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대선 앞두고 대만 유권자들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화두
차이잉원 대만 총통 |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대만의 전현직 총통과 '잠룡'이 중국, 미국을 사실상 동시에 방문하면서 대만 차기 리더를 둘러싼 미중 '대리전'이 치러지는 양상이다.
대만 제1야당 국민당 출신인 마잉주 전 총통(2008∼2016년 집권)은 27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고, 마 전 총통의 후임자인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 현 총통은 29일 중미 방문길에 나서면서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또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 나설 '잠룡'군에 포함된 궈타이밍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그룹) 창립자 겸 전 회장은 27일부터 12일 체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학계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집권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차이 총통이나 마 전 총통은 내년 총통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진당과 국민당 간판으로 각각 대만 최고위직에 오른 두 사람의 행보는 자연스럽게 내년 선거와 연결되는 양상이다.
즉, 차이 총통과 마 전 총통의 방미, 방중은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 속에 대만의 안보와 민생을 위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더 다가가야 할지에 대해 대만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에 적극적인 국민당 출신 마 전 총통은 중국 도착 후 양안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전날 난징 근교에 있는 대만 국부 쑨원(孫文·1866∼1925) 묘(중산릉)를 방문한 자리에서 '화평분투, 진흥중화(和平奮鬪, 振興中華·평화와 노력이 중화를 부흥시킨다)' 8자를 썼다.
마 전 총통은 또 "양안은 반드시 평화를 추구해야만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양측 모두 앞날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중국 난징의 쑨원 묘 찾아 '평화' 강조 메시지 남긴 마잉주 |
중국 매체들도 평화를 강조한 마 전 총통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이 손잡고 '국민당=양안 평화' 구도를 부각하는 '21세기판 국공합작'이 이뤄지는 양상이었다.
반면 차이 총통은 '미국과의 관계를 지속 강화해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방미 기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총통부는 이번 순방을 '민주의 파트너, 공영(共榮)의 여행'이라는 테마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 뒤 5일부터 대만 도착일인 7일 사이에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하면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 전 총통이 '평화'를 강조하며 '선수'를 친 상황에서 차이 총통이 적극적으로 '친미반중'을 부각할지, '신중 기조'를 택할지 관심을 모은다.
대만의 전현직 1인자가 중국, 미국을 선거전에 끌어들이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 양상이 차이잉원 방미와 마잉주 방중의 본질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태평양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이른바 '불침 항모(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자 '반도체 주요 생산기지'로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에 내년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느냐는 미중 모두에게 중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무력통일 카드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상황이어서 내년 대만 총통 선거는 미·중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인근 국가,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으로서는 각 정치세력의 집권이 자국의 대중국, 대미정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가며 마 전 총통과 차이 총통을 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에 한때 몸담았다가 탈당한 궈타이밍 전 회장은 내년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설지, 국민당에 복당해 국민당 후보로 나서는 길에 도전할지 미지수다.
어느 쪽이든 중국 본토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보유한 기업가로서 미국,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형성키 위해 미국을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궈타이밍(왼쪽) 폭스콘 창립자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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