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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반색"·"불안"·"숨통"…방역패스 중단 첫날 각기 다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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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몰릴 때 체온 체크, 안심콜, 접종 확인까지 하다보니 장사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마음 편히 손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부가 넉 달 가까이 이어오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잠정 중단한 첫날인 1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 일대 한 식당에서는 QR코드를 찍지 않아도 된다는 직원의 안내에 손님 대부분은 불편함이 해소됐다며 반색했다.

점심시간 일대 식당에서는 QR체크인 없이 자유롭게 시민들의 출입이 이뤄지고 있었다.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꺼내 QR체크인 기기를 찾는 손님도 많았다. ‘이제는 QR체크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당 직원 안내에 손님들은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체크한 뒤 손소독만 하고 내부로 입장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방역패스를 일시 중단한 대구에서는 이날부터 방역패스 인증 모니터가 사라진 식당도 적지 않는 등 빠르게 정착하는 모습이다. 한 고깃집 주인은 “손님들에게 QR코드 해 달라는 말을 안 하니까 속이 시원하다”면서 “방역패스 중단 덕분인지 평소 휴일보다는 손님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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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시행이 중단된 1일 점심시간 종로구의 한 식당에 백신접종 QR코드 인증을 위해 마련된 휴대기기가 꺼진 채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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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66)씨는 “방역패스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되는데도 인력을 한 명 늘렸다”며 “일도 줄었지만 방역패스 확인하다 손님이랑 감정 상할 일도 없고, 발길 돌리는 손님도 없어질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패스 일시중단’ 조치와 함께 영업 시간 제한 조치도 풀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매출 회복은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광주의 한 식당가 주인은 “방역패스는 매출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식사 인원과 영업 시간을 해제해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충북 음성군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방역패스 중단은 좋은 데 밤 10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오미크론 확산세를 봤을 때 의미가 없는 정책”이라며 “이제는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풀고 개인 방역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지금처럼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대거 확진자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방역패스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엄 교수는 “(방역패스 중단이) 최소한 전파 예방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청·장년층의 3차 백신 접종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일 새학기 개학을 앞두고 전면등교, 재량등교 등 혼선이 빚어진 교육현장에선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에 사는 심모(51·여)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개학을 앞두고 안절부절 못했다. 한달 전에 아들이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서 10일간 치료를 받았다. 가족중 한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 가족 전체의 생활과 리듬이 깨진데다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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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거나 대기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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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씨는 허약한 체질의 아들이 개학 후 또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아들에게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수차례 읽어주며 반드시 지킬 것을 신신 당부했다. 정부의 느슨해진 방역수칙도 그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는 “확산 속도가 빠른 오미크론을 학교에서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개인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45)는 “정부에서 감염병 전파를 우려해 2년간 비대면 수업을 유지하며 어린 학생들에게 피해를 강요했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 등 모든 교육 현장이 마찬가지다. 그러는 동안 학력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낸 상황에서 단계적 또는 특별한 대응책 없이 방역패스를 해제한다는 건 이제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감염병 확산에 손을 놓겠다는 의미로 들릴 뿐”이라고 꼬집었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방역패스를 중단한 것은 잘못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예방의학)는 “정부는 치명률이 낮고 위중증 병상에 여유가 있으니 괜찮다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100여명의 사망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이들 모두가 예방가능한 사망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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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만5890명으로 집계된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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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2년이 넘어가면서 한계상황에 달한 최일선 방역 담당자들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파견 소식에 반색하는 모습이다. 파견 공무원은 주로 기초역학조사 업무에 투입돼 확진자들의 인적사항, 가족관계, 고위험시설근무나 거주 여부, 예방접종과 기저질환 유무 파악 등의 업무를 한다. 대구 수성구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보건소 인력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달라붙어 일을 하고 있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인력이 더 충원되면 업무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50명을 지원 받는 충남 천안시 관계자는 “직원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 공무원들의 지원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공무원 36명을 지원받는 충북 청주시 한 보건소 관계자는 “최근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 발급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력이 부족했다”며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발급 중단과 중앙부처에서 인력으로 업무의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파견인력이 코로나19 대응에는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천안시 한 공무원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천안시의 경우 중앙부처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파견공무원들의 출퇴근에 문제가 없겠지만 자신이 거주하는 곳과 먼 지자체로 파견을 나가는 공무원들은 주거문제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것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울산·광주·천안·청주·인천=김덕용·이보람·한현묵·김정모·윤교근·강승훈 기자,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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