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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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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형사부 “검수완박 했으면 n번방·정인이사건 진상규명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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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경찰의 과잉·부실수사 여부 판단하는 역할”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피해자 구제 어려워”

“개정안 적용되면 경찰 기록만으로 혐의 판단해야”

“어려운 쟁점 있는 사안 실체 규명에 한계”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선 가운데, 일선 검사들은 검수완박이 야기할 부작용을 설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안처리를 제도적으로 막을 만한 복안이 없는 만큼 대국민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데일리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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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형사부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 대해 경찰의 과잉·부실수사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아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며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사건의 실체·진실를 밝히거나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형사부는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폐지됐다고 가정할 경우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정인이 사건 △n번방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을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형사부는 먼저 전 연인에게 결별을 통보받은 범인이 전 연인의 중학생 아들을 허리띠로 목 졸라 살해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사건 당시 공범 2명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겼지만, 검사는 살해 도구 DNA 감식 등 과학수사를 통해 공범 모두의 가담 사실을 규명해냈다.

형사부는 “검수완박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구속사건에 대해 10일 이내에 오로지 경찰이 만든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며 “개정안이 적용됐다면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는 경찰 기록만을 기초로 혐의 유무를 판단하고, 불충분한 증거 때문에 공소유지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부는 양모가 16개월 입양아를 살해한 ‘정인이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검찰은 피의자 조사, 의료자문위원 감정, 대검 통합심리분석,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양부의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 인지하고, 췌장 절단 등 복부 손상을 밝혀 죄명을 살인죄로 변경했고 양모는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형사부는 “개정안에 따르면 구속 기간 10일 내 추가 수사 없이 경찰이 보낸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아동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전문가 감정 등 추가 수사를 할 수 없어 정인이 같은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주빈 등 공범들이 총 74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n번방 사건’에 대해서는 “개정안 발동시 검사는 일체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사건 검토 중 추가 범죄사실을 확인해도 인지해 기소할 수 없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성착취 범죄집단임을 규명할 수 없으므로 조주빈 같은 주범이라도 중형 대신 단순 성착취범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가습기살균제에 따른 폐손상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전담팀에 속한 10여명의 검사가 수개월간 이 사건에만 매달린 끝에 가습기살균제가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폐질환의 원인이라는 사실, 제조업체에서 실험 결과를 은폐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학적 인과관계 등 어려운 쟁점이 있는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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