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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삶] 금태섭 "한국에 파시즘적 광풍 불어닥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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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과감한 인적쇄신으로 국민 마음 움직여야"

"아버지는 농부의 아들…난 금수저 아닌 평범가정 출신"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금태섭(55)은 한국 정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치인들이 국가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자기 진영의 기득권 지키기에 몰입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정치문화가 지속하면 한국에 파시즘적 광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검찰을 거쳐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상황실장,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강서갑), 국민의힘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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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수학여행에서 금태섭
[본인 제공]


--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나.

▲ 할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고, 아버지는 9남매 중 둘째였다. 아버지 형제 중에는 초등학교밖에 못 나오신 분도 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다닐 때 기성회비를 못 내서 졸업 앨범이 없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서울의 친척 집을 전전하면서 중고등학교에 다녔다. 할아버지는 기성회비를 못 내는 게 미안해서 열심히 아버지 학교에 찾아오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게 싫었던 기억이 있어서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절대 오지 않으셨다. 내가 정치권에서 금수저로 알려졌는데, 평범한 집안 출신이다.

-- 아버지가 법조인이었나.

▲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아버지는 지금의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사로 일하시다 유신정권 시절 사법파동 때에 쫓겨났다. 당시 사법파동은 반정부 시위를 한 학생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들에게 재임용 탈락 조처를 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후에 변호사 생활을 했고 고향인 경기도 용인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낙선 이후에는 더는 출마하지 않고 변호사 생활을 하셨다.

--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하셨나.

▲ 어머니의 아버지, 즉 외할아버지는 작은 농기구 소매업을 하셨다. 어머니는 직업을 갖지 않고 우리 세 남매를 돌보셨다.

-- 아내는 어떻게 만났나.

▲ 아내는 여의도 고등학교 동창이다. 학교 다닐 때는 아내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고 대학교에 가서 고교 동문회를 하다 만났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고교 동창인데, 같은 반에 있지 않아서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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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금태섭
[촬영 정한솔]


-- 대학교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했나.

▲ 하지 않았다. 다만, 학생운동을 하는 친구들과 굉장히 친했다. 나도 심정적으로는 그쪽으로 마음이 갔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선배들로부터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책을 통해 운동권의 기초적 이론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권 이론이나 주장에 동조할 수 없었다. 당시 운동권에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계열이 있었는데 양쪽 다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다치고 고생하고 희생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미안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대학 시절, 주로 무엇을 하며 지냈나.

▲ (시대 상황이 좋지 않아서) 고시 공부를 할 수도 없었다. 대학 시절 4년간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가 참 아쉽다.

-- 고시 공부는 언제부터 했나.

▲ 대학교를 졸업해야 했던 해부터 친구들과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넘어져서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그다음 해에 사법시험 2차까지 통과됐다. 당시 사법연수원을 함께 다녔던 사람이 원희룡(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이상민(현 민주당 의원) 등이다.

-- 법조인이 되는 것을 아버지가 권했나.

▲ 아버지는 초등학교 시절 특정 시험에서 경기도 수석을 했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만큼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나에게 법대에 가라고 권한 적이 없다. 내가 법대에 들어간 이후에 법률가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아버지가 나한테 무엇을 할 것인지 물은 적이 있다. 몸을 다친 내가 누워서 비디오를 열심히 봤을 때인데,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가 난생처음으로 크게 화를 내셨다. 한번 마음을 먹었으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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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김종인과 조찬 회동하는 금태섭
[연합뉴스 자료사진]


-- 어릴 때 스케이팅을 했다던데.

▲ 스케이트도 타고 수영도 했다. 스케이팅 시합에도 나갔다. 당시에는 A조와 B조로 나뉘었다. A조는 프로페셔널한 선수들이다. 그때 A조에서 우승했던 사람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여러 개 땄던 김기훈이다. 나는 B조에서 1등을 했다. B조는 동네 스포츠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 취미는 무엇인가.

▲ 어릴 때부터 소설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읽는 책의 80%가 소설이다. 어떤 정치인은 연극을 열심히 보고 김대중, 박근혜 전 대통령은 TV 프로그램인 '동물의 왕국'을 열심히 봤다고 한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법이나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에 관한 사회과학인데,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다. 소설책이 여기에 도움을 준다.

-- 책을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 화제가 되는 책은 꾸준히 산다. 알라딘과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1년에 한 번씩 통계를 내는데, 내가 책을 많이 산 사람 상위권에 들기도 한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다른 것은 너한테 해줄 수 없어도 책 사는 것은 다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본인이 학교 다닐 때 돈이 없어서 책을 못 샀던 기억 때문에 그러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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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금태섭 공동선대위원장에게 당 점퍼 입혀주는 오세훈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 글 쓰는 것을 좋아하나.

▲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글쓰기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유형의 소설가들이 있는데, 나는 이야기꾼을 부러워하고 존경한다. 대표적인 이야기꾼 작가로는 찰스 디킨스가 있다.

-- 술·담배는 하나.

▲ 사람들은 내가 담배를 안 피울 것 같다고 한다.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고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피우고 있다. 고교 시절에는 점퍼에 라이터를 달고 다녀도 선생님은 내가 담배를 피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담배 피우는 다른 친구들이 억울해했다. 술은 엄청나게 잘 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좋아한다. 나는 술꾼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 대학 시절 아팠던 기억 때문에 건강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집에 바벨을 사다 놓고 근육운동을 열심히 한다. 자전거는 몇 년 전까지 탔는데, 작은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아이가 사고를 겪은 후부터는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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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식에서 금태섭
[본인 제공]


-- 삶의 원칙은 무엇인가.

▲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오늘 열심히 살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가망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돌파구가 보이기도 한다. 나는 하루하루 변화하는 삶,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 본인의 이념적 지향은 무엇인가.

▲ 굳이 분류한다면 자유민주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가 학교에서 1일 교사를 하신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칠판에 지구를 그려놓고는 "한 사람의 인생은 이 지구 전체보다 무겁다"고 하셨다. 나는 개인의 삶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률가로 일할 때도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다.

-- 한국에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가 출현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생각지도 못했던 주장을 들고서는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런 파시즘적 광풍이 몰아치면 가장 힘들고 위태로워지는 것이 약자다. 나는 그런 사태가 걱정된다.

전 세계는 위태롭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주장하는 것을 보면 논리가 없다. 과거 사회주의 시절에는 이데올로기적 논리가 있었으나 지금은 '우리가 힘이 세다'는 것밖에는 없다.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많은 실패를 했다. 금융위기도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도 엉뚱한 사람이 튀어나올 수 있고, 그쪽으로 확 쏠려갈 가능성이 있다.

-- 자기 원칙이 강해서 몸담은 조직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어렵지 않나.

▲ 그렇지 않다. 나는 소속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방법이 다를 뿐이다. 내가 검찰청에 근무할 때 한겨레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기고해서 파장이 일었는데, 검찰을 사랑해서 그렇게 했다. 나는 원래 검찰에 뼈를 묻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 검찰이 국민에게 멸시당하고 신뢰를 못 받는데, 어떻게 개선할까 하는 생각에서 한 일이다.

민주당 시절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해서 강성 지지층에 찍히고 민주당 주류하고도 사이가 안 좋아졌다. 공수처를 반대해서 징계까지 받았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판하는데, 민주당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제퍼슨은 "비판은 가장 고귀한 형태의 애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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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포럼에서 대화 나누는 김동연, 진중권, 금태섭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검찰 생활은 어떠했나.

▲ 검찰에서 좋은 선후배들을 많이 만났다. 사회생활을 검찰에서 배운 셈이다. 중수부에 파견 나가서 이용호게이트, 대통령 아들들 사건 수사팀에서 일했다. 직전의 검찰총장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해서 유죄판결을 끌어냈다.

-- 검찰에서는 왜 나왔나.

▲ 한겨레신문 기고 사건을 계기로 검찰 지휘부가 나를 총무부에 발령냈다. 수사가 아닌 행정업무를 하는 곳이다. 이 부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좋은 자리다. 문제는 나한테는 업무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보냈다는 점이다. 내가 지각하든, 일찍 퇴근하든, 아무도 터치를 하지 않았다. 당시 총무부장이었던 선배 검사가 좋은 분이어서 잘 지내기는 했다. 전자결재가 올라오면 서명하는 일을 했다.

어느 날 그것마저 하지 말라는 지시가 검찰 지휘부에서 내려왔다. 온종일 그냥 앉아 있었다. 정부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해 사표를 쓰게 됐다.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지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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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합격후 독일 배낭여행 중인 금태섭
[본인 제공]


-- 검찰은 특권층이라고 생각하는가.

▲ 검찰의 힘이 너무 강하다. 우리나라 검찰은 이상하게 사회가 움직이는 방향 자체를 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는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가장 큰 국제검사회의 실무를 총괄한 적이 있다. 당시 90개국의 검사 500여 명이 한국에 왔다. 외국 검사들은 한국 검찰을 부러워했다. 힘이 세다는 것이다. 나는 이게 비정상적이라고 본다.

-- 왜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못 대고 죽은 권력에만 손대나.

▲ 출세하고 싶어 하는 일부 검사들이 정치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그걸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선거 때마다 검찰개혁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이든, 국민의 힘이든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선진국에서는 선거 때 검찰개혁이란 말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쓸데없는 권한이 없고, 본연의 업무만 하기 때문이다.

-- 검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없나.

▲ 검사들이 개인적으로 출세를 하려고 시도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돼도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권력기관을 담당한 사람이 선의를 갖고 일을 해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검찰 권한을 줄여야 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사실상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다. 다른 나라에 그런 검찰청은 없다. 그렇게 방대한 인원이 있는 검찰청은 경찰이라고 봐야 한다. 검찰의 본연의 임무는 수사가 아니다. 수사는 경찰이 하는 것이고. 검찰은 그걸 통제하는 권한을 가지면 된다.

-- 공수처는 해산해야 한다고 했는데.

▲ 공수처는 없애야 한다. 공수처라는 기능 조직은 전 세계에서, 역사상 어디에도 없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공무원이 8천 명 정도 된다. 그중에 3분의 2 가량인 5천500명이 판검사다. 사법의 독립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공수처는 옛날 안기부처럼 될 수 있다. 공수처를 만든 민주당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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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기자회견 중인 안철수 대통령후보 캠프의 금태섭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본인은 정치가 적성에 맞나.

▲ 2012년 안철수 대통령 후보 캠프에 7명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정치가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캠프 사람들도 나에게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 민주당이 이름과 달리 비민주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예전에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였는데, 이제는 이해관계로 얽힌 집단이 돼버렸다. 말을 못 하게 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일수록 당론으로 묶으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권을 잡는 데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정권을 잡는 데 유리한 것이 맞나.

▲ 민주당이 억압적인 모습을 보이고, 이견을 통제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는 방식이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는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 민주당이 이긴 것은 코로나 때문인데, 그런 전략 때문에 이겼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반성이 없고 그런 방향으로 강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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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열린 더불어민주당 뉴파티특별위원회 출범회의에서 발언하는 금태섭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본인은 문자 2만 건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맞는가.

▲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가족들과 이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차에서 '드드드' 소리가 났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했더니 휴대전화에 문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문자가 대량으로 들어오면 메시지가 순서대로 뜨는 게 아니라 화면이 물레방아처럼 돌다가 뭘 눌러도 작동이 안 된다. 그러다 휴대전화가 뜨거워지면서 꺼진다. 배터리가 소진되는 것이다.

-- 항의 전화도 받는가.

▲ 상대방(금태섭)이 문자폭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한밤중에도 전화한다. 내가 어쩌다 받으면 깜짝 놀란다. 내가 찬찬히 설명해주면 "생각이 같아지지 않지만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 민주당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나.

▲ 내가 알기로는 없다. 선거 국면 등에서 주요 정치인들이 한마디씩 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다. 위증, 무고, 문서위조를 했던 사람이 법무부의 수장이 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민주당에서는 그런 행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인 고려인가.

▲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그것 자체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잘못일지는 몰라도 상대방(국민의 힘)은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민주당에 소속돼 있던 시절에 내가 조국 사태를 비판하면 내부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느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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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2차토론에 참석한 안철수와 금태섭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금 여당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는 것은 정당으로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을 영입해서 정권을 잡은 것 외에는 사람, 조직, 문화, 강령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 정부도 문제인가.

▲ 집권하는 동안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제시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는 있다. 그렇다면 수십 년간 보수정당이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런 메시지나 목표가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이 몇 달 후에 당 대표를 뽑는다고 하는데,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욕하는 것밖에는 내세우는 것이 없다. 윤 대통령은 돌파력이나 실행력이 큰 강점이다. 나머지 분들이 토론을 거쳐 정책 방향을 만들어 내야 한다.

-- 본인이라면 지금 무엇을 하겠는가.

▲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출발한다고 느낄 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 윤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고, 실수를 교정할 수 있으며, 문제점을 고쳐나갈 수 있다는 이미지를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상치 못한 조처를 해야 한다. 전면적인 인적 쇄신 특히 검찰 출신들을 전면적으로 퇴진시키는 조치를 하면 국민의 마음이 움직인다.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계속 가면 2년 후 총선에서 이기기 힘들 것이다.

물론, 윤 대통령은 능력이 있는 검사들을 등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법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차이가 있다. 보는 시각과 지향점이 다르다. 법을 다루던 사람이 정치를 하려면 상당 기간의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일시에 검사들이 나와서 주요 포스트에 있으면 정치가 작동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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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중인 금태섭
[촬영 정한솔]


--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한 번 정도의 기회는 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기회가 될지 그때까지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

-- 민주당에 돌아갈 생각은 없나.

▲ 나는 민주당에서 탈당했고, 민주당이 정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 그렇지만 사람의 거취는 분명해야 한다. 한번 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에 정말 염증을 느끼겠지만, 정치는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같이 살아가는 사람 중에 없어도 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아무리 의견이 다르고 밉더라도 저 사람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취재지원 정한솔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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