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남북러 가스관' 文탈원전 꿈…위험한 안보거래 "지금 獨 보라" [임명묵의 댓글 읽어드립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고발한다' 필진이 자신의 칼럼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고 생각을 나누는 콘텐트인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댓글 읽어드립니다'를 비정기적으로 내보냅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에서 아시아 지역학을 공부하고 있는 임명묵 작가가 주인공입니다. 임 작가가 쓴 '살 떨리는 獨패착...文도 성공했다면 韓 안보위기 휘청였을 것' 칼럼에 달린 댓글에 그가 직접 답변해드립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유럽 연합(EU)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했고, 이로 인해 석유와 가스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임명묵 작가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난방 온도를 통제하고 전기를 아끼는 방식으로 이 위기를 견디자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난 10여년 간 독일이 추진해온 잘못된 에너지 정책 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독일은 환경 운동 진영의 입김이 세 탈석탄·탈원전을 하면서 값싼 러시아 가스를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는데, 러시아가 에너지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간과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임 작가는 "문재인 정부 역시 독일 같은 방식을 실제로 실현하려고 했기에 남 이야기가 아니다"며 "언제든 안보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에 우리 편이 아닌 상대편에게 에너지 공급망을 의존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꼴의 정책을 추진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는 독자가 있는 한편, "러시아랑 거래하면 우리나라도 거래처 하나 더 생겨서 에너지 공급에 안정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독자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임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영상을 통해 만나보세요.

Q : 박근혜가 시작한 아이디어 문이 물려받은 것임. 게다가 결국 실현 안 됐음. 즉 한국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잘 작동했다는 말. '실현됐더라면~'하고 소설 쓴 후 욕하는 건 뭐냐? (hjan***)

A : 문재인 정부에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안 한 것인지 아니면 계속하려다가 못한 것인지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칼럼에도 썼지만 문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김부겸은 올 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기 직전까지도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죠. 그러면 전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민이 정책을 평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런 논의는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실수를 돌아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러시아산 싼 가스를 들여오면 문제가 되지? 거래처 하나 늘린 건데 (chlw***)

A : 문 정부에서 단순히 거래처를 하나 늘리는 차원을 넘어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과 에너지 믹스 자체를 바꾸려 했다는 정황이 매우 많습니다. 탈원전 한 후 그 빈자리를 러시아 가스로 채운 게 독일 정책이었고 한국도 이런 정책을 내세웠으니까요.

Q : 러시아와 가스전 연결하면 우리나라의 자원 안정성이 올라가는 거 아니냐? (ysle***)

A : 러시아가 안정적으로 공급해준다면 안정성이 올라가는 게 맞죠. 그런데 한국이 정치적, 외교적으로 러시아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전제가 숨어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EU에 속해있지만 엄청난 친(親)러 정책을 펼치며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헝가리같이 행동할지, 아니면 '우리는 저 나라랑 같이 못 갈 것 같아'라고 말하는 폴란드같이 행동할지는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에 달린 거죠.

Q : 남북 파이프라인 건설을 경제 관점으로만 보는 건 좀 아니죠. 한반도 급변 사태 시 중국의 북한 침입을 막을 수 있는 키로 봐야죠. 만약 중국이 북한에 들어온다면 러시아는 가스 명분으로 중국을 제지할 수 있는 유일한 키가 됩니다. (good***)

A : 노무현 시대나 이명박 시대 때 이런 구상이 통했죠. 그런데 지난 2014년 크림 사태가 발발하고 서방이 경제 제재로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이 상당히 강화됐습니다. 만약에 급변 사태가 일어난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힘을 합쳐 한국을 압박하는 게 더 현실성이 있을 겁니다. 러시아랑 중국이 사이가 껄끄럽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어떤 희망 같아요.

Q : 식량과 에너지를 타국에 의존하게 되면 그 자체가 주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며, 주권을 상실하는 것은 타국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seol***)

A : 요즘 같은 세상에서 무역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어요. 특히 식량과 에너지는 한국이 자급자족할 수 없으니 당연히 어느 정도는 의지해야죠.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는 자기들이 주도할 수 있는 질서를 원하니까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공급망은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등에 대해 더 활발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 공산당, 사회주의 국가는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이들이 일반 상식보다 더 정치적이고 비 신뢰라는 것은 역사가 말하고 있으니 이런 나라와 무역할 때는 최악을 대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yush***)

A : 러시아가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죠. 다만 상하이협력기구 등을 통해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가속하고 있는 국가들은 대체로 무역을 통한 신뢰 관계보다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약소국 입장에서는 (협력하기) 쉽지 않긴 합니다. 그런 점에서 경계하긴 해야죠.

■ 임명묵의 원 픽(PICK)

결론은 원전으로 마무리 하자는거지? (75sm***)

그렇죠. 아무래도 한국은 자체적인 원전 기술력도 있고 에너지 수요는 점점 많아질 텐데, 원전이 우리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니까요. 원전의 중요성을 이번에 독일이 겪는 위기를 통해서 많이들 깨달았을 거 같아요. 사실 원전도 환상의 에너지는 아니긴 해요. 환경 문제를 넘어서 농축 우라늄(원자력 발전의 주 원료)같은 것도 러시아가 시장에서 많이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원전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거라 예상합니다.

임명묵 작가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