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이슈 시위와 파업

5월은 시위의 달? …"아이와 외출도 제대로 못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1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간호사들은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주도한 정치인과 관료 등을 심판하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한주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외출 한 번을 제대로 못하는 형편입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30대 회사원 김영주 씨(가명)는 주말이 괴롭기만 하다. 이달 들어 매주 수천 명 규모의 도심집회가 시시때때로 열려 외출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 밖을 나갈 때마다 교통체증이 극심한 데다 소음도 심해 아이가 울기 일쑤였다"면서 "최근 들어 시위 횟수가 늘어나서 가족 나들이는 사실상 포기했다"고 말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은 서울 도심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열린 시위에 서울광장의 평화로움을 요구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씨는 "도심 인근인 서대문구에서 7년을 살아서 이곳 시위 분위기에 익숙하지만, 올해는 유독 자주 열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19일에는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궐기대회를 열면서 서울 광화문이 또다시 집회·시위에 휘말렸다. 간협은 "지난 대선 공약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께 간호법 31개 조문을 정독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지만 대통령이 허위 사실을 분별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이에 간협은 간호사 단체행동에 돌입한다"고 했다.

집회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보건복지부의 거짓 선동, 국민 건강 무너진다" "국민 건강 외면하는 국민의힘 규탄한다" "간호법 제정 약속, 즉각 이행하라" 등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다만 간호사들의 대규모 집회 참가에도 의료현장에서 혼란은 없었다. 집회에 참여한 간호사들 대부분이 휴무나 연차를 활용해 병원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의료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간호법 관련 집회에 앞서 지난 16~17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박2일 노숙 시위'를 벌이며 시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계속되는 대규모 집회로 피곤을 호소하는 시민도 많아지고 있다. 광화문 인근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이 모씨(61)는 "연일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계속 들려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여행을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아쉬운 건 매한가지였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온 엘리자베스 씨는 "일주일 동안 서울에서 머무는데 거의 매일 시위가 열리는 것 같았다"면서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학계에서도 시위의 자유만 강조되는 데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위의 기본권과 시민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에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게 맞는다"면서 "지금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강조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상으로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도로를 점거하더라도 한 차선만 하게 한다든지 소음 같은 것도 규제한다든지 이런 내용이 있는데 지금은 안 지켜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들 바람과 달리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시위는 더욱 자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0일에는 촛불승리전환행동·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전국민중행동·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예정돼 있다. 전국민중행동과 전교조 집회는 각각 3000명의 인원을 신고했다.

경찰의 수사 방침에 반발하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앞으로 본격적인 실력행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도심에서 평화로운 집회·시위와 시민의 자유가 어우러지기는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건설노조가 추가로 집회를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 이지안 기자 / 김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