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서 열려… 정부 안이한 대응 비난 봇물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낙관론을 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규모, 증가속도로 볼 때 위기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너무 낙관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는 3월 말 기준 962조원이다. 자영업자 부채를 포함하면 11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줄기차게 증가한 결과다.
경제수장 총출동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서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현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허정호 기자 |
◆가계부채, 위기상황은 아니다?
규모도 그렇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더욱 심각한 지표다. 2008년 말 149.7%에서 해마다 상승해 지난해 말 163.8%까지 치솟았다. 빚을 갚을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2008년 132.7%에서 2011년 말 119.6%로 떨어뜨린 미국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가계부채를 줄인 반면 한국은 지속적으로 키운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정부 5년간 가계 몫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비정규직이 늘면서 고용의 질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2007년 61.1%인 노동소득분배율은 이명박정부 들어 하락이 가속화해 2010년 58.9%로 60% 선이 무너져버렸다. 같은 기간 미국은 60% 후반 대에서 움직였다. 노동소득분배율이란 기업이익 중 근로자 임금으로 돌아가는 몫의 비율을 말한다.
◆“가계부채는 정책실패”
이명박정부 당시 통화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놓쳐 가계부채를 키웠다는 게 정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을 비롯해 친박근혜 진영의 대체적 견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의원 시절인 2011년 6월 “뒤늦은 금리정책 탓에 가계부채가 악화했다”며 김중수 한은 총재를 몰아세운 적이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 10년간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확대됐다. 노무현정부는 뛰는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거꾸로 이명박정부는 집값을 띄우려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두 정부 모두 정책 실패를 겪으며 가계부채를 키운 것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가계부채는 어느 정권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뾰족한 해법은 없다
한은은 컨틴전시 플랜 필요성을 지적했다. “주택가격 급락 등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할 경우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논란이 뒤따를, 쉽지 않은 해법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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