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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튀르키예 강진] '산넘어산' 각국 지원 줄잇지만 현장 못닿는 구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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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훼손·악천후·항구파손 탓 육해공 모두 정체

생존자마저 2차 재난…구조현장선 '이미 늦었다' 분노

연합뉴스

잔해 더미 근처에서 노숙하는 지진 피해자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터키)에 세계 각국 구호물자가 쇄도하지만 정작 현장 전달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BBC방송 등에 따르면 국제 구호단체들은 구호물자 확보보다 기간시설이 파괴된 지역까지 운송을 더 큰 난제로 본다.

현재 튀르키예 상황을 보면 땅길, 바닷길, 하늘길이 모두 심하게 정체를 빚고 있다.

지난 6일 규모 7.8 지진과 추가 강진, 여진으로 튀르키예 주요 도로와 교량이 무너졌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지고 눈까지 내려 육로 이동은 더 험난해졌다.

국제구호 비영리재단 '다이렉트 릴리프'의 댄 하비 긴급대응 국장은 "다른 재난보다 지진 때 어려움이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공급사슬 리스크를 분석하는 업체인 '에버스트림 애널리틱스'는 해상, 항공 운송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해지로 통하는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 항구는 지진 때 주변 도로가 파괴되고 컨테이너가 넘어져 폭발까지 발생하는 통에 운영을 중단했다.

튀르키예의 다수 공항은 지진 발생 전 악천후 때문에 잔뜩 정체된 물자에 대처하느라 구호품을 다룰 여력이 줄었다.

구조·수색 요원을 실은 항공기가 더 급해 화물기가 차순위로 밀리면서 어려움을 더한다는 관측도 있다.

대형재난 뒤에 온정 때문에 으레 뒤따르는 관행도 구호품 정체에 한몫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비 국장은 수신자를 명기하지 않고 선의로 보낸 구호품의 경우 공항에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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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구호물품 준비하는 유엔 산하기구 인력들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구호품의 총체적 정체 때문에 피해지에서는 지진의 직접 충격을 가까스로 피한 생존자들까지도 위기에 몰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해지에 물, 식량, 연료 등 필수품이 떨어져 생존자들이 2차 재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WHO는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남부, 시리아 북부에서 지진의 직간접 피해를 본 인구를 2천30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강진으로 취약해진 건물이 여진이나 자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붕괴할 가능성 때문에 강추위 속에 노숙한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피난처, 의약품 공급, 물, 식량을 적시에 보급할 기회의 창이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깨끗한 물, 담요, 위생이 보장되는 피난처가 가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할 구호물자라고 설명했다.

잔해 속에 갇힌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려는 필사적 수색이 이뤄지는 현장에서는 이미 좌절과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 등지에는 구급차 등 물자가 부족해 시신이 몇 시간씩 거리에 방치됐다.

망치 같은 도구로 잔햇더미를 치워가며 가족 시신을 손으로 파내는 이들도 목격됐다.

부족한 물자를 생존자 구조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구호요원들의 방침 때문에 빚어진 사태였다.

잔해 속에 있는 생존자의 구조 요청 목소리가 지원 정체로 점점 희미해지다 사라진 곳들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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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원들을 기다리는 지진 피해자 가족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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