아니지만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린이들한테 쓴 편지인데요.
인생이란 그런 것.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한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
어떻게 공감이 되십니까?
[김수정]
이건 굉장히 철학적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보면서 고길동 씨가 이렇게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앵커]
아이들이 자라서 고길동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되고 그게 인생이다라는 게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수정]
그렇죠.
그런데 이게 너무 고길동 씨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앵커] 약간 시대의 트렌드가 그런 것 같은 느낌입니다.
[김수정]
제가 나이가 먹었다고 너무 둘리의 감성이라든가 둘리를 너무 몰이해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되면 너무 섭섭하고요.
일단 둘리의 감성도 잊지 말고 고길동 씨에 대한 이해도 폭을 넓혀가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제가 오늘 2m 앞에서 감독님을 본 제 느낌은 역시 둘리 쪽에 가까우신 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선생님의 상상력이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고 그랬었던 것이 선생님 작품이 시공을 초월하잖아요.
정말 시공간을 넓게 쓰신다.
아주 옛날 과거부터 시작돼서 때로는 미래로 가기도 하고. 공간도 남극에서부터 왔다갔다하시거든요.
어떻게 그런 상상력이 가능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김수정]
상상력이라는 것을 한계를 두거나 아니면 너무 현실적인 데다 기준점을 두게 되면 생각들 자체가 계속해서 머물러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 현실적으로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이것을 초월해서 한번 벗어나보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
또 상상력이라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꼭 그것이 실현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현실에서는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고 가능하겠는가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실현되는 시대거든요. 그래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
[앵커]
오늘 누리호가 이르면 오늘 발사될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서도 영감을 받으십니까?
[김수정]
그렇습니다.
차기 작품에서도 누리호 발사 이런 얘기들이 잠깐 구현되는데.
그런데 그것이 10년 전에 썼다가 이걸 다시 바꾸다 보니까 어차피 누리호 이걸로 바뀌는 거예요.
그렇듯이 10년 전에도 여전히 로켓이라든가 인공위성이라든가 우주라든가 이런 데서는 하나의 꿈이고 그다음에 그것이 아이들의 꿈이기도 하고.
이렇듯이 그런 부분들이 현실과 상상력과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만화적 풍부한 이야기가 되는 거죠.
[앵커]
오늘 김수정 감독님을 저희가 초대한다고 하니까 저희 YTN 안에서도 굉장히 화제였고요.
둘리 팬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둘리 팬들이 꼭 물어봐달라고 요청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시청자들께서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제가 그대로 여쭤보겠습니다.
첫 번째, 둘리 머리에는 왜 늘 혹이 있나요?
[김수정]
만화를 그릴 때는 저희가 일정 부분 심의, 검열을 받잖아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가격하는 장면은 그릴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장면이 바뀌면서 혹이 뿅 하고 나거나 이런 식인데.
그것은 독자들이 봤을 때 맞았구나, 이런 건데.
둘리 같은 경우 냉정하게 보면 말썽도 참 많이 피우고 맞을 짓도 꽤 해요.
[앵커]
큰 사고도 많이 쳤죠.
[김수정]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요즘 세대 같으면 예를 들면 애완동물들도 때리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둘리를 그릴 때만 해도 약간 그런 구타가... 허용하던 시대였거든요.
[앵커]
혹이 날 정도면 상당한 구타 아닙니까?
[김수정]
그래서 심의실이라든가 엄마, 아버지, 그다음에 학부모들한테도 항의는 많이 받았어요.
그 당시에 너무 폭력적이다.
이 만화가 폭력적이다라고 해서.
그랬었는데 그런데 만화는 만화 나름대로 재미로 봐주시면 좋은데.
너무 이걸 현실로 대입해서 보니까 만화가 왜 이래?
이런 얘기가 나왔던 거죠.
[앵커]
그래서 그런 얘기도 하더군요.
그때 팬들중에, 둘리가 맞을 짓을 많이 했었네, 지금 와서 보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김수정]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시대가 바뀌니까 혹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네가 맞을 짓을 했구나 하는데. 그 당시 어린이 팬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 억울하고 분한 거예요.
그래서 그때도 아이들이 간혹 팬레터 이런 걸 보내올 때 길동이 혼내는 방법 열 가지.
그다음에 길동 씨를 이렇게 혼내주세요 하면서 전폭적으로 둘리를 지지했던 층들이 시대가 지났다고 갑자기 변한 거잖아요.
맞을 짓 했네.
그런 부분은 섭섭해요.
[앵커]
많이 서운하신 표정입니다.
두 번째 질문인데요.
이 캐릭터들이 나이가 먹은 이후의 것을 그릴 계획은 없으신가 하는 궁금증입니다.
[김수정]
사실은 스페셜 만화로 해서 그린 적이 있어요.
작가가 직접 그린 적이 있었고.
둘리가 아기도 낳고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비에스둘리라고 이렇게 지었던 제목의 만화가 있었는데.
이 만화를 그려놓고서는 독자들한테 굉장히 비난을 받았어요.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둘리의 흑역사로 남아 있죠. 그래서 안 그린 건 아닙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 질문 궁금해하셨던 분들 들으셨죠? 비에스돌리. 둘리? 돌리. 이걸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질문인데요.
캐릭터마다 다 공평하게 분배하려고 애쓰셨다고 했는데 그래도 제일 아꼈던 캐릭터는 무엇인가?
[김수정]
아무래도 둘리가 전체적으로 비중도로 치면 50%는 일단 먹고 들어가요.
왜냐하면 그래도 타이틀이 그렇듯이 아기공룡 둘리듯이 둘리가 중심이 돼야 되고 그다음에 역할이 희동이라든가 길동 씨라든가 여타 캐릭터들 이렇게 균등하게 분할해서 역할을 줄 것이었나, 이것을 늘 고민을 했죠.
그다음에 어떤 캐릭터들도 비중이 너무 처져버리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비중이 너무 처져서 거의 사장되다시피한 듯한 캐릭터가 영희하고 철수예요.
영희하고 철수라고 하면 고길동 씨의 자제인데.
실제로 고길동 자제는 앞에 나와야 되는데 하도 악동들이 설치는 바람에 이 두 캐릭터가 그냥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황이 됐죠.
[앵커]
두 번째로 열거하신 거 보니까 희동이가 그래도 둘리 다음에는 제일 아끼셨던 캐릭터 아닌가?
[김수정]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둘리와 희동이는 환상의 짝꿍이잖아요.
그리고 둘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구조가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보면 뭔가 결손된 아이들이란 말이에요.
부모가 없거나 생이별을 했거나 이런 상황인데 그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가 희동이에요.
희동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 둘리예요.
그러니까 둘리와 희동이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애정결핍을 보충해 주는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있죠.
그래서 둘리를 이야기할 때 희동, 이렇게 되는 거죠.
[앵커]
소년 같은 만화가이자 영화감독 김수정 감독 만나고 있습니다.
만화가의 꿈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키우신 건가요?
[김수정]
만화가를 딱히 제가 언제부터 하겠다 하고, 이런 것보다도 제가 만화를 처음 봤던 것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거든요.
그때 만화를 본 순간 이 만화의 마력, 매력에 빠져들면서 보통 아이들은 그러잖아요.
뭔가를 재미있는 걸 보거나 충격적인 걸 보면 흉내를 내거나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연극을 보고 온 애들은 연극 흉내를 내고. 그런데 저는 만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 없다 이런 것을 몰랐는데.
주변에서 이 녀석이 갑자기 그림을 날쌘돌이처럼 그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주변에서 얘가 그림을 잘 그린다.
그다음에 칭찬이 나올 거 아니에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거예요.
너무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고 봐야 돼요.
[앵커]
그 칭찬들이 결국 오늘날 둘리를 만든 김수정 작가를 있게 만든 거군요.
[김수정]
어떻게 보면 그렇다고 봐야죠.
[앵커]
그 길이 그런데 제가 듣기로 순탄치가 않았고 젊어서부터 고생도 많이 하셨고. 어떤 분들은 너는 안 된다.
너는 재능이 없다.
이런 얘기도 하셨고 그러셨다면서요?
[김수정]
그러니까 꿈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고 또 현실은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화가를 꿈꾸고 그다음에 작가가 돼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오는 사회적 벽이 너무 큰 거예요.
크고 두껍고.
일단 만화에 대한 인식들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만화라고 하면 그 당시에는 만화가 만화가게에서 유통됐지 않습니까?
만화가게 자체가 범죄의 온상이다시피 이런 식으로 치부되고. 그다음에 범죄의 온상인 만화를 공급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사회악인 거예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그 당시 70년대에는 만화가 5대 사회악에 들어갔었어요.
그러니까 5대 사회악 그러면 마약, 폭력 이런 거란 말이에요.
여기에 만화가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그런 점들이 만화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보니까 그것을 헤치고 작가가 여기서 생활하고 삶을 영위하고 뭔가를 만든다는 게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어떤 수입 면에서보다도 사회의 인식, 검열이 작가를 못 견디게 하는 거예요.
그런 시기들이 있었죠.
[앵커]
요새 웹툰들이 K웹툰 그래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주목받고 있는데 혹시 그런 웹툰들도 가끔 보십니까?
[김수정]
자주 보고 있습니다.
[앵커]
주목하시고 있는 작가가 있나요?
[김수정]
요즘 웹툰들이 주로... 제가 일일이 다 못 찾아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성인 위주의 웹툰들이 많아요, 전반적으로.
그러다 보니까 저는 아동 쪽 캐릭터들이 뭔가 가능성이 있고 튀는 이런 게 있었으면 하는 게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앵커]
지금 다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드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김수정]
지금도 계속 작업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만일에 여건이 된다면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싶고.
그다음에 지금 현재로서는 만화 둘리 책을 그리고 있거든요.
아마 내년쯤에는 새로운 둘리를 선보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앵커]
어떤 내용인가요?
[김수정]
2013년도에 개봉을 목표로 했던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산이 돼버렸어요.
그래서 그 스토리가 아까워서 그것을 다시 끄집어내서 만화로 먼저 보이려고 합니다.
[앵커]
그게 혹시 방부제 소녀들의 그것입니까?
[김수정]
그렇습니다.
[앵커]
소개를 해 주십시오.
[김수정]
둘리 얼음별 대모험 일당들이 우주로 가서 일이 벌어지는 거잖아요.
이번에는 반대로 외계인들이 지구로 와서 지구를 먹으려고 하는...
[앵커]
그게 방부제 소녀들인가요?
[김수정]
그게 방부제 소녀들인데 방부제 소녀들의 이름이 나프탈린과 포르말린이에요.
그래서 방부제 소녀들이 지구를 침공하는데.
이 아이들 생각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위성, 행성이 거의 망해지니까 대체 행성을 찾는 거예요.
그런데 지구에서 보니까 지구별을 보니까 사람들이 너무 험하게 쓰고 있거든요.
이것을 버리나 보다.
그래서 이걸 우리가 다시 주워서 써야지 하는 건데. 여기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이에요.
[앵커]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하고 상관이 있는 얘기네요.
[김수정]
그렇죠. 일단 시작이 그렇게 돼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누리호가 과거에 발사되면서 그것이 외계에서 이렇듯이 이야기가 시작돼요.
[앵커]
기대됩니다.
지금 자라는 아이들 또는 지금 선생님처럼 어려운 환경들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 미래 세대들한테 이런 얘기는 해주고 싶다.
혹시 그런 말씀 있으십니까?
[김수정]
글쎄요, 딱히 제가 어른이고 그다음에 작가라고 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제일 중요한 건 그냥 지금도 그렇고 과거도 그렇고 옛날도 그렇고 늘 생각하는 게 스스로 꿈을 잃지 않는다고 하면 언젠가는 그 꿈이 조금은 이뤄지지 않겠는가 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뭘 하시든 간에 꿈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이런 바람입니다.
[앵커]
우리 사내 팬들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다시 듣고 싶다.
그래서 노래를 깔 거고요.
선생님은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 20대 어려운 시절을 보내실 때 그래도 나에 대한 될 것이다라는 확신, 자신감이 있으셨습니까?
[김수정]
20대, 10대에서 가장 저희를 힘들게 하는 게 불확실한 거예요, 불확실성.
그러니까 내가 이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과연 작가로서 가능성이 있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장 힘들게 하는 거예요.
[앵커]
그렇지만 버텨야 한다.
[김수정]
그렇죠.
[앵커]
꿈을 잃지 말아라 하는 둘리 아빠의 마지막 꿈을 잃지 말라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오늘 감사드리고요.
이제 나올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김수정]
고맙습니다.
[앵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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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반가운 얼굴을 초대했습니다.
둘리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김수정 만화가 그리고 영화감독입니다.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수정]
안녕하세요? 김수정입니다.
반갑습니다.
[앵커]
둘리를 태어나게 한 바로 그 손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김수정]
지금 둘리가 재개봉이 되고 이런 일들이 있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40년이 되다 보니까 이런 부름들도 많고 그래서 어쨌든 간에 둘리가 개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찾고 하다 보니까 좀 바쁘네요.
[앵커]
극장판으로 만드셨던 게 리마스터링 해서 어제 개봉됐더군요.
[김수정]
그렇습니다.
그게 96년도에 개봉된 영화인데 지금 사실 새 작품을 가지고 여러분들을 찾아뵀어야 됐는데 96년 작품이 돼서 안타깝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한데.
그런데 96년도에 개봉할 때는 극장을 못 잡아서 전시장을 대관해서 열악한 상황에서 관람을 하셨거든요.
어렸을 때 봤던 그분들이 27년이 지나고 지금은 좋은 의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앵커]
96년에 정식 극장에서는 걸지 못했고 그걸 리마스터링해서 이번에 하셨다고 하는데. 리마스터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김수정]
리마스터링 같은 경우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어요. 옛날의 필름들 먼지를 털어낸다, 이런 복원 작업에서 둘리가 선정됐었고.
그러다 보니까 리마스터링 되고 난 뒤에 여러 영화제에서 초대가 되면서 관객들이 많이 찾았어요.
이것을 다시 재개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앵커]
어제 극장에 마침내 드디어 거실 때 가슴이 두근두근하셨습니까?
[김수정]
어떤 부분에서는 처음 개봉할 때보다 더 긴장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다음에 지금에 와서 둘리를 어떻게 사람들이 볼 것인지에 대한 그런 궁금증 내지 설렘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이 있었고요.
[앵커]
어제 보신 관객분들의 반응이 어떻던가요?
[김수정]
보신 분들은 반응은 괜찮았어요.
그리고 제가 걱정했던 건 지금 시대에 와서 이 콘텐츠를 지금 기준에 맞춰질까 봐 걱정했는데 보신 분들은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 감성으로 보게 되니까 이런 저런 결점도 많은데그런 것을 커버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앵커]
요새 레트로 이런 얘기하고 복고 감성, 옛날 것이 참 아름다웠네.
이런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연장선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정]
아무래도 우리가 이 영화를 봤던 관객들이 그 당시만 해도 어린이였잖아요.
어린이였다가 지금은 길동 씨와 같은 가장의 입장에서 보게 되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추억이라는 것, 그다음에 추억 소환이라는 것, 이런 부분들이 작용을 한 것 같고.
그리고 이왕이면 내 아이들과 같이 추억을 공유하고 그 감성을 공유하는 이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앵커]
자녀들 손 잡고 같이 온 분들도 꽤 있던가요, 관객 중에?
[김수정]
지금 아직까지는 주중이라서, 주말 예약 관객 중에서 가족 단위가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처음에 선보인 게 1984년?
[김수정]
1983년.
[앵커]
그때 만약에 10살이었다면 지금 50살 된 거네요.
[김수정]
그렇죠, 52년. 그리고 둘리가 연재가 근 10년이 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 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30대 중반, 후반 이렇게 되거든요.
이 연령대가 지금 고길동 씨의 연령대하고 똑같은 연령대예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듣거든요.
옛날에 둘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둘리를 좋아했던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길동 씨를 좋아하는 공감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도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길동 씨를 이해하면 내가 큰 거다.
[앵커]
철이 든 겁니까?
아니면 때가 묻은 겁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김수정]
제가 볼 때는 그때의 둘리도 그렇고 길동 씨도 그렇고 그대로거든요.
이야기가 바뀐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 감성이 크기도 했고 사람이 결과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길동 씨를 이해하는 이런 입장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는 안 변했거든요.
그러니까 보는 독자, 보는 팬들이 바뀐 거죠.
[앵커]
고길동 씨가 그러니까 그 당시 기준으로 해서 30대 초중반 정도 됐던 건가요?
[김수정]
설정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 그래서 가장 보편적으로 한국 아버지의 모습. 이렇게 보시면 되겠죠.
[앵커]
그러면 선생님, 김수정 감독님은 저는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둘리 쪽에 가까운 분인가?
제가 만나보니까 소년 같고 천진난만하거든요.
고길동 쪽에 가까운 것일까?
어느 쪽에 빙의가 됐을까, 그 당시에.
[김수정]
아무래도 작가 쪽에서는 주인공 쪽으로 많이 갔지 않았겠어요?
둘리 쪽에서 많은 비중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갔을 것 같고. 그리고 전반적으로 전체 캐릭터에 편견을 안 가지고 고르게, 각자의 캐릭터 입장에서 보려고 했던 그런 건 있었습니다.
[앵커]
어릴 때 장난기가 많고 장난꾸러기였습니까?
[김수정]
어릴 때는 그렇게 장난꾸러기였다기보다도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놀고 했던 건 확실해요.
그러니까 공부보다는 노는 데 많이 치중했던. 어떤 부분에서는 또 그런 것들이 만화를 그리는데 한편으로 아이들 감성이라든가 아이들의 동심을 잊지 않는 좋은 자양분은 된 것 같아요.
[앵커]
시골에서 자라신 거죠?
[김수정]
저는 서울에서 꽤 멉니다.
과거에는 천리길 진주에서 자랐죠.
[앵커]
그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시면서 하셨던 것이 상상력의 원천이 된 거군요.
[김수정]
그렇죠. 아마 우리가 어릴 때의 기억들이 굉장히 오래 가거든요.
그리고 그런 감성들이 성장을 해서도 어떤 부분에서 일정 부분 남아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른이 돼서 또 아동의 세계를 그렸을 때 굉장한 힘이 되고 축적된 자산이 되는 거죠.
[앵커]
그때 그리실 때는 둘리 같은 장난꾸러기 같은 그런 어릴 때 모습이 남아 있었던 게 반영된 것 같은데. 고길동이 미운 마음은 없었습니까?
[김수정]
고길동 씨 같은 경우는 저희가 캐릭터를 잡고 이야기를 끌어나갈 때 보편적 한국 아버지들의 모습에서 추출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 힌트를 얻고 아이디어를 얻고 하기 때문에. 그렇잖아요.
고길동 씨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나는 내 아이들과 사랑하는 내 아내와 그냥 오손도손 살고 싶은데 어디에서 뭔가 하나 뚝 떨어져서 집안을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놓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서 너무 불편한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서 둘리의 역할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인화한 거거든요.
그래서 둘리를 보는 아이들은 어차피 자기하고 감정 코드가 맞으니까 전폭적으로 좋고. 그다음에 당시 길동 씨는 어떤 부분에서는 적 개념으로, 이런 식으로 한 거예요.
[앵커]
밉상이죠, 밉상.
[김수정]
그런데 알고 보면 다들 자기 역할에 충실한 것뿐이지 적의 개념은 아니거든요.
[앵커]
모델이 있었습니까?
고길동의 모델이?
[김수정]
고길동 씨의 모델이라는 것이 딱히 어떤 분을 특정지어서 한 거는 아니고 보편적으로 우리가 일어나고 있는 30~40대 가장들이 범할 수 있는 것들.
이것들을 추출한 거예요.
[앵커]
엊그제부터 고길동이 쓴 편지가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지금 화제입니다. 감독님이 쓰신 건 아니지만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린이들한테 쓴 편지인데요.
인생이란 그런 것.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한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
어떻게 공감이 되십니까?
[김수정]
이건 굉장히 철학적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보면서 고길동 씨가 이렇게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앵커]
아이들이 자라서 고길동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되고 그게 인생이다라는 게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수정]
그렇죠.
그런데 이게 너무 고길동 씨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앵커] 약간 시대의 트렌드가 그런 것 같은 느낌입니다.
[김수정]
제가 나이가 먹었다고 너무 둘리의 감성이라든가 둘리를 너무 몰이해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되면 너무 섭섭하고요.
일단 둘리의 감성도 잊지 말고 고길동 씨에 대한 이해도 폭을 넓혀가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제가 오늘 2m 앞에서 감독님을 본 제 느낌은 역시 둘리 쪽에 가까우신 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선생님의 상상력이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고 그랬었던 것이 선생님 작품이 시공을 초월하잖아요.
정말 시공간을 넓게 쓰신다.
아주 옛날 과거부터 시작돼서 때로는 미래로 가기도 하고. 공간도 남극에서부터 왔다갔다하시거든요.
어떻게 그런 상상력이 가능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김수정]
상상력이라는 것을 한계를 두거나 아니면 너무 현실적인 데다 기준점을 두게 되면 생각들 자체가 계속해서 머물러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 현실적으로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이것을 초월해서 한번 벗어나보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
또 상상력이라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꼭 그것이 실현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현실에서는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고 가능하겠는가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실현되는 시대거든요. 그래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
[앵커]
오늘 누리호가 이르면 오늘 발사될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서도 영감을 받으십니까?
[김수정]
그렇습니다.
차기 작품에서도 누리호 발사 이런 얘기들이 잠깐 구현되는데.
그런데 그것이 10년 전에 썼다가 이걸 다시 바꾸다 보니까 어차피 누리호 이걸로 바뀌는 거예요.
그렇듯이 10년 전에도 여전히 로켓이라든가 인공위성이라든가 우주라든가 이런 데서는 하나의 꿈이고 그다음에 그것이 아이들의 꿈이기도 하고.
이렇듯이 그런 부분들이 현실과 상상력과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만화적 풍부한 이야기가 되는 거죠.
[앵커]
오늘 김수정 감독님을 저희가 초대한다고 하니까 저희 YTN 안에서도 굉장히 화제였고요.
둘리 팬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둘리 팬들이 꼭 물어봐달라고 요청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시청자들께서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제가 그대로 여쭤보겠습니다.
첫 번째, 둘리 머리에는 왜 늘 혹이 있나요?
[김수정]
만화를 그릴 때는 저희가 일정 부분 심의, 검열을 받잖아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가격하는 장면은 그릴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장면이 바뀌면서 혹이 뿅 하고 나거나 이런 식인데.
그것은 독자들이 봤을 때 맞았구나, 이런 건데.
둘리 같은 경우 냉정하게 보면 말썽도 참 많이 피우고 맞을 짓도 꽤 해요.
[앵커]
큰 사고도 많이 쳤죠.
[김수정]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요즘 세대 같으면 예를 들면 애완동물들도 때리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둘리를 그릴 때만 해도 약간 그런 구타가... 허용하던 시대였거든요.
[앵커]
혹이 날 정도면 상당한 구타 아닙니까?
[김수정]
그래서 심의실이라든가 엄마, 아버지, 그다음에 학부모들한테도 항의는 많이 받았어요.
그 당시에 너무 폭력적이다.
이 만화가 폭력적이다라고 해서.
그랬었는데 그런데 만화는 만화 나름대로 재미로 봐주시면 좋은데.
너무 이걸 현실로 대입해서 보니까 만화가 왜 이래?
이런 얘기가 나왔던 거죠.
[앵커]
그래서 그런 얘기도 하더군요.
그때 팬들중에, 둘리가 맞을 짓을 많이 했었네, 지금 와서 보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김수정]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시대가 바뀌니까 혹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네가 맞을 짓을 했구나 하는데. 그 당시 어린이 팬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 억울하고 분한 거예요.
그래서 그때도 아이들이 간혹 팬레터 이런 걸 보내올 때 길동이 혼내는 방법 열 가지.
그다음에 길동 씨를 이렇게 혼내주세요 하면서 전폭적으로 둘리를 지지했던 층들이 시대가 지났다고 갑자기 변한 거잖아요.
맞을 짓 했네.
그런 부분은 섭섭해요.
[앵커]
많이 서운하신 표정입니다.
두 번째 질문인데요.
이 캐릭터들이 나이가 먹은 이후의 것을 그릴 계획은 없으신가 하는 궁금증입니다.
[김수정]
사실은 스페셜 만화로 해서 그린 적이 있어요.
작가가 직접 그린 적이 있었고.
둘리가 아기도 낳고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비에스둘리라고 이렇게 지었던 제목의 만화가 있었는데.
이 만화를 그려놓고서는 독자들한테 굉장히 비난을 받았어요.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둘리의 흑역사로 남아 있죠. 그래서 안 그린 건 아닙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 질문 궁금해하셨던 분들 들으셨죠? 비에스돌리. 둘리? 돌리. 이걸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질문인데요.
캐릭터마다 다 공평하게 분배하려고 애쓰셨다고 했는데 그래도 제일 아꼈던 캐릭터는 무엇인가?
[김수정]
아무래도 둘리가 전체적으로 비중도로 치면 50%는 일단 먹고 들어가요.
왜냐하면 그래도 타이틀이 그렇듯이 아기공룡 둘리듯이 둘리가 중심이 돼야 되고 그다음에 역할이 희동이라든가 길동 씨라든가 여타 캐릭터들 이렇게 균등하게 분할해서 역할을 줄 것이었나, 이것을 늘 고민을 했죠.
그다음에 어떤 캐릭터들도 비중이 너무 처져버리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비중이 너무 처져서 거의 사장되다시피한 듯한 캐릭터가 영희하고 철수예요.
영희하고 철수라고 하면 고길동 씨의 자제인데.
실제로 고길동 자제는 앞에 나와야 되는데 하도 악동들이 설치는 바람에 이 두 캐릭터가 그냥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황이 됐죠.
[앵커]
두 번째로 열거하신 거 보니까 희동이가 그래도 둘리 다음에는 제일 아끼셨던 캐릭터 아닌가?
[김수정]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둘리와 희동이는 환상의 짝꿍이잖아요.
그리고 둘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구조가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보면 뭔가 결손된 아이들이란 말이에요.
부모가 없거나 생이별을 했거나 이런 상황인데 그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가 희동이에요.
희동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 둘리예요.
그러니까 둘리와 희동이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애정결핍을 보충해 주는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있죠.
그래서 둘리를 이야기할 때 희동, 이렇게 되는 거죠.
[앵커]
소년 같은 만화가이자 영화감독 김수정 감독 만나고 있습니다.
만화가의 꿈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키우신 건가요?
[김수정]
만화가를 딱히 제가 언제부터 하겠다 하고, 이런 것보다도 제가 만화를 처음 봤던 것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거든요.
그때 만화를 본 순간 이 만화의 마력, 매력에 빠져들면서 보통 아이들은 그러잖아요.
뭔가를 재미있는 걸 보거나 충격적인 걸 보면 흉내를 내거나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연극을 보고 온 애들은 연극 흉내를 내고. 그런데 저는 만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 없다 이런 것을 몰랐는데.
주변에서 이 녀석이 갑자기 그림을 날쌘돌이처럼 그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주변에서 얘가 그림을 잘 그린다.
그다음에 칭찬이 나올 거 아니에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거예요.
너무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고 봐야 돼요.
[앵커]
그 칭찬들이 결국 오늘날 둘리를 만든 김수정 작가를 있게 만든 거군요.
[김수정]
어떻게 보면 그렇다고 봐야죠.
[앵커]
그 길이 그런데 제가 듣기로 순탄치가 않았고 젊어서부터 고생도 많이 하셨고. 어떤 분들은 너는 안 된다.
너는 재능이 없다.
이런 얘기도 하셨고 그러셨다면서요?
[김수정]
그러니까 꿈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고 또 현실은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만화가를 꿈꾸고 그다음에 작가가 돼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오는 사회적 벽이 너무 큰 거예요.
크고 두껍고.
일단 만화에 대한 인식들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만화라고 하면 그 당시에는 만화가 만화가게에서 유통됐지 않습니까?
만화가게 자체가 범죄의 온상이다시피 이런 식으로 치부되고. 그다음에 범죄의 온상인 만화를 공급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사회악인 거예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그 당시 70년대에는 만화가 5대 사회악에 들어갔었어요.
그러니까 5대 사회악 그러면 마약, 폭력 이런 거란 말이에요.
여기에 만화가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그런 점들이 만화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보니까 그것을 헤치고 작가가 여기서 생활하고 삶을 영위하고 뭔가를 만든다는 게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어떤 수입 면에서보다도 사회의 인식, 검열이 작가를 못 견디게 하는 거예요.
그런 시기들이 있었죠.
[앵커]
요새 웹툰들이 K웹툰 그래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주목받고 있는데 혹시 그런 웹툰들도 가끔 보십니까?
[김수정]
자주 보고 있습니다.
[앵커]
주목하시고 있는 작가가 있나요?
[김수정]
요즘 웹툰들이 주로... 제가 일일이 다 못 찾아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성인 위주의 웹툰들이 많아요, 전반적으로.
그러다 보니까 저는 아동 쪽 캐릭터들이 뭔가 가능성이 있고 튀는 이런 게 있었으면 하는 게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앵커]
지금 다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드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김수정]
지금도 계속 작업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만일에 여건이 된다면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싶고.
그다음에 지금 현재로서는 만화 둘리 책을 그리고 있거든요.
아마 내년쯤에는 새로운 둘리를 선보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앵커]
어떤 내용인가요?
[김수정]
2013년도에 개봉을 목표로 했던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산이 돼버렸어요.
그래서 그 스토리가 아까워서 그것을 다시 끄집어내서 만화로 먼저 보이려고 합니다.
[앵커]
그게 혹시 방부제 소녀들의 그것입니까?
[김수정]
그렇습니다.
[앵커]
소개를 해 주십시오.
[김수정]
둘리 얼음별 대모험 일당들이 우주로 가서 일이 벌어지는 거잖아요.
이번에는 반대로 외계인들이 지구로 와서 지구를 먹으려고 하는...
[앵커]
그게 방부제 소녀들인가요?
[김수정]
그게 방부제 소녀들인데 방부제 소녀들의 이름이 나프탈린과 포르말린이에요.
그래서 방부제 소녀들이 지구를 침공하는데.
이 아이들 생각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위성, 행성이 거의 망해지니까 대체 행성을 찾는 거예요.
그런데 지구에서 보니까 지구별을 보니까 사람들이 너무 험하게 쓰고 있거든요.
이것을 버리나 보다.
그래서 이걸 우리가 다시 주워서 써야지 하는 건데. 여기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이에요.
[앵커]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하고 상관이 있는 얘기네요.
[김수정]
그렇죠. 일단 시작이 그렇게 돼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누리호가 과거에 발사되면서 그것이 외계에서 이렇듯이 이야기가 시작돼요.
[앵커]
기대됩니다.
지금 자라는 아이들 또는 지금 선생님처럼 어려운 환경들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 미래 세대들한테 이런 얘기는 해주고 싶다.
혹시 그런 말씀 있으십니까?
[김수정]
글쎄요, 딱히 제가 어른이고 그다음에 작가라고 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제일 중요한 건 그냥 지금도 그렇고 과거도 그렇고 옛날도 그렇고 늘 생각하는 게 스스로 꿈을 잃지 않는다고 하면 언젠가는 그 꿈이 조금은 이뤄지지 않겠는가 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뭘 하시든 간에 꿈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이런 바람입니다.
[앵커]
우리 사내 팬들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다시 듣고 싶다.
그래서 노래를 깔 거고요.
선생님은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 20대 어려운 시절을 보내실 때 그래도 나에 대한 될 것이다라는 확신, 자신감이 있으셨습니까?
[김수정]
20대, 10대에서 가장 저희를 힘들게 하는 게 불확실한 거예요, 불확실성.
그러니까 내가 이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과연 작가로서 가능성이 있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장 힘들게 하는 거예요.
[앵커]
그렇지만 버텨야 한다.
[김수정]
그렇죠.
[앵커]
꿈을 잃지 말아라 하는 둘리 아빠의 마지막 꿈을 잃지 말라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오늘 감사드리고요.
이제 나올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김수정]
고맙습니다.
[앵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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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호준석 앵커
■ 출연 : 김수정 '아기공룡 둘리' 원작자·감독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LIVE]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 반가운 얼굴을 초대했습니다.
둘리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김수정 만화가 그리고 영화감독입니다.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출연 : 김수정 '아기공룡 둘리' 원작자·감독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LIVE]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 반가운 얼굴을 초대했습니다.
둘리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김수정 만화가 그리고 영화감독입니다.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