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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쓰레기 태우다 '후다닥'…앞으로 대형 산불 많아진다?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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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천 강화도 마니산에 휴일인 어제(26일) 불이 나서 17시간 만인 오늘 오전에야 큰 불길이 잡혔습니다. 문제는 이런 산불이 우리나라에서 갈수록 잦아지고 있고, 피해 면적도 늘고 있다는 겁니다. 기후변화와 맞물려서 전보다 늘어난 산불의 실태와 이유를 집중취재했습니다.

장선이 기자, 홍승연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기자>

제가 있는 이곳은 경남 합천의 한 야산입니다.

지난 8일 이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민 수백 명이 대피하고 축구장 230개 면적의 산림이 불에 탔는데요.

올해 첫 산불 3단계를 발령해 20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고,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산림 복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마을 주민은 꺼졌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산불에 늘 불안한 마음입니다.

[이한수/마을 주민 : 저 마을에 불이 올까 싶어서 제일 걱정했어요. 마을 자체가 산하고 붙어 있는 동네인데, 그쪽으로 바람이 불었으면 마을이 불 천지가 됐을 텐데….]

[박순덕/마을 주민 : 아이고, 이거 밤에 났으면 큰일 났지. 밤에 났으면 어떻게 끌 거야. 끄지도 못하고….]

산불, 해마다 더 잦아지고, 규모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756건의 산불이 발생해 서울 면적의 40%에 달하는 2만 4천여 헥타르가 불에 탔는데요.

이게 지난 10년 평균치와 비교해 보면 7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올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모두 331건으로 하루 평균 4건꼴입니다.

역대 두 번째로 산불이 많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고, 역시 같은 기간 10년 평균보다는 65% 늘었습니다.

여기에다가 기후변화 때문에 지난 10년간 주로 3~4월에 집중됐던 산불이 최근에는 2월에서 5월까지 기간도 넓어지면서 산불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최혜란, CG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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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연 기자>

산 중턱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단속반과 함께 연기 나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스님이 쓰레기를 태우다가 황급히 물을 끼얹습니다.

[이런 데는 정말 불을 피우면 안 되는데. (제가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보살님이….)]

[전명영/양산국유림관리소 기계화진화대 : (불이) 비산 되어서 뒤(산으)로 옮겨붙을 수 있거든요. 상당히 위험하죠.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인근의 또 다른 마을, 농산물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인 채 방치돼 있습니다.

[임기효/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 (이런 게) 잘 안 썩거든요. 이걸 이제 (농민들이) 소각하는 거예요. 자기들은 안심하고 태우지만 바람 불면 이리로(산으로) 날아가거든요. 불씨가.]

산불 감시원들이 산 주변 마을을 돌아다니며 계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논·밭두렁 태우는 걸 금지하여 주시고….]

산불 10건 가운데 3건 가까이가 쓰레기와 논 밭두렁 등을 태우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어 입산자 실화, 담뱃불 등이 뒤를 이었는데, 이렇게 절반 정도가 사람 부주의에 의한 실화입니다.

산은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데다 대부분 CCTV가 없고, 산불의 직접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화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서민석/양산국유림관리소 산불담당 : 밤에 살짝살짝 몰래 태우시는 경우가 많아요.]

기후변화도 산불 위험을 키우고 있습니다.

건조한 날씨 속에 낙엽 수분 함유랑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 이하로 떨어졌는데, 수분 함유량이 35%일 때보다 두 배나 더 빨리 타들어 갑니다.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조건이 됩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바람이 초속 6미터로 불면 바람이 없을 때보다 20배나 빨리 번집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화염이 누워버리게 되면 앞으로 전달되는 복사열과 전도열의 거리가 길어지는 겁니다. 그러면서 앞에 있는 연료를 미리 가열시켜요. 그렇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빠른 거예요.]

90년대 112일에 불과하던 연간 산불 발생 일수는 건조한 날이 늘면서 지난해에는 198일까지 늘었습니다.

여기에 기온이 평균 1.5도 상승하면 산불 발생 위험은 8.6%, 2도 상승하면 13.5%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사계절 내내 건조하기 때문에 사람이 행위를 했을 때 쉽게 붙을 수 있고, 쉽게 확산 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고, 앞으로 이런 현상은 점점 심화 될 것으로.]

산림청은 산불 취약 지역의 주요 길목에 산불 감시용 CCTV를 추가 설치하고, 농산어촌의 산불 계도, 예방 활동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 30일까지인 봄철 산불 특별 대책 기간도 지역 특성과 기후 변화 요인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허 춘, 영상편집 : 이소영, VJ : 안민신, 화면제공 : 국립산림과학원)
장선이, 홍승연 기자(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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