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표명에도 美 공세 계속…中, '저지선' 그으며 "중국위협 과장" 주장
미국의 공세 방어하며 러시아 등 '진영 내' 국가들과 관계 강화할 듯
美 "中 정찰 풍선 본토 상공서 포착" |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정찰 풍선' 사태로 대미 외교에서 한층 더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올해 중국은 경제 회생을 우선순위로 삼아 그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대외관계의 핵심인 미중관계를 원만히 관리하려는 듯 대미 유화 공세를 이어가던 중 만만치 않은 벽을 만난 모습이다.
중국은 베이징 시간 기준으로 '정찰 풍선' 관련 미국 측 발표가 나온 당일인 3일 미국이 지목한 비행체가 '기상관측에 주로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라며 미국 진입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다.
그와 더불어 편서풍과 비행선의 통제력 상실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미국 진입이었다며 '영공 침입'이 아닌 '표류'였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적절한 처리를 위해 미국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목한 '정찰 의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비행선이 중국 것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중국 나름대로는 신속하게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당초 5∼6일(현지시간)로 잡았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계획을 전격적으로 연기하는 동시에 중국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때까지 계속 문제 삼을 태세를 보이면서 중국의 구상은 꼬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것이 중국의 정찰 풍선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중관계는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와 대만, 신장 인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서 중국 견제의 고삐를 당기고, 중국은 그것을 방어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의 미중 고위급 협의가 될 수 있었던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중국 입장에서 미국 측 중국 견제의 예봉을 둔화시킬 기회로 여길 법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 |
그런 중요한 시점에 발생한 '정찰 풍선' 문제는 중국에 결정적인 '자책골'이 된 양상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대중국 공세의 칼자루를 쥐도록 해준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안을 일부 시인하고 유감까지 표명했음에도 미국이 비행체의 용도에 대한 문제 제기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중국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일단 '정찰 의도'가 없었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에서 중국은 더 이상 물러나지 않겠다며 '저지선'을 치는 모양새다.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3일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어떤 근거 없는 억측과 허위 선전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외교부는 4일 대변인 명의로 "미국 일부 정객과 매체가 이번 일을 구실 삼아 중국을 공격하고 먹칠하는 데 대해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각각 밝혔다.
또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사안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4일 "사실관계가 규명되기 전에 미군과 미국 언론은 중국이 정탐 활동을 했다고 비판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최근 미국이 군사, 과학기술, 외교, 대만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핵심 우려 사항 등 영역에서 대중국 봉쇄를 위해 취한 강도 높은 조치의 일환"이라며 "'중국 위협'에 대한 과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은 정찰 풍선 문제가 제기된 당일인 3일 오후 외국에 부과하는 미국의 제재 문제를 비판한 '확대관할(long arm jurisdiction·일국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것)' 관련 4천여 자 분량 보고서를 발표하며 자국 내 대미 경계 여론을 일깨우려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당분간 중국은 미국의 계속될 공세를 방어하며 역공 기회를 노리는 한편, 러시아를 비롯한 '자기 진영' 국가들과의 관계 다지기를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을 2∼3일 러시아에 파견해 고위급 협의를 진행한 사실을 4일 공개한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외무장관 만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오른쪽) |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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