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금값 역대 최고가 근접에 ‘금 사재기’ 각국 흐뭇…한은만 소외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금값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2023.1.4,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번진 은행 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금 사재기’에 나섰던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값 랠리에 흡족한 모습이다. 올해 금값이 온스당 23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금 투자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다른 중앙은행과 달리 금 강세장에서 소외됐다. 10년째 그대로인 한은의 금보유량을 두고 ‘트라우마’에 갇혀 투자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값 사상 최고가 근접

5일(현지 시각) 미국 투자분석업체 22V 리서치의 존 로크 선임 매니저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향후 온스당 2322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VB 파산 사태 이후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달러인덱스도 약세로 전환되고 국채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는 과정에서 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은행 위기로 금융 불안이 확산한 것이 금값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가 왕이 아니다”라는 인식에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채권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지며 금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035.6 달러에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올라 3일 2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중에 2020년 8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2051.5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 금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 통상 달러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년 금융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금 가격이 2250달러까지 오를 거라고 내다봤다.

● 한은 금 보유량은 10년째 제자리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금을 매입한 중앙은행들은 금값 고공행진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금 수요는 4742t으로 2011년(4746t) 이후 최대였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0년 이후 최대 규모인 1136t에 달하는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매입 규모는 2021년(450t)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특히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난해 하반기(7~12월) 금 862t을 매입했다. ‘킹달러’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금 417t을 매입했는데 중국(62t)과 튀르키예(53t) 중앙은행이 가장 큰 손이었다.

지난해 11월 온스당 1630달러까지 떨어졌던 금값은 5일 기준 25% 가까이 올랐다. 크리샨 고폴 WGC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들은 2010년 이후 ‘유행’처럼 금을 순매수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만연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지난 1년간 중앙은행들이 곳간에 추가로 금을 보관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금을 외면하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이후 10년째 104.4t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세계 36위 수준으로 외환보유액의 1.46% 수준이다. 한은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총 90t의 금을 매입한 뒤 금값이 떨어지면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실패한 투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 매입 시점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보다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