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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김정남의 월가브리핑]한산한 게임스탑 매장들…증시 폭락 전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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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게임스탑 매장들 둘러보니

손님들 거의 없어…주가 물음엔 웃음만

게임스탑 '쩐의 전쟁' 앞으로 더 격화

'폭락 우려' 최대 관심은 전체 지수 여파

아직 강세론 우위지만…위태위태한 시장

버블 화두 떠오른 월가, 게임스탑 주시

이데일리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월가는 지난주 그야말로 격변의 연속이었습니다. 한물 간 회사처럼 여겨졌던 오프라인 비디오게임 유통체인 게임스탑 때문인데요. 게임스탑 회사 자체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지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투자자들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를 끌어올리자 눈독을 들이던 대형 공매도 헤지펀드들이 가세하면서, 두 세력 사이의 ‘쩐의 전쟁’이 벌어진 건데요. 게임스탑의 유통주식 물량 대비 공매도 잔량은 한때 높게는 140%가 넘었습니다. 지난주 5거래일간 게임스탑 주가는 399.92%(65.01달러→325.00달러) 폭등했습니다.

기자는 지난 30일 오후(현지시간) 뉴저지주 잉글우드에 위치한 한 게임스탑 매장을 찾아봤습니다. 실내는 얼추 10평 남짓 돼 보여서 넓지 않았고,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직원 두 명을 제외하면 손님들은 없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기를 비롯해서 스위치, 게임팩 등을 주로 팔았고요. 게임 캐릭터와 관련한 모자, 티셔츠, 피규어 등을 함께 판매했습니다. 딱 봐도 동네의 작은 게임 가게였습니다. 게임스탑은 한때 미국 게임 유통의 최강자였습니다. 한국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게임시장이 급성장했는데, 미국은 비디오게임이 주류였고 그 중심에 게임스탑이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미국 역시 점점 온라인 중심으로 게임시장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게임스탑은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회사로 전락한 건데요. 게임스탑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건 매해 줄어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보면 알 수 있고요. 기자가 일부 게임스탑 매장을 둘러보니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매장 직원에게 요즘 주가 폭등을 물어보니 “자세히는 잘 모르고 있다”며 웃더군요. 개미와 헤지펀드간 ‘쩐의 전쟁’은 실제 현장과는 동떨어진 얘기인 것 같았습니다.

게임스탑뿐만 아닙니다. 공매도 세력들이 깊숙이 들어온 종목들의 주가는 일제히 극한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탓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관 체인 AMC의 경우 지난주 277.78% 상승(3.51달러→13.26달러)했습니다. 요즘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극장가 인근은 썰렁하기 그지 없습니다.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주가 상승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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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 인근 한 게임스탑 매장 내부가 썰렁하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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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투자의 특징 ‘손실률 무한대’

이번주 <월가브리핑>에서는 공매도의 중요한 포인트를 설명할까 합니다. 우리가 보통 현물 주식에 투자할 때는 주가가 오른다는 기대를 갖고 매수하는 겁니다. 10달러에 사서 20달러에 판다면 10달러의 수익을 보는 겁니다. 그런데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하는데 베팅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A사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면요. 그 회사의 주가가 10달러 정도인데, 헤지펀드 B사가 A사를 분석해보니 아무리 따져봐도 적정주가는 3달러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면 B사는 A사의 주가가 예상보다 높으니 그냥 본체만체 하는 게 아닙니다. 10달러와 3달러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려고 하는데, 그게 공매도의 기본 원리입니다. B사는 A사의 주식을 10달러에 빌려서 다시 파는, 다시 말해 공매도에 나서는 겁니다.

그 이후 상황은 두 가지일 겁니다. 먼저 예상대로 주가가 내리는 경우입니다. B사의 기업분석처럼 3달러로 내렸다고 가정하면요. 그러면 B사는 이 주식을 3달러에 사서 10달러에 빌렸던 주식을 갚는 겁니다. 보통의 주식 투자와 순서만 바뀌었을 뿐 결과적으로는 3달러에 매수해서 10달러에 매도하는 것이지요. 7달러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10주를 공매도 했다면 70달러를 버는 것이고요.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여기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생략합니다.)

하지만 주가가 뛸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20달러까지 오른 후 B사가 부담을 느껴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겠다고 하면요. 그러면 20달러에 주식을 사서 10달러에 빌렸던 주식을 갚는 겁니다. 20달러에 매수해서 10달러에 매도하니, 10달러의 손실을 보는 겁니다. (이 경우 역시 이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니 실제 손실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주가가 10달러에서 20달러로 천천히 오르는 게 아니라 갑자기 100달러, 200달러, 300달러 이런 식으로 폭등하는 경우입니다. 투자 전략을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서 당황하기 마련이겠지요. 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즉 주식을 빨리 갚아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겁니다. 이게 숏 스퀴즈에 걸린 겁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공매도 세력뿐만 아니라 보통 투자자들의 매수 경쟁이 붙겠지요.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겁니다. 지금 게임스탑 사태가 딱 이런 사례입니다. 우리가 평소 주식 투자를 할 때는 10달러짜리가 휴지조각이 되면 100% 손실률을 보며 끝나는 데요. 그러나 공매도는 다릅니다. 게임스탑처럼 주가가 끝모르고 치솟으면 이론적으로 손실률은 무한대입니다. 이게 공매도의 무서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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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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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 사태, 3대지수에 영향 줄까

게임스탑에 대량 공매도를 쳤던 멜빈캐피털과 시트론리서치는 지난주 숏 포지션을 청산했습니다. 월가의 유명 공매도 투자자인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 대표는 지난 29일 오전 자사 유튜브 계정 영상에 나와서 “앞으로는 숏 리포트(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고 롱 리포트(매수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게임스탑 사태 때문에 사업 방향을 아예 바꿔버린 겁니다. 그래서 지금 개미들의 승리가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은 것 같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주 게임스탑 공매도 잔량은 8% 줄어드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90% 이상의 공매도 포지션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겁니다. S3 파트너스는 신규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리는 이자가 50%라고 전했습니다. 그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자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신규 공매도에 나서려는 헤지펀드들이 줄을 섰다는 겁니다. 지난해 게임스탑 주가는 4~5달러 정도했습니다. 속된 말로 ‘잡주’였지요. 최근 높게는 500달러 가까이 했으니, 버티기만 하면 무조건 큰 수익을 볼 수 있다는 헤지펀드들의 판단은 일리가 있는 겁니다. 공매도 세력에 분노하고 있는 열혈 개미들은 더욱 전의를 불사를 수 있겠지요. 이건 결국 이번주 역시 게임스탑을 비롯한 일부 과열주들이 월가를 시끄럽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개미와 헤지펀드간 2라운드 대결의 결과는 예측이 어려운 영역이긴 합니디만, 지난주보다 더 한 혈전이 벌어질 수 있어 보입니다.

월가 안팎의 최대 관심사는 전체 지수의 영향일 겁니다. 지난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만선이 깨진 2만9982.62를 기록하며 3.27% 내렸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3.31%, 3.49% 내렸고요. 이걸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월가는 아직 강세론이 다소 우위입니다. 실제 지수를 움직인다는 초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게임스탑 사태를 두고 투자 움직임을 바꾸고 있지는 않습니다. ‘증시판 비트코인’처럼 보는 느낌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주가지수가 움직이는 건 투자 주체별로 순서 같은 게 있습니다. 가장 먼저 사고 파는데 민감한 이들은 개인투자자이고요. 그 다음은 헤지펀드입니다. 그 다음에서야 기관투자자로 불리는 대형 자산운용사 등입니다. 가장 엉덩이가 무거운 곳은 국부펀드 등인데, 그건 너무 먼 얘기이고요. 추세적인 상승장 혹은 하락장을 말할 때 일종의 기준은 대형 기관투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게임스탑 사태로 주가가 갑자기 폭락한다는 건 이른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변수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이후 월가 내에서 증시 버블이 화두로 부쩍 자주 등장했다는 겁니다. 딱히 좋은 뉴스가 없었음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기 때문입니다. S&P 지수를 보면 지난해 11월 3500선에서 12월 3700선까지 올랐고, 새해 들어서 3800선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월가에서는 최근 지수를 끌어올린 주체를 주로 개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1분기 단기 조정설이 대두했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이렇게 체력이 약해지는 와중에 증시는 게임스탑 사태로 ‘한방 맞은’ 상황이 됐지요. 만에 하나 게임스탑 사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혹은 코로나19 변종이나 백신 등에 대한 좋지 않은 뉴스가 쏟아진다면, 주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1분시 소폭 조정 후 2분기 이후 꾸준한 반등이었는데, 이 시나리오가 깨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수 앞에서는 장사가 없지요. 주가가 전체적으로 빠지면 애플이든 아마존이든 마이크로소프트든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투기적 거래 주의 필요한 게임스탑

또다른 포인트는 바로 개미들에 대한 겁니다. 게임스탑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는 건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 주가가 너무 높아서 과연 ‘해피엔딩’으로 끌날지 의구심이 약간 있습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는 개인과 헤지펀드 사이의 피 튀기는 싸움인데요. 예컨대 테슬라 같은 주식이 하루 4%, 5%씩 오르면 급등했다는 인식이 강했던 게 불과 얼마 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도는 오른 것 같지 않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큰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면 손실률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게 상식적이겠지요. 이게 투기적인 거래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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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 인근 한 게임스탑 매장 내부가 썰렁하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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