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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친절한 경제] "이대로는 정말 큰일 나요"…미국 '반도체 간섭'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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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31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미국 정부가 주기로 한 보조금 신청이 오늘부터라고 하는데. 그런데 이게 보조금 지급 조건이 우리 기업들에게는 적잖이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주에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 이렇게 써라, 이런 지침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내놓은 지침입니다.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이 가이드가 적혀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영업 기밀에 속하는 것들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반도체별 수율, 그러니까 불량률 그리고 생산량, 공장 가동률, 소재에 드는 비용이나 인건비까지 이런 엑셀 파일 식으로 정리해서 달라는 겁니다.

하나같이 기업들이 외부에 공개하기를 극도로 꺼리는 정보들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엑셀 파일로 다 받아서 보고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구조를 파악하겠다, 이걸 바탕으로 미국 땅에서 반도체를 만든 기업들이 달성하는 이른바 초과 이익을 환수해 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사실상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의 가까운 요구인데요.

원가 공개, 많이 들어본 얘기지만 실현이 쉽지 않은 일이죠, 영업 비밀입니다.

반도체처럼 제조 기술 그 자체가 먹거리인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비밀이 생명입니다.

딱 떨어지는 계산이 쉽지도 않고요.

그런데 미국 정부는 자기들이 알아서 보고, 검증까지 하겠으니 내놓으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거 너무하는 것 아니야?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 같긴 한데, 우리 기업들 어떻습니까? 그래도 보조금을 좀 받겠다는 겁니까?

<기자>

말을 아끼고 있지만요, 이제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엑셀까지 요구하고 신청서가 너무 힘들다, 고민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부터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받겠다는 첨단 반도체 기업들의 신청서를 접수하기 시작하는데요.

당장 제출은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오라고 해서 가는 공장들인데 이게 웬일인가 싶은데요.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요구하는 거고 지금부터 협상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사실 미국 정부는 2년 전인 2021년에도 반도체 기업들에게 상당히 민감한 기업 정보 26가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삼성이나 SK하이닉스나, 한미 양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서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는 이유에 법적인 근거를 갖춰서 얘기하고 결국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 정부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것에 지레 겁먹지 말고 줄다리기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라는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 조건 중에 기업 정보 관련된 이야기를 좀 나눠 봤는데 저희 처음에 반도체 보조금 이야기 나왔을 때 중국 투자를 제한한다, 이 부분에 좀 방점이 찍혀 있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이 부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자사 주력 반도체들의 40% 안팎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설사 선택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거부해도 미국의 요구로 오는 10월부터 중국 공장에서 쓰고 있는 여러 설비들을 보수할 길이 막힙니다.

새로 짓는 건 물론이고 기존에 있는 것조차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몇 년째 계속된 미중 긴장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같은 곳들로 생산 거점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요.

이렇게 큰 규모의 생산이 진행 중인 중국을 포기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고요.

사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드는 반도체는 중국에 많이 팔립니다, 그 시장을 점점 잃게 될 거라는 겁니다.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던 중국.

우리가 돈을 제일 많이 벌어왔던 중국이 몇 년 사이에 최대 적자국이 됐습니다.

지난달에 자동차 관련 수출액 규모가 반도체를 제쳤는데요.

자동차가 잘돼서이기도 하지만 반도체 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중국 시장을 잃을 동안 중국은 국산화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고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중국 시장을 계속 잃다 보면 이런 상태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국이 안보 차원에서 중국이랑 나누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 첨단 반도체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에 주로 파는 메모리 반도체는 안보랑 별로 관련이 없는 양산형 반도체들이거든요.

이건 미국이 구분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대로는 심대한 영업 침해가 아닐 수 없고 우리 수출에 큰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병훈/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장 : (일본이 반도체 주요 부품 수출 제한 조치로) 수출을 못하게 하니까 우리가 국산화를 했잖아요. 똑같은 상황인 거예요. 미국이 중국을 틀어막으니까 중국은 반작용으로 한국에서 수입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미국에게 이걸 분리를 좀 하자고 얘기할 때가 됐어요.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 납니다. 장비 수출도 못 하게 하고 (수출) 줄어들고. (그럼 중국은) 사실 불법적으로 복제를 다 하는 거예요.]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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