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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구글 인앱결제 강제 ‘꼼수’에 콘텐츠 가격 인상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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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구글 앱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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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음원·웹툰·웹소설 등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서비스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구글이 다음 달 1일부터 최대 30% 수수료를 매기는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고,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은 자사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은 평균 두 자릿수 수수료율을 그대로 감당할 수 없어, 소비자가 지불할 콘텐츠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인앱결제를 의무화한 애플 iOS 앱들은 최대 30% 수수료가 요금에 반영돼 있는데, 안드로이드 앱에도 이런 변화가 따를 수밖에 없을 거란 반응이다. 다만 급격한 요금 인상으로 나올 소비자 반발을 의식해, 구글 정책 변경일이 임박한 이날까지도 대부분 요금 인상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정책이 시행되면 앱마켓 ‘구글플레이’에 앱을 유통하고 앱 안에서 게임·콘텐츠 등 디지털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개발사는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시스템을 탑재해야 한다. 개발사의 선택에 따라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시스템을 추가로 둘 수 있다. 두 결제방식은 각각 이용자 결제액의 10~30%, 6~26%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수수료율은 콘텐츠 종류마다 다른데 웹툰이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기준 15%다. 수수료 부담이 적거나 없는 웹사이트 결제(아웃링크) 등 다른 결제방식을 앱 안에 추가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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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플레이 인앱결제'와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 방식을 안내하는 앱 UI 예시. /구글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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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업체 웨이브, 티빙, 시즌은 안드로이드 앱에서의 정기구독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웹 결제 상품은 그대로 두고 안드로이드 앱에서 바로 결제 가능한 인앱결제 상품을 추가하는데, 인앱결제 상품은 웹 결제 상품보다 수수료만큼 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것이다.

시즌은 최근 앱 공지를 통해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적용으로 인해 시즌 안드로이드 앱에서 제공하는 상품 가격과 콘텐츠 구매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라며 “세부 내용은 상반기 중 추가 공지하겠다”라고 했다. 시즌 관계자는 “요금제 변경 내용은 요금 인상이나 (간접적인 인상 방식인) 이용권 등급 조정 등으로 검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인앱결제 의무화로 업체 입장에서 수수료가 생긴다고 해도 요금 인상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업체가 수수료를 스스로 감당하고 이용자 요금은 동결할 수도 있다”라며 “다만 OTT 플랫폼은 네트워크 사용료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정 비용이 많아 요금을 동결하기엔 마진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세 업체는 요금제 개편 시점에 대해선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인앱결제 사용이 의무화하지만 실질적인 제재 조치인 앱마켓 퇴출은 6월부터 이뤄지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더 지켜보고 대응하려는 걸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를 감안하고 수수료를 그대로 부담할 순 없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건 다들 알지만, 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 역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먼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보고 있는 만큼, 향후 방통위의 제재로 구글 정책이 바뀌어 수수료 부담이 적은 새로운 결제방식이 추가될 일말의 가능성에도 업체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한 번의 결제로 정기구독이 가능한 OTT는 넷플릭스 방식의 대응도 가능하긴 하다. 넷플릭스의 안드로이드와 iOS 앱은 결제 기능이 없고 웹으로 결제한 이용권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무료 뷰어(viewer) 역할로만 운영되고 있어, 인앱결제 탑재 의무도 없다. 다만 국내 OTT 업체들은 이런 대응책을 따라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넷플릭스와 달리 자사 앱에 결제 기능을 아예 빼버리면 소비자 불편이 가중돼 오히려 실적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양대 스토리(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하는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다음 달 당장 웹툰·웹소설 이용 요금제 개편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웹툰·웹소설 작품은 한 편마다 이용자가 앱으로 즉각 구매해야 해서 웹 결제를 이용하기가 특히 번거롭기 때문에, 양사는 OTT 업체들보다 구글 정책을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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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의 작품 열람에 필요한 디지털 재화 '쿠키' 구매 페이지.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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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스트리밍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KT의 자회사 지니는 구글 방침대로 다음 달 인앱결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당장은 요금 인상 없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당분간은 수수료 부담을 직접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의 멜론과 NHN 벅스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플로는 “이달 말 결제방식 전체를 개편할 예정이다”라며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인앱결제 상품에 한해 불가피하게 서비스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이다. 당분간은 인앱결제 상품에 30% 수수료 적용이 불가피할 걸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구글은 자사 정책이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인앱결제를 포함한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따라 원래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한 가지만 허용하려던 걸, ‘개발자 제공 인앱결제’란 추가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방통위는 구글 정책이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위반이라고 보고 최근 구글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시행령은 ‘특정한 결제방식에 비해 다른 결제방식에 접근하는 절차를 어렵게 만드는 행위’도 금지행위로 규정하는데, 웹 결제에 대한 이용자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여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시정 요구에 구글은 웹 결제 사용이 ‘구글플레이 서비스 이용료(수수료)를 면탈하는 행위’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고 방통위는 전했다. 방통위는 구글을 상대로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 법적 제재를 가하기 위한 사실조사 착수를 검토 중이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앱마켓 사업자는 위반 기간, 위반 행위 관련 국내 사업 매출의 2%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앱마켓 사업자가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과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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