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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中, 사우디 발판 삼아 중동에 '성큼'…미중경쟁서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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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문 계기에 경제·정무 포괄적 협력 강화 합의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환대하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야]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을 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수도 리야드에서 환대하고 있다. 시 주석은 오는 10일까지 사우디에 머물며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할 예정이다. 2022.12.08 clynnkim@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영향력이 퇴조한 중동에서 사실상 '도원결의'를 했다.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면서 도출한 합의는 그만큼 실질적인 동시에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우선 경제면에서 양측은 그린 수소·태양광·건설·정보통신·클라우드·의료·교통·건설 등 분야에 걸쳐 총액 1천100억 리얄(약 38조6천억원·사우디 국영 SPA통신 보도 기준) 규모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사우디에 클라우드 및 초고속 인터넷 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이 협정에 포함됐다.

중국과의 전략경쟁의 일부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사실상 '주홍글씨'를 붙이며 동맹국들에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화웨이에 대형 프로젝트를 안긴 것은 상징성이 컸다.

또 사우디는 석유 시대 이후를 대비한 산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 중인 대규모 국책 사업인 '비전 2030'의 파트너로 중국을 적극 초대한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사우디의 '비전 2030', '녹색 중동'과 같은 일련의 주요 개발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고 사우디의 산업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한다고 했고, 빈 살만 왕세자는 "더 많은 중국 기업이 사우디 산업화에 적극 참여하고 사우디의 주요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프로젝트 협력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화답했다.

양국 간 교역의 중추 격인 원유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사우디와 에너지 정책 관련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원유 무역 규모를 확대하며 탐사 및 개발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러시아와 더불어 양대 원유 도입처인 사우디와의 에너지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경제뿐 아니라 정무 면에서도 양측은 격년제로 양국을 오가며 셔틀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고, 양국 고위급 공동위원회를 총리급으로 격상키로 하는 등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내실을 다졌다.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우디는 아랍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중요한 일원이자 다극화 세계에서 중요한 독립 세력"이라며 "중동지역 내 중국의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사우디가 국가 주권·안보·안정을 수호하고 자국의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계속 가도록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하나의 중국 원칙, 중국의 주권, 안보, 영토 보전을 확고히 지지하며, 극단주의 제거를 위한 중국의 조치와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인권 등의 명목으로 외부 세력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과 사우디의 밀월 기류는 상호 전략적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보인다.

사우디 입장에서 이란을 견제해주는 대가로 안보를 보장받았던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뺀 채 관심을 대중국 견제에 쏟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역외 균형자'로 중국을 초대하려 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원유 생산 정책 관련 이견 등으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껄끄러워진 상황도 고려 요소였을 수 있다.

'이념보다 발전'을 추구하는데다, 권위주의 성향을 공통분모로 가진 중국 자체가 협력 파트너로서 사우디에 매력적인 면이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미국에 대한 '지렛대'가 되는 효과를 의식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 약화와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악화로 생긴 중동에서의 전략적 공간에 발을 들이는 모양새다.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에서 중국이 미국이 해온 군사적 역할을 대신할 의지는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이나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잡고 있는 중동 국가들을 자국에 대한 동조 세력으로 만드는 데는 관심이 적지 않아 보인다.

더 나아가 자국의 전략 안보상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더 적극적으로 중동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특히 사우디와의 협력 강화는 중국의 전략 안보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은 대만 해협 유사시 서방의 전면적 제재에 봉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제재 동참 요구를 거부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채널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그런 측면에서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는 물론 국가안보 전반에 걸친 의미가 작지 않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회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사우디 국왕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8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양국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직접 서명했다. 시 주석은 다음 날인 9일 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 참가할 예정이다. 2022.12.09 clynnkim@yna.co.kr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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