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지연·지진세 용처·부실공사 정황 놓고 비판 비등
튀르키예 내 트위터·틱톡 접근제한…'비판 봉쇄 시도' 의심
지진 피해현장 둘러보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 |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김동호 기자 = 강진 이후 튀르키예 당국의 대응을 놓고 비판이 비등하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해 대응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이 정도 규모의 재해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발언해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트위터와 틱톡 등 소셜 미디어로 참상이 생생하게 전해지면서 정부 비판 여론이 끓어오르자 이 서비스들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남부 하타이주(州) 등 주요 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국 대응과 관련해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현재 상황은 명백하다"며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있기는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그 어떤 시민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통받는 이들이 없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등 재난상황 관리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정부가 재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일부 부정한 사람들이 정부를 향해 허위 비방을 늘어놓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튀르키예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지도자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는 "만약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한 사람 꼽는다면 에르도안"이라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에르도안은 "지금은 단결과 연대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럴 때 순전히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의적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이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의심할 여지 없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지진이 일으킨 파괴가 워낙 대규모이고 광범위했던데다가 기상 악조건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1천350만명이 사는 500km 지역에 지진 피해를 겪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우리는 국가와 민족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재난 지역에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하타이는 터키 10개 주(州)에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생존자 끌어안는 에르도안 대통령 |
AFP통신을 통해 전해진 현지 당국과 구조대 집계에 따르면 9일 오전까지 숨진 튀르키예 주민은 1만2천873명, 시리아 주민은 3천162명이며, 이를 합한 양국 사망자 수는 1만6천35명이다.
현재 튀르키예에서는 구조작업 지연, 지난 20여 년간 징수한 '지진세'(공식 명칭 '특별통신세')의 불분명한 용처, 속절없이 무너진 건물들의 부실공사 정황 등을 놓고 주민들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CNN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강력한 지진으로 마을들이 무너져내리며 대중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말라티아 주민 사비하 알리나크는 "국가는 어디에 있나? 이틀 동안 어디에 있던 것인가? 우리 스스로 구조 작업을 하겠다고, 우리가 할 수 있다고, 그들(당국)에게 빌고 있는 지경"이라고 로이터통신 기자에게 말했다.
퇴직한 전기기술자 아지즈 카라베크메즈(68)는 CNN에 정부가 하는 일 없이 돈을 거둬가고 있다며 "(부상자 구출과 시신 수습을 위해) 일선에서 잔해를 뒤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카자흐인들과 외국 자원봉사자들이고, 튀르키예인들이 아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일을 할 줄을 모른다. 왜 그런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엔지니어로 일하다 은퇴했다는 메흐메트 알리 카라베크메즈(70)도 "그들(튀르키예 당국)이 우리 돈을 꿀꺽해버렸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튀르키예 당국은 8일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당국은 트위터 측으로부터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나서 9일 새벽에야 차단을 해제키로 했다고 국영 아나돌루 통신이 9일 전했다.
틱톡 역시 이날 튀르키예 접속이 막혔으며 이후 차단이 풀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트위터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막혀 있던 트위터에 대한 튀르키예 내 접근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통보를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트윗으로 밝혔다.
튀르키예 당국은 트위터와 틱톡 국내 이용 봉쇄 조치를 내린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으로 보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혹한 재난 현장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증폭되자 이를 막으려 했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k@yna.co.kr,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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