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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눈앞에 다가온 노딜 브렉시트…플랜B 꺼낸 EU·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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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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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영국이 최악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에서 EU와 무역 합의가 없는 '노딜' 브렉시트가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미래 관계를 위한 합의 시한을 3주 앞두고 양측은 돌파구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EU는 노딜 상황을 대비한 비상조치를 제안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국민에게 노딜 대비를 강조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내년 1월 1일 영국과 합의가 이뤄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비상조치를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U 집행위가 마련한 비상조치는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EU와 영국 간 기본적인 항공과 도로 교통망 연결을 보장하고, 양측 선박의 상호 영해 어업 접근권을 허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EU 집행위는 6개월간 양측 사이에 적용될 항공 서비스 제공 보장, 도로 화물, 여객 교통과 관련한 규정을 제안했다. 어업권과 관련해서는 내년 12월 31일 혹은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적절한 법적 체계를 만들기 위한 규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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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도 "전환기간 종료가 매우 가까이 다가온 점을 고려하면 합의가 이뤄질지, 언제 이뤄질지, 제때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전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존슨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무역 관련 협상을 벌였으나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13일을 시한으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존슨 총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EU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내년 1월 1일부터는 대중과 기업이 '호주식 옵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적었다. 호주는 EU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교역하면서 항공 등 특정 분야에서 부차적인 합의를 체결하고 있다. EU와 포괄적 형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호주식 옵션이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를 뜻한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존슨 총리는 장관들에게도 노딜 브렉시트를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공정경쟁 환경과 관련해 EU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요구를 영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EU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날 브뤼셀타임스에 따르면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노딜이 좋은 건 아니지만 '배드 딜(나쁜 합의)'은 더욱 좋지 않다"며 "(영국의) EU 시장 접근은 공정한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과 베팅업체들도 노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은 영국과 EU가 무역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을 기존 66%에서 60%로 하향 조정했다. 라보뱅크와 ING도 합의 가능성을 각각 70%에서 60%로, 60%에서 50%로 내려 잡았다. 베팅업체 패디파워와 베트페어는 노딜 가능성을 기존 33%에서 이날 50%로 상향 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또 다른 베팅업체 스마켓도 지난주 19%로 예상했던 노딜 가능성을 이날 58%로 올렸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영국 파운드화가 하락했다. 이날 파운드화는 전날 대비 0.78% 떨어진 1.3295달러를 기록했다. 약달러 기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경제 충격을 외환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0.34% 하락한 90.78이었다.

캐럴 콩 커먼웰스뱅크 외환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이번주에 (EU와 영국 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영국 파운드화가 1.28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지난달 23일 의회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코로나19 팬데믹보다 영국 경제에 더 지속적인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지난 1월 31일 EU를 탈퇴함에 따라 양측은 원활한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로 설정된 전환기간 내에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전환 기간에는 브렉시트 이전 상태와 똑같이 유지되며, 영국이 내년 1월 1일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벗어나면서 실질적 브렉시트가 이뤄지게 된다. 양측은 협상에서 공정경쟁 여건 조성과 향후 분쟁 발생 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어업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환기 내에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영국은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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