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산발적 소규모 시위 잇달아…쓰레기 더미에 불지르기도
프랑스 파리 길거리에 쌓인 쓰레기에 붙은 불 |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 법안이 2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하원의 문턱을 넘자 전역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열렸다.
이날 하원에서 야당이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자, 정부가 마련한 연금개혁 법안은 표결 없이 자동으로 하원을 통과한 효력을 가지게 됐다.
이날 오후 7시께 중도·좌파 야당이 제출한 불신임안이 과반에서 9표가 모자라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리 보방 광장에 시위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러한 시위는 하원 맞은편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려왔으나, 경찰이 최근 이를 금지하면서 하원과 가까운 보방 광장으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다른 야당과 공동 발의한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의원들도 광장으로 나와 대열에 합류했다.
보방 광장에서 시위가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해산에 들어갔다.
경찰이 경찰차를 세워놓은 채 통행을 제한하면서 예정에 없던 시위는 비교적 차분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파리 다른 곳에서 밤늦게까지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오페라 광장 근처에는 쓰레기 수거업체 파업으로 길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파리 시청 근처 샤틀레, 시위가 자주 열리는 바스티유 광장 등에서도 시위대가 불을 내거나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경찰은 최루가스 등을 사용하며 이들을 해산시켰다.
프랑스 파리 보방 광장을 차단한 경찰 |
연금개혁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나서 밤사이 파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240건이 넘고, 경찰은 234명을 체포했다고 프랑스앵포 방송이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경찰이 체포한 사람은 287명이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자의적으로 시위 참가자를 체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로랑 누녜즈 파리 경찰청장은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정당하지 않은 체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와 디종, 북부 릴 등지에서도 예고에 없던 시위가 열려 쓰레기통이 불에 타거나 건물 외관이 망가지고 광고판이 부서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정부가 헌법 제49조3항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에서 신고하지 않고 열린 시위가 1천200건에 달하며, 이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9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원 부결 가능성을 우려해 표결을 건너뛰고 연금 개혁을 강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침묵을 깨고 22일 오후 1시 방송으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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