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국내 권투경기에 출전했던 몽골 선수가 경기 중에 받은 충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당시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링닥터'도 없이 경기가 치러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경기 가평군에서 열린 권투 경기.
두 선수가 치열하게 주먹을 주고받는가 싶더니, 파란색 트렁크의 몽골 선수 A 씨가 연속 펀치를 맞고 쓰러집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A씨는 결국 코치진의 부축을 받고 링을 내려옵니다.
[A 선수가 굉장히 강력한 펀치를 맞고서 거의 다리가 꺾이듯이 쓰러졌기 때문에 좀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이고요.]
이후 A 씨는 구토 증상과 함께 정신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돼 뇌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 당시, 현장에는 응급상황에서 선수를 돌볼 링닥터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A 씨가 쓰러진 뒤 코치나 응급구조사 외 의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경기를 주관한 한국권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었습니다.
[한국권투위원회 관계자 : 링닥터 섭외가 안 됐어요. 일단 섭외가 안 돼서 응급조치할 수 있는 팀 있잖아요. 사설로 그 팀이 와서…. (그러면 미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모든 일정 자체가 짜여 있잖아요.]
경기 전날 선수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메디컬 체크도 의사가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권투위원회 관계자 : (혈압 체크는 누가 한 건데요.) 저희가 했습니다. KBC(한국권투위원회)에서. (그러니까 의사가 한 게 아니고 다른 직원이 했다?) 직원이 하고 제가 확인했고요.]
하지만 같은 권투계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이세춘/전 한국권투위원회 사무총장 : 전문적인 상식이 있는 의사가 검안하게 되면 바로 그런 것이 거기서 걸러집니다. 링닥터가 상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쓰러진 몽골 선수의 가족과, 스승인 몽골 스포츠 영웅 '라크바 심'은 사태 파악을 위해 어제(23일) 저녁 우리나라에 입국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윤 형, 영상편집 : 박기덕)
손기준 기자(standar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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