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희망주기 위해 필요" vs. "드론 제작 등 시급한 일에 집중해야"
파괴된 사상 최대 화물기 우크라이나 'AN-225 므리야' |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사상 최대 화물기 '안토노프-225(An-225) 므리야'의 복원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필요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므리야를 소유한 국영 안토노프사는 실제로 비행한 항공기 중 가장 큰 이 수송기가 있는 키이우 인근 호스토멜 공항에서 잔해를 분해하며 복원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회수하고 있다.
NYT는 그러나 전쟁이 계속되고 파괴된 주택 수십만 채와 병원, 학교, 다리 등의 복구가 요원한 상황에서 이 수송기 복원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수송기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당일 새벽 헬리콥터를 앞세운 러시아 특수부대의 공격으로 동체 앞부분부터 날개까지 대부분 파괴되고 엔진 6개 중 3개가 완전히 또는 거의 손상된 채 공항에 보관돼 왔다.
우크라이나어로 '꿈'을 뜻하는 '므리야'로 불리는 이 수송기는 1980년대 옛 소련 우주왕복선 '부란' 수송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우크라이나의 자랑으로 여겨져 왔다. 동체 길이는 84m, 날개폭은 88m에 이르며 최대이륙중량(MTOW)은 미국 보잉747의 2배가량인 140만 파운드(635t)에 달한다.
안토노프사 경영진은 므리야 복원이 국민에게 영감을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므리야처럼 거대하고 복잡한 것을 복원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부분들 복구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슬라프 발시크 안토노프사 수석 엔지니어는 "국민들은 희망을 가져야 한다"며 "그들은 므리야가 버려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지금 우리는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류 역사상 최대 항공기 우크라이나 'An-225 므리야' |
그러나 비판적인 사람들은 므리야 복원에 돈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은 우선순위를 잘못 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항공 분석가 발레리 로마넨코는 우크라이나 언론에 새 므리야를 만드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도 "안토노프사는 전쟁 중엔 드론 제작같이 군에 시급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므리야 복원 후 상업적 활용 가치에 대해서도 경제성이 거의 없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므리야의 최대 매력인 거대한 크기도 무조건 세계 최대를 내세우던 옛 소련 시대의 유물이어서 현대 우크라이나에는 필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므리야 복원 방침을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의 므리야 복원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6월에는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사를 거느린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호스토멜 공항을 방문해 므리야 복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토노프사는 재활용 부품을 최대한 확보하고 예비 부품과 유사 항공기의 엔진 등을 이용해 므리야를 복원할 계획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에 두 번째 므리야를 생산하려던 사업이 중단되면서 당시 제작된 동체가 온전히 보관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므리야 복원에 필요한 약 5억 달러(약 6천487억원)의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파괴된 부품 중 상당수는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 항공업체에 주문 제작해야 해 두 번째 므리야 조립은 전쟁이 끝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므리야 제작에 참여했던 기술자 발렌틴 코스티야노프는 "므리야 복원 결정에 대해 두 번 생각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사람 누구에게라도 물어보라. 두살짜리도 므리야를 복원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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