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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한글 어려워 초3 두 번 다녀요"‥이주민 어린이 '돌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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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주거 문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그 자녀들이 한국에서 마주하는 벽은 높기만 한데요.

언어의 장벽 때문에 다른 또래들처럼 보통의 초등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번에 희생된 나이지리아 어린이들도 대안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 자녀들의 교육과 돌봄 문제를 이어서 김민형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아이들이 두 줄로 모여 노래를 부릅니다.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흰 옷을 입고 수줍은 듯 노래 부르는 소녀.

이번 화재로 숨진 4남매 가운데 열 한 살난 첫째입니다.

두 동생과 함께 안산의 한 대안학교에 다녔습니다.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14개 나라에서 온 어린이 2백여 명이 이 학교에서 지냅니다.

무상교육인 정규 초등학교가 아니라 학교 운영을 위해 월 25만원을 내야하지만, 형편도 어려운 이주민 부모가 왜 여길 보내는 걸까.

무엇보다 언어 장벽 때문입니다.

4년 전, 엄마를 따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열한 살 세르게이.

나이대로라면 초등학교 4학년이어야 하지만, 1년을 늦춰 3학년을 두번 다니고 있습니다.

[세르게이/우즈베키스탄 국적]
<뭐가 제일 어려웠어요>
"한국어."
<한국말 그러면 이제 좀 괜찮다 느낄 때까지 얼마나 걸렸어요.>
"3년."

또다른 9살 러시아 어린이도, 한국 초등학교를 다니며 방과 후에만 공부방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작년에 초등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아리나 선생님]
"두 학교를 다니니까 너무 힘들어서‥어떨 때에는 오후에 와서 자고 있어요. 한국어 모르니까 너무 힘들었대요."

방과 후 돌봄 공백 때문에 대안학교에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주민 부모 대부분은 밤늦도록 일을 해, 홀로 남겨지는 초등학생들이 많은 겁니다.

여기서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마음 놓고 자녀들을 맡길 수 있습니다.

[최혁수/자이언대안학교 교장]
"저녁 8시 반 정도에 집에 데려다 주면 집에 이제 가면 혼자인 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인데 그 다음날 아침까지 혼자 있는 아이들 많아요."

하지만 이런 시설도 늘 운영이 걱정입니다.

지난해 학교 측은 지자체의 정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돌봄시설 지정을 신청했지만, 건물 1층에 성인용품점이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 윤병순 / 영상편집 : 권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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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윤병순 / 영상편집 : 권나연 김민형 기자(peanu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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