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최영미 “윤재순 시, 잠재적 성범죄자 특징 보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이 과거에 쓴 시에 성추행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영미 시인은 “잠재적인 성범죄자의 특징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국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며 문학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최 시인은 1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이런 분을 나라를 대표하는 비서실의 비서관으로 앉혀야 되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시인은 윤 비서관의 시에 대해 “확실히 제 취향은 아니다. 주관적인 기준에서는 시라기보다는 산문에 가까운 글이었다”며 “어떤 창의적 표현도 거의 없고 재치나 은유나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조금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비서관이 이런 시를 쓰게 된 이유는) 제가 머릿속에 안 들어가 봤으니 모른다”면서도 “개인적 추측인데 제가 시 속에서 읽은 것은 어떤 욕망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에 자신의 욕망을 삐뚤어진 방식으로 배출하는 청소년기 자아가 고착된 사례, 그런 어떤 남성의 내밀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시인도 한 사회 구성원이고 어떤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최 시인은 문제가 된 구절을 언급하면서 “이분이 좀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분이구나 (생각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분들 가운데 성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은 분들이 있다”며 “제가 보기에는 교육의 문제다. 소년기에 고착된 성에 대한 욕망, 그것에 대한 인지가 글로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비서관의 시는 성추행 가해자의 무례함을 풍자하려는 의도’라는 일부 옹호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구차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최 시인은 “풍자라는 것은 빗대어 표현하는 것인데 그분이 쓴 글은 빗대어 표현한 게 아니다. 그냥 그대로를 썼다”며 “풍자라면 위트나 유머가 있어야 되는데 어떤 풍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보는 분들의 기본적 문학적 소양에 대해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미투 운동 이전의 시이기 때문에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시기를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최 시인은 “1994년에 이미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다. 이미 그때부터 성추행은 범죄였다”며 “이분이 공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법 이전에 도덕적 판단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가 된 시는 윤 비서관이 2002년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펴낸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 실렸다. ‘전동차에서’라는 제목의 시에는 “전동차에서만은 /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 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 /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 / 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 / 다음 정거장을 기다릴 뿐 / 아무런 말이 없어요”라는 구절이 담겼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윤 비서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비서관은 성폭력적인 신체 접촉과 언행으로 두 번이나 경고를 받았다. 윤 비서관은 자신의 시집에 지하철 전동차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라며 지하철 성추행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시를 실었다. 그것은 문학이라 할 수 없는 정말 끔찍한 인식”이라고 했다.

홍서윤 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징계 전력을 모를 수 없다. 대통령실은 경고는 정식 징계가 아니라며 두둔한다. 결국 성희롱과 성추행 사실을 알면서도 발탁했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국민의힘 정권은 성 비위에 관대하냐. 측근이면 모든 것이 예외 적용되는 것이냐. 성비위 인사를 강행해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했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