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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포켓이슈] '불공정'이 관행?…창작자 울리는 저작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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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최근 별세했습니다.

그는 생전 저작권 소송 문제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요.

'검정고무신'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작가는 2019년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형설앤 측으로부터 고소당합니다.

업체의 허락 없이 작가가 개인 활동에 캐릭터를 썼다는 건데요.

손해배상 청구액은 무려 2억8천600만원.

원작자가 제작사의 허락을 받아 캐릭터를 써야 한다?

문제는 '불공정 계약'에 있습니다.

출판사나 제작사가 협상력이 약한 작가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을 맺는 것은 문화예술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힙니다.

계약 때 출판사가 작가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이후 저작물 이용으로 생기는 수익은 회사가 갖는 거죠.

이 작가는 '검정고무신' 4기를 만들 때까지 4년간 고작 435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큰 사랑을 받은 동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도 신인 시절 저작권 전체를 회사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는데요.

'구름빵'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무려 4천400억원.

하지만 백 작가가 손에 쥔 수익금은 2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이런 계약이 이뤄지는 걸까요?

회사 측은 출판물이 돈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약하기 때문에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는 장치로 보는데요.

실제로 백 작가가 불공정 계약이 문제라며 저작권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웹툰협회 법률 자문인 장철영 변호사는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저작권 양도가) 장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불공정 계약이라고 뒤늦게 느끼더라도 계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차 저작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데요.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을 고치도록 하고 있으나 관행은 여전한 상황.

정부는 창작자 권리 보호 장치를 강화해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막겠다고 나섰습니다.

표준계약서에 작가가 저작물을 변형·각색할 권리를 담는 거죠.

이렇게 되면 작가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은 저작권 양도 자체가 불가능하고, 미국은 '양도 종결권'이 존재합니다.

최근 흥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처럼 원작자가 직접 연출과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죠.

정 변호사는 "작가들이 표준계약서를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직능단체가 계약 체결 과정에 개입해서 작가의 교섭력을 보완하는 게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죠.

작가가 자신의 캐릭터를 잃지 않도록 공정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이인해 인턴기자 오유빈 크리에이터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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