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돌아가는 국민의힘 '당권시계'…주호영 결단 변수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6일 조기 퇴진 의사를 밝혔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까지 역할을 남겨둔 상황에서 당 대표 도전 시기 등에 이목이 쏠린다. /남윤호 기자

'중진' 정진석 불출마…'초선 대표론'도 주목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조기 퇴진하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당권주자인 주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당내 거취 결정 요구에 대해 '조기 퇴진'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속히 원내대표를 뽑고, 전당대회해서 대선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조기퇴진을 하기로 했다"면서도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선 "전혀 하지 않았다. 제가 원내대표 직책을 가지고 있을 때는 원내대표를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주 대표 권한대행과 '단일화설'이 제기된 정진석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작은 이득, 알량한 기득권을 앞세워 분열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모처럼 우리에게 준 신뢰를 순식간에 거둬가 버릴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당의 단합과 결속"이라며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당내 최다선 의원인 정진석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 후보군이 좁혀진 가운데 초선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윤호 기자

그동안 당내 재선의원 등은 주 대표 권한대행의 거취를 요구해왔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5일 SNS에 올린 글에서 "주 권한대행의 시간 끌기로 혁신 논의를 하기도 전 당권 다툼만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당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본인 거취를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가장 급박한 전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주 대표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엔 조경태·홍문표·권영세·윤영석·김웅 의원 등과 함께 경쟁할 예정이다.

주 대표 권한대행 측은 출마선언 등에 대해 "지침을 받거나 말씀을 들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주 대표 권한대행이 직접 "후임 대표 선출까지 업무 처리는 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전당대회 공정성 문제와 관련한 당내 여론을 살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용퇴론이 나오니까 말을 아끼는 것"이라며 "사퇴하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또 여러가지 논란이 있을 것 같으니 얘기를 안 하는 거다. 원내대표 내려놓고 또 당 대표에 나오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 게 별로 의미가 없어지지 않나"라고 분석했다.

당권 출마 의지를 보이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신사적인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정정당당하게 가는 게 깔끔할 거다. 원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나가기 전에 전당대회 일정을 잡아 놓고 나갔어야 한다.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정상적인 체제로 준비해놓고 나가셨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초선의원이 대표직을 맡아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웅 의원은 출마 준비에 나섰고, 윤희숙·김은혜 의원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변화된 모습을 위해 초·재선 의원이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4일 오후 열린 초선의원 간담회. /남윤호 기자

최 교수는 차기 당 대표에 대해 "초선이 됐건 재선이 됐건 당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 정신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젊은 정치인이 나오는 게 좋다. 그래야지 당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다"며 "매일 듣던 이름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초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재선 정도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다른 전문가도 '초선 대표론'에 힘을 실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지금 기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 명 정도는 살신성인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살신성인이란 윤희숙 의원이나 김웅 의원을 밀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그 사람들이 정치력은 없다. 인지도도 없지만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초선이 당 대표가 되면 사람들이 신선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다만 대선은 못할 거다. 전권을 주고 선대위원장을 모셔와야 한다. 선대위원장이 후보 선택부터 관리하면 된다. 그렇게 투트랙으로 가면 좋다"고 조언했다.

출마 의지를 밝힌 김 의원은 상당수 초선 의원들과 의견을 공유하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당장 초선들이 움직이는 것도 같이 이야기하면서 하고 있는 거다. 정책적인 것부터 사소한 것들, 출마 시기 등도 함께 나누고 있다. 다들 먼저 와서 같이 분위기를 잡고 해보자고 제안도 해온다"고 설명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