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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스트레이트] 횡령죄 총수일가가 ESG 책임자?…커지는 'ESG워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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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ESG 경영이라는게 단순히 착한기업 되겠다, 라는 다짐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저렇게 해외 투자기관들이 압박을 해오는군요…

◀ 성장경 ▶

그러니까요, 투자기관들이 ESG를 단순히 참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안 하면 투자금을 빼겠다…

이런 거니까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겠죠.

◀ 곽승규 ▶

그렇습니다.

ESG 경영이 그냥 기업 윤리 차원의 개념인 단계는 지났습니다.

이젠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 된 거죠.

◀ 허일후 ▶

이걸 보니까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ESG경영하겠다고 홍보하는 게, 이해가 되네요.

◀ 성장경 ▶

그렇죠.

그런데 중요한 건 말 보다는 정말 잘 실천하고 있느냐…

이거 아니겠습니까.

◀ 곽승규 ▶

네 기업들이 ESG를 중시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까, 정말 실천할 의지가 있는건지, 너무 알맹이가 없는건 아닌지 의심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공항.

프랑스 국적기인 에어프랑스 여객기를 녹색으로 칠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공항에 기습적으로 들어가 벌인 행동이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탄소감축 정책을 펴겠다고 해놓고서, 탄소배출이 많은 항공기 운항은 감축하지 않는 점을 비판한 겁니다.

지난 2월 경기도 분당의 두산중공업 사옥 앞.

두산이라는 글자가 적힌 조형물이 순식간에 녹색 페인트로 뒤덮였습니다.

두산 중공업은 베트남에 새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회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은 그러면서 녹색 기업, 친환경 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은 두산 120년 역사의 오명이 될 것입니다."

겉으로만 환경을 위하는 척한다,

실제로는 아닌데 기업 이미지만 친환경으로 세탁하려드는 이른바 '그린워싱' 행태를 비판한 겁니다.

그래서 시위에 사용된 페인트 색깔도 그린워싱을 꼬집기 위해 녹색이 쓰였습니다.

최근에는 이 그린워싱과 비슷한 의미로 'ESG워싱'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ESG란 말을 내세워 포장만 그럴 듯 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비판하는 말입니다.

[권승문/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위원]
"'우리는 친환경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활동도 하고 사회적인 책임지는 활동도 합니다.'라고 광고는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 그런 것들을 주로 그린워싱, 최근에는 ESG워싱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최근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 그 실천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먼저, 불닭볶음면을 히트시켰던 식품업계 강자 삼양식품.

지난해, 오너 일가인 전인장 회장이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부인 김정수 총괄사장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습니다.

(판결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정수/삼양식품 총괄사장]
"죄송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법원 판결직후 거액의 퇴직금을 받고 회사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남편인 전 회장은 퇴직금과 급여를 합해 141억원, 부인 김 사장도 44억 원을 회사에서 받아갔습니다.

그런데, 1년이 채 안 된 지난해 말, 부인 김정수 사장이 회사로 슬그머니 복귀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 3월엔 회사에 신설된 ESG 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 때문에 ESG조직을 새로 만드는 걸 빌미로 불명예 퇴진한 오너일가를 복귀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지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횡령이라는 건 도둑질을 한 거잖아요. 진정한 ESG 경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한 걸음 멀어지는 그냥 'ESG 위원회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ESG 경영하고 있어.' 그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측은 "김정수 총괄사장이 ESG 경영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면서 외부 ESG 평가등급도 상향됐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홍보영상까지 만들며 ESG 경영 선언식까지 열었던 하나금융지주, 최근 ESG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함영주 부회장을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함영주 부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부실한 파생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금감원 으로부터 중징계도 받았는데, 오히려 윤리경영에 고용평등까지 챙기는 ESG총괄에 오른 겁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채용 비리 혐의는 재판이 진행중일 뿐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고, 금감원 징계 역시 가처분소송에서 승소해 효력이 정지된 상태"라며 함 부회장이 ESG 조직을 총괄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지난달 자사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했던 남양유업.

사람에게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동물실험 데이터를 과장해 발표하면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5월 4일)]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불과 한달 전.

남양유업은 ESG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ESG경영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말로는 ESG경영을 한다더니 오히려 소비자를 기만한 걸로 드러나면서 비판도 더 커졌습니다

기업경영 분야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ESG라는 이름이 붙은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올바른ESG' 'ESG성장리더스'… 모두 ESG를 표방한다는 펀드들입니다.

ESG라는 명칭을 사용한 이 펀드는 어떤 회사들에 투자했을까.

펀드금액의 25%를 넘는 가장 많은 돈은 삼성전자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뒤이에 SK하이닉스, 카카오, 삼성SDI, 네이버 순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같은 금융기관에서 내놓은, ESG란 이름이 붙지 않은 다른 펀드의 투자처를 살펴봤습니다.

역시 가장 많은 돈이 삼성전자에 투자됐고 두 번째도 SK하이닉스 였습니다.

삼성SDI 대신 LG화학이 들어왔을뿐, ESG 펀드와 일반 펀드가 투자한 상위 5개 기업 중 4개가 같았습니다.

다른 금융회사가 내놓은 상품들도 대부분 대기업에 투자가 집중돼 일반펀드와 차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금융회사 직원]
"기업 분석이랑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서 ESG 평가 요소를 감안해서 판단을 한다는 의미고 절대적으로 ESG 등급이나 순서에 따라서 포트폴리오 구성한다는 의미가 사실 아니거든요."

한 금융분석 사이트의 집계 결과 국내주식형 펀드에선 올해들어 지금까지 4천3백억 원 넘게 빠져나가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ESG라는 이름이 붙은 주식형 펀드들엔 투자금이 5천7백억원 이상 늘어났습니다.

ESG를 표방한 펀드가 그만큼 잘 팔렸다는 걸로 볼 수 있는 겁니다.

금감원은 이름에 ESG를 붙인 펀드의 상당수가 소비자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품이라고 보고, 최근 금융사들에 공문을 보내 주의를 권고했습니다.

구체적인 투자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채 단순히 ESG 요소를 반영하겠다고만 홍보하는 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곽승규 기자(heartis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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