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특히 사고로 피해자가 숨지는 경우 남겨진 피해자 가족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음주운전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은데, 이 내용 저희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박찬근 기자입니다.
<박찬근 기자>
지난해 1월, 박철의 씨 가족에게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 씨의 아버지는 이른 새벽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음주 뺑소니 사고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장남이던 박 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급하게 정리해야 했습니다.
[박철의/음주운전 피해 유족 : 미수금이나 미지급금도 갑자기 구했어야 했고, 직원분들도 직장을 그만두시게 됐으니까 퇴직금도 다 챙겨드려야 했고….]
아버지의 빈자리는 갈수록 커졌고, 음주운전으로 부모를 잃은 자녀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9년부터 3년 동안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한 해 평균 262명.
유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미치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연구원이 조사해보니까 음주 사고를 포함한 전체 교통사고에서 피해자인 부모의 사망 당시 자녀 나이가 만 3살 미만인 경우가 24%, 3~6살까지는 36%에 달했습니다.
자택 소유 비율은 낮아지고 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높아졌습니다.
또 절반 이상의 유자녀가 부모의 사고 이후 '재기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음주운전 가해자의 경우, 교통사고를 내고도 4명 중 3명은 직업에 변화가 없었고 60%는 소득도 그대로였습니다.
이렇게 가해자들이 사고를 내고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동안, 피해 유자녀들은 정신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과도 싸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김규연·엄소민)
---
<앵커>
미국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면,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됐는데, 실제 피해자 가족의 이름을 따서 '벤틀리법'이라고도 불립니다. 법을 만들기 위해 애쓴 벤틀리의 할머니를 저희가 인터뷰했습니다.
하정연 기자입니다.
<하정연 기자>
지난 2021년 4월, 음주운전 사고로 아들 부부와 생후 4개월 된 손자를 잃은 세실리아 윌리엄스 씨.
슬픔을 이겨낼 새도 없이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5살 벤틀리, 3살 메이슨, 남은 두 손자의 보호자가 됐습니다.
사고 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이 부모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실리아 윌리엄스/음주운전 피해 유족 : 매일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면서 아이들이 슬퍼하는 모습도 지켜봐야 합니다. 제가 손자들을 위해 과연 충분할지 자문해보지만 아직도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윌리엄스 씨는 미국 전역을 돌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하는 입법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손자 이름을 딴 '벤틀리법'은 테네시주에서 상하원을 통과해 올해 1월 시행됐습니다.
법원이 피해자 자녀의 경제적·교육적 필요를 종합해 양육비 지급을 선고한 뒤, 가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피해 자녀 후견인 등에게 송금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세실리아 윌리엄스/음주운전 피해 유족 : 벤틀리법의 주된 목적은 부모를 잃고 남겨진 아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지만 (가해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깨닫게 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합니다.]
유가족들에게는 정의를 되찾아주고, 가해자들에게는 행동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인과응보'식 해법이라는 것입니다.
[세실리아 윌리엄스/음주운전 피해 유족 : 사고 이후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유가족들을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이건 유가족 입장에서 부당한 일이고 해법이 있어야만 합니다.]
테네시주 외에도 미국 내 20여 개 주에서 벤틀리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일부 주의회는 양육비를 23살까지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에도 지난 17일 한국판 벤틀리법이 발의됐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윤태호)
---
<앵커>
하정연 기자와 이 내용 정리해보겠습니다.
Q. 현재 음주 사고 유자녀 지원책은?
[하정연 기자 : 가해자를 상대로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은 지금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송 자체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보니까 피해 유자녀들한테는 이 소송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망사고나 중증 장애 피해자에게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만 해당이 되고, 이 지원이라는 것도 최대 월 7만 원 자립지원금 또 월 25만 원 무이자 생활자금 대출 정도입니다.]
Q. 한국판 벤틀리법, 주요 내용은?
[하정연 기자 :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양육비 관련법 개정안입니다. 현행법에는 양육비는 부모로부터만 받을 수 있게 해놨는데, 여기에 '제3자'를 추가해서 음주운전 가해자로부터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 셈입니다. 미국 벤틀리법과 상당히 유사한데, 확정 판결이 나면 법원이 가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아서 유자녀, 유자녀 부모나 후견인한테 송금을 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또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면 가압류 같은 강제집행도 할 수가 있고요, 또 가해자가 수감 중이라도 석방 뒤에 6개월 안에는 무조건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했습니다.]
Q. 음주 사고 유자녀들 반응은?
[하정연 기자 : 아무래도 피해자들은 문제 제기와 입법 취지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여전히 상당히 많이 힘들다고 토로를 했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박철의 씨는 한 가지를 저희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박철의/음주운전 피해 유족 : 보상을 확실히 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에 앞서서 단속하는 시스템이나 (음주운전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그런 제도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해요.]
[하정연 기자 : 365일 상시 단속을 해달라는 당부였는데 어떤 배상이나 보상도 유가족들의 상처를 지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박찬근, 하정연 기자(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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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특히 사고로 피해자가 숨지는 경우 남겨진 피해자 가족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음주운전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은데, 이 내용 저희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박찬근 기자입니다.
<박찬근 기자>
지난해 1월, 박철의 씨 가족에게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 씨의 아버지는 이른 새벽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음주 뺑소니 사고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박철의/음주운전 피해 유족 : 아예 송두리째 변했다고 해야겠죠. 아무래도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들이 몇 안 되는데 그중에 한 분이셨고.]
장남이던 박 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급하게 정리해야 했습니다.
[박철의/음주운전 피해 유족 : 미수금이나 미지급금도 갑자기 구했어야 했고, 직원분들도 직장을 그만두시게 됐으니까 퇴직금도 다 챙겨드려야 했고….]
아버지의 빈자리는 갈수록 커졌고, 음주운전으로 부모를 잃은 자녀들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철의/음주운전 피해 유족 : 저희는 그나마 불행 중에도 성인이어서 자신을 책임질 수 있지만 그분들은 너무 어렸고 잘 몰랐을 테니까….]
2019년부터 3년 동안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한 해 평균 262명.
유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미치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연구원이 조사해보니까 음주 사고를 포함한 전체 교통사고에서 피해자인 부모의 사망 당시 자녀 나이가 만 3살 미만인 경우가 24%, 3~6살까지는 36%에 달했습니다.
사고 후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절반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자택 소유 비율은 낮아지고 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높아졌습니다.
또 절반 이상의 유자녀가 부모의 사고 이후 '재기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음주운전 가해자의 경우, 교통사고를 내고도 4명 중 3명은 직업에 변화가 없었고 60%는 소득도 그대로였습니다.
10명 중 1명은 오히려 소득이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가해자들이 사고를 내고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동안, 피해 유자녀들은 정신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과도 싸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김규연·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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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를 내면,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됐는데, 실제 피해자 가족의 이름을 따서 '벤틀리법'이라고도 불립니다. 법을 만들기 위해 애쓴 벤틀리의 할머니를 저희가 인터뷰했습니다.
하정연 기자입니다.
<하정연 기자>
지난 2021년 4월, 음주운전 사고로 아들 부부와 생후 4개월 된 손자를 잃은 세실리아 윌리엄스 씨.
슬픔을 이겨낼 새도 없이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5살 벤틀리, 3살 메이슨, 남은 두 손자의 보호자가 됐습니다.
사고 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이 부모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실리아 윌리엄스/음주운전 피해 유족 : 매일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감당하면서 아이들이 슬퍼하는 모습도 지켜봐야 합니다. 제가 손자들을 위해 과연 충분할지 자문해보지만 아직도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윌리엄스 씨는 미국 전역을 돌며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의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하는 입법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손자 이름을 딴 '벤틀리법'은 테네시주에서 상하원을 통과해 올해 1월 시행됐습니다.
법원이 피해자 자녀의 경제적·교육적 필요를 종합해 양육비 지급을 선고한 뒤, 가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피해 자녀 후견인 등에게 송금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세실리아 윌리엄스/음주운전 피해 유족 : 벤틀리법의 주된 목적은 부모를 잃고 남겨진 아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지만 (가해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깨닫게 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합니다.]
유가족들에게는 정의를 되찾아주고, 가해자들에게는 행동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인과응보'식 해법이라는 것입니다.
[세실리아 윌리엄스/음주운전 피해 유족 : 사고 이후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유가족들을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이건 유가족 입장에서 부당한 일이고 해법이 있어야만 합니다.]
테네시주 외에도 미국 내 20여 개 주에서 벤틀리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일부 주의회는 양육비를 23살까지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에도 지난 17일 한국판 벤틀리법이 발의됐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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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정연 기자와 이 내용 정리해보겠습니다.
Q. 현재 음주 사고 유자녀 지원책은?
[하정연 기자 : 가해자를 상대로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은 지금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송 자체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보니까 피해 유자녀들한테는 이 소송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망사고나 중증 장애 피해자에게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만 해당이 되고, 이 지원이라는 것도 최대 월 7만 원 자립지원금 또 월 25만 원 무이자 생활자금 대출 정도입니다.]
Q. 한국판 벤틀리법, 주요 내용은?
[하정연 기자 :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양육비 관련법 개정안입니다. 현행법에는 양육비는 부모로부터만 받을 수 있게 해놨는데, 여기에 '제3자'를 추가해서 음주운전 가해자로부터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 셈입니다. 미국 벤틀리법과 상당히 유사한데, 확정 판결이 나면 법원이 가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아서 유자녀, 유자녀 부모나 후견인한테 송금을 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또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면 가압류 같은 강제집행도 할 수가 있고요, 또 가해자가 수감 중이라도 석방 뒤에 6개월 안에는 무조건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을 했습니다.]
Q. 음주 사고 유자녀들 반응은?
[하정연 기자 : 아무래도 피해자들은 문제 제기와 입법 취지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여전히 상당히 많이 힘들다고 토로를 했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박철의 씨는 한 가지를 저희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박철의/음주운전 피해 유족 : 보상을 확실히 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에 앞서서 단속하는 시스템이나 (음주운전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그런 제도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해요.]
[하정연 기자 : 365일 상시 단속을 해달라는 당부였는데 어떤 배상이나 보상도 유가족들의 상처를 지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박찬근, 하정연 기자(ge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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