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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잇따르는 '빈곤 추락'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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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헬스장을 운영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결국 문을 닫았던 한 부부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빚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먼저 편광현 기자입니다.

<기자>

빌라 현관 우편함에 전기와 가스 요금 연체 고지서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카드 대금의 상환을 독촉하며 법적 조치를 경고하는 통지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5일 오전, 이곳에 함께 살던 4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집안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메모장에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빚도 생기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웃들은 지난해 12월쯤 부부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웃 주민 : 우편물이 좀 이렇게 여러 장 쌓여 있는 걸 내가 봤죠. 그래서 어디 해외에 갔나 이렇게 생각했죠.]

경찰 조사 결과, 헬스장을 운영하던 부부는 코로나로 경영난을 겪다 결국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고자인 집주인은 월세가 3개월간 밀리고 연락도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부부가 사업 실패로 인한 빚과 생활고에 급격히 시달렸고, 가압류 통지까지 받는 한계 상황에 몰린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관할 관청에 긴급 복지 지원 등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었고 주민센터에서도 이들의 위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 : (위기 가구 발굴) 대상도 아니고 사실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거기 빌라 자체가 이렇게 외부인이 들어갈 수가 없는 구조예요.]

우편함에 놓인 통지서의 가압류 시작 날짜는 지난달 18일이었습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VJ : 노재민)

<앵커>

정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어려운 가구보다는 그래도 형편이 조금 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보신 것처럼 이렇게 위기를 맞고 있는 사례가 요즘 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먼저 도와줄 방법은 없을지, 계속해서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에 살던 70대 어머니와 40대 딸은 지난달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 끼쳐서 미안하다"는 글을 남긴 채였습니다.

[이웃 주민 : 서울에서 동대문에서 이불 장사한다고 하더만, 딸은. 여기저기서 액수는 모르지만 (이웃들에게 돈을) 많이 빌렸는가봐.]

함께 살던 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해 나가면서부터는 차상위계층에서도 제외돼 월 27만 원 정도였던 지원마저 끊겼습니다.

가스나 수도가 끊기고 건강보험료나 통신비 등이 체납되면 정부가 이른바 '위기 가구'로 발굴하는 단계를 밟게 되는데, 이 가족이 공과금은 밀리지 않고 납부하면서 위기 가구로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관리비가 장기간 미납돼 전기가 끊길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이 집.

[관리사무소 직원 : 행방이 묘연하니까 도움 줄 수 있냐고 (경찰에) 그 연락만 드린 겁니다.]

지난 6일, 이 신고에 경찰과 소방당국이 창문을 뜯고 들어가 보니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초 1억 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집이 가압류에 이어 경매까지 넘어간 상황이었는데 복지 지원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최근 나타나는 위기의 징후들은 지속적인 생활고가 원인이 됐던 과거 사례와는 달리, 갑작스럽게 위기에 봉착한 뒤 헤어 나올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가계 부채가 폭등한 것과 그걸 전통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었던 가족 관계의 와해, 그래서 이분들이 사회적 고립에 빠지면서 이분들은 아예 제도 밖에 있는 거죠.]

행정당국은 실질적인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해 "노후 주택 거주자를 중심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인력상의 한계 등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윤태호, VJ : 김종갑)

<앵커>

이 내용 취재한 편광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빈곤 추락' 늘고 있나?

[편광현 기자 :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중산층으로 살다가 갑자기 위기 가구로 추락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코로나와 금리 인상 등으로 촉발된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 앞선 사례처럼 자영업자들이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2020년 1분기 700조 원이던 자영업자 대출은 2022년 3분기 1천조를 넘겼습니다. 그사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배 이상 올랐는데 수입은 줄고 상환 부담은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는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Q. 위기 포착 방법은?

[편광현 기자 :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18개 기관에서 34개의 위기 지표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공과금 체납, 단전, 단수 등이 지표인데, 이들 가운데 일부를 3개월 이상 체납하면 위기 가구로 지정돼 긴급 생계지원금 등을 주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로도 파악되지 않는 빈곤 추락 위기 가구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차상위계층인 성남 모녀 사건처럼 공과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경우가 대표적인데, 지표의 보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윤태호)
편광현, 박하정 기자(ghp@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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