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어 쓰러진 나무… 운전자에겐 '날벼락'
배달 기사 박병선 씨, 다리·허리 등 다쳐
배상금 못 받아 치료비 자비 부담…입원도 포기
[앵커]
안양시의 한 도로 위로 가로수가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날벼락 같은 사고에 지나가던 배달 기사가 크게 다쳐 일도 못 하게 됐는데, 보험금 지급 규정 때문에 치료비를 내기 힘들어 입원도 포기했습니다.
제보는 Y, 홍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양시의 3차선 도로.
'플라타너스'로 불리는 버즘나무가 점점 기울어지더니, 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로 쓰러지고 맙니다.
"어어!!"
앞서 가던 오토바이는 아슬아슬하게 나무를 피했지만,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오토바이 한 대가 쓰러진 나무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부러진 나무가 서 있던 자립니다.
심어진 지 30년이 넘으면서, 나무 윗부분은 텅 비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나무가 부러진 자리엔 이런 나무 조각만 뒹굴고 있습니다.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한 건 배달 기사 49살 박병선 씨.
나무를 들이받고 땅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목과 허리, 다리를 다쳐 전치 2주 넘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박병선 / 피해 배달기사 :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제 앞에 스치면서 '꽝'하고 소리가 나면서 정신을 잃어버렸어요. 황당했죠.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느낌이었죠.]
지금까지 치료에 들어간 돈만 80만 원.
하지만 아직 피해 배상금을 받지 못해 이 비용은 고스란히 박 씨 부담이 됐습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데다 쉬는 동안 일감이 끊길까 봐 입원도 포기한 박 씨는 다리를 절며 다시 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박병선 / 피해 배달기사 : 점심 저녁 시간에는 (주문이) 많이 밀리거든요. 그런데 고객님들이 너무 독촉하시니까…. 지나가다가 나무만 보면 쓰러지지 않을까 계속 쳐다보면서 가게 됩니다.]
가로수를 포함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물은 이로 인한 피해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돼 있습니다.
다만, 배상금을 줄 때는 정확한 피해 금액이 정해져야 피해자에게 지급한다고 약관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치료가 완전히 끝난 뒤 구청에 청구해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안양시 동안구청 관계자 :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해당 손해사정인이 최종적으로 판단해서 종결 처리를 합니다. 미리 얼마를 지급하는 건 아니고요.]
피해자가 신청하면 보험사가 전체 치료비를 예상해 절반을 미리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긴 하지만, 보험을 제공하는 공제회 측은 어느 정도 치료가 진행돼야 전체 치료비를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절반 지급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관계자 : 피해자분의 피해 금액이 바로 사고 순간에 확정되는 경우면 좋겠지만, 안 그런 경우도 많거든요. 그 경우에 대해서 도움을 드리고 있는 경우는 없는데요.]
박 씨 같은 사례를 구제할 수 있게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관 예산으로 지원금을 일부라도 먼저 지급한 뒤 추후 보험사에 청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성희 /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 : 결국은 책임이 지자체에 있는 건데, 지자체가 보험을 들어서 배상하는 방식이잖아요. 특히 저소득층이나 이런 사람들에게는 보험의 효과, 배상의 효과가 발생하기 어려우니, 시간의 간격만큼은 지자체가 다른 방식으로….]
배상금 우선 지급을 논의하지 않던 안양시 동안구청은 YTN 취재가 시작되자 미리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사고 2주 만에 배상금 액수를 결정했습니다.
YTN 홍민기[hongmg122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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