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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겨울잠, 봄꿈 / 정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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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894년 갑오년 4월 전봉준은 농민군을 이끌고 전주성을 점령했다. 그를 필두로 한 동학농민군은 계속 승리를 거뒀고 그 기세가 점점 높아져 갔다. 하지만 청군과 일본군이 조선 땅에 발을 들이자 정부로부터 시정개혁에 대한 약속을 받고 해산했다. 일본의 내정간섭에 그는 다시 일어났으나 우금치에서 일본군의 기관총에 패하고 부하의 밀고로 붙잡힌다.

대하소설 <동학제>로 동학 이야기를 그렸던 작가 한승원의 <겨울잠, 봄꿈>은 패장의 죽음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1894년 겨울 전봉준이 전라도 순창에서 잡혀 한양으로 압송되고 이듬해 봄 처형될 때까지의 천릿길 여정을 사실에 기반해 그려낸다.

패장 전봉준의 모습은 무참하다.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 그는 재갈을 물리고 포승에 묶인 채 가마에 실려 한양길에 오른다. 그를 호위하는 일본군 병사들은 가는 동안 조선 백성들의 곡식을 빼앗고 닭과 돼지를 잡는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가마꾼이 부상을 입거나 몸살감기에라도 걸려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처단하고 가까운 마을의 장정을 새로운 가마꾼으로 징발하고는 한다. 반복적인 일과처럼 되풀이되는 패악질을 꼼짝없이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내년은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난 지 120주년 되는 해다. 60년이 두 번이니 2주갑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지만 소설이 돋보기로 비춘 침략자의 맨얼굴은 하나도 변치 않았다. 작가는 임진왜란 이래 이어져온 정한세력이 현대로 이어져 정치권력화됐고 결국 독도 문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엔화 약세로 일본 봄나들이가 늘어난 요즘 젊은이들이 여행 가이드북과 함께 짧고 간결한 문체로 쓰인 소설을 들고 갔으면 한다. 작가의 말대로 다 읽고 나면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 들 것이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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