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이우영 작가는 자식 같은 검정고무신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고통을 호소했었죠.
검정고무신을 함께 그렸던 이우영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는 형이 세상에 전하려 했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이우진/작가 (고 이우영 작가 동생) : 어린 시절 저희 형제는 만화에 빠져서 만화를 사랑했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부모님과 남편을 대신해서 이 짐을 짊어져야 하는 형수, 기영이 삼남매처럼 잘 성장하고 있던 삼남매 조카들에게 아빠를 잃은 아픔을 제가 물어보고 확인하기조차 힘이 듭니다.]
조카들은 하늘로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며 시를 썼다고 전했습니다.
[이우진/작가 (고 이우영 작가 동생) :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내 마음을 느끼나요. 아빠는 나의 눈, 코, 귀 마음속에 살아 있어요. 어버이날 내가 선물한 쿠폰이 아직 많이 남아 있네요. 여기 쿠폰을 다 썼다면 아빠를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을 거예요. 제가 큰 소리로 웃는 모습에 섭섭해하지 마세요. 웃지 않으면 눈물이 날까 봐 그렇게 웃는 거예요.]
이후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며 심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우진/작가 (고 이우영 작가 동생) : 기영이, 기철이 우리 가족을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만났던 2007년의 인연은 인연이 아니라 악연이 되어서 형의 영혼까지 갉아먹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우진 작가의 딸이 올린 SNS 글도 화제가 됐습니다.
실제 지난 15년 동안 검정 고무신 캐릭터로 진행된 사업은 77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고 이우영 작가가 손에 쥔 돈은 1천200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 업체 측은 이우영·이우진 작가의 개별적인 창작 활동을 문제 삼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대책위는 캐릭터 업체에 검정고무신과 관련된 권한을 유가족에게 돌려주고 민사소송도 취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신일숙/한국만화가협회장 : 이우영 작가가 자식보다 소중하다고 말한 캐릭터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갈취하고 작가의 생명과도 같은 창작까지 가로막아 이우영 작가의 삶을 부정했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명확합니다. 납치당한 기영이와 그의 친구들, 가족들을 유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대책위가 파악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캐릭터 업체는 '검정고무신'으로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산은 불규칙하고 금액도 터무니없이 적었다며, 대책위는 불공정 계약이 분명하다는 입장입니다.
SNS 등에서는 검정 고무신 상품을 불매하겠다는 소비자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 20일) : 기존에 그런 대책을 마련했는데 실천 의지라든지 실천의 어떤 전략적인 자세가 부족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는 이 정말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재발, 일어나지 않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넣겠다는 방침인데,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범유경/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 : 좋은 표준계약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이드 라인이나 권고사항에 그치기 때문에 불공정 관행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문화 예술 업계에서 불공정 계약 문제가 한두 번 불거진 게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동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있습니다.
[백희나/작가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중, 지난 2020년) : 제가 데뷔작이었던 '구름빵'이 저작권을 갖지 못하는 저작권 양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힘들었어요. (처음에 데뷔하실 때는 잘 몰라서 그런 계약을 하신 거예요?) 그렇죠, 잘 모르기도 했고 아무래도 신인 작가였기 때문에… 아 잘못 보였다가는 이 바닥에서 일을 내가 못 하게 되는구나 라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렇게 되는 거죠.]
출판사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저작권 전체를 양도하는 매절 계약을 체결한 뒤 2차 저작물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고 또 저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지난 2020년 최종 패소했습니다.
백희나 작가는 지난 2004년 구름빵이 저작권으로 논란이 됐을 때 정부가 엄중하게 불공정 거래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변한 건 없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또 이우영 작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문화 예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관심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전연남 기자(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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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작가는 자식 같은 검정고무신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고통을 호소했었죠.
검정고무신을 함께 그렸던 이우영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는 형이 세상에 전하려 했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이우진/작가 (고 이우영 작가 동생) : 어린 시절 저희 형제는 만화에 빠져서 만화를 사랑했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부모님과 남편을 대신해서 이 짐을 짊어져야 하는 형수, 기영이 삼남매처럼 잘 성장하고 있던 삼남매 조카들에게 아빠를 잃은 아픔을 제가 물어보고 확인하기조차 힘이 듭니다.]
조카들은 하늘로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며 시를 썼다고 전했습니다.
[이우진/작가 (고 이우영 작가 동생) :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내 마음을 느끼나요. 아빠는 나의 눈, 코, 귀 마음속에 살아 있어요. 어버이날 내가 선물한 쿠폰이 아직 많이 남아 있네요. 여기 쿠폰을 다 썼다면 아빠를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을 거예요. 제가 큰 소리로 웃는 모습에 섭섭해하지 마세요. 웃지 않으면 눈물이 날까 봐 그렇게 웃는 거예요.]
이우영 작가는 지난 2007년 캐릭터 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며 심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우진/작가 (고 이우영 작가 동생) : 기영이, 기철이 우리 가족을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만났던 2007년의 인연은 인연이 아니라 악연이 되어서 형의 영혼까지 갉아먹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우진 작가의 딸이 올린 SNS 글도 화제가 됐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검정 고무신' 창작자의 딸이라고 하면 으리으리한 건물을 갖고 있겠다"고 하지만, "아빠는 빼앗긴 저작권으로 아무런 그림을 그려낼 수가 없어서 막노동일을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 지난 15년 동안 검정 고무신 캐릭터로 진행된 사업은 77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고 이우영 작가가 손에 쥔 돈은 1천200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 업체 측은 이우영·이우진 작가의 개별적인 창작 활동을 문제 삼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불공정 계약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사회적 공분이 커지면서 대책 위원회도 꾸려졌는데요.
대책위는 캐릭터 업체에 검정고무신과 관련된 권한을 유가족에게 돌려주고 민사소송도 취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신일숙/한국만화가협회장 : 이우영 작가가 자식보다 소중하다고 말한 캐릭터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갈취하고 작가의 생명과도 같은 창작까지 가로막아 이우영 작가의 삶을 부정했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명확합니다. 납치당한 기영이와 그의 친구들, 가족들을 유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대책위가 파악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캐릭터 업체는 '검정고무신'으로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계약서에는 30%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지분율에 따라 나눈다고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산은 불규칙하고 금액도 터무니없이 적었다며, 대책위는 불공정 계약이 분명하다는 입장입니다.
SNS 등에서는 검정 고무신 상품을 불매하겠다는 소비자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난 20일) : 기존에 그런 대책을 마련했는데 실천 의지라든지 실천의 어떤 전략적인 자세가 부족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는 이 정말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재발, 일어나지 않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넣겠다는 방침인데,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범유경/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 : 좋은 표준계약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이드 라인이나 권고사항에 그치기 때문에 불공정 관행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문화 예술 업계에서 불공정 계약 문제가 한두 번 불거진 게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동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있습니다.
[백희나/작가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중, 지난 2020년) : 제가 데뷔작이었던 '구름빵'이 저작권을 갖지 못하는 저작권 양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힘들었어요. (처음에 데뷔하실 때는 잘 몰라서 그런 계약을 하신 거예요?) 그렇죠, 잘 모르기도 했고 아무래도 신인 작가였기 때문에… 아 잘못 보였다가는 이 바닥에서 일을 내가 못 하게 되는구나 라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렇게 되는 거죠.]
출판사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저작권 전체를 양도하는 매절 계약을 체결한 뒤 2차 저작물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고 또 저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지난 2020년 최종 패소했습니다.
백희나 작가는 지난 2004년 구름빵이 저작권으로 논란이 됐을 때 정부가 엄중하게 불공정 거래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변한 건 없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또 이우영 작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문화 예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관심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전연남 기자(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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