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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TF확대경] 위기의 민주당, '친일 논란'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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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지난 20일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언급하며 애국가를 교체하자고 제안했다. 여권도 이에 동조했다. 이날 김 회장이 안익태의 만주국 건국 10주년 음악회 영상을 공개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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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프레임' 이번에도 먹힐까…"통합당 하기에 달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최근 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주요 인사들의 '친일 행적'을 지적해 화제가 된 이후 이를 이어 받은 여당이 '친일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떨어져 나간 중도층을 되돌리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친일 프레임'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보수정당이 오히려 친일 청산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광복절 이후 이승만·안익태·백선엽 등 보수진영에서 추앙받는 인사들의 친일 행적 파헤치기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 20일 유기홍 의원은 김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강조하며 그가 작곡한 애국가를 교체하자고 주장했다. 유 의원도 이에 동조했다.

앞서 김 회장은 백선엽 장군에 대해선 "과도하게 미화됐다"고 했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에 빌붙어 미국 이익을 챙겼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광복회장이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이낙연 의원)고 호응했다.

친일 청산 과제 입법화에도 나서고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임기 만료로 2010년 10월 해단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다시 가동시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은닉재산을 처리하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법안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했는데 심의 자체가 되지 못해 21대 국회에서 새로 발의한 것"이라며 "그런 의도(반일 프레임)는 전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또 친일행위자 이장을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안(윤영덕·김홍걸·전용기·권칠승 의원)과 서훈 취소를 위한 상훈법 개정안(김홍걸·전용기)도 발의한 상태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에는 민주당 의원 11명이 국회에서 이른바 '친일파 파묘법(상훈법·국립묘지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진 송영길 의원은 "상훈법·국립묘지법 개정 등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당의 '친일 논란' 군불때기가 집값 폭등 등 정책 실패로 떨어진 지지율을 반일 프레임으로 만회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친일 청산' 주장이 쏟아지고 난 후인 지난 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8월 18~20일, 전국 유권자 100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부터 '친일' 프레임은 정권의 지지율 등·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개월 만에 50% 선을 회복했는데 정부 여당의 '반일' 메시지가 주효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보수정권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5년 차인 2012년 8월 10일 현직 대통령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해 지지율 상승을 맛봤다. 반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을 당시 야권의 '졸속 협상'이라는 비난 속에 지지율이 하락했다.

'반일' 메시지의 효과는 지난해 7월 말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총선을 앞두고 낸 보고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해당 보고서는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 볼 때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며 대일본 강경 대응을 총선 전략으로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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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3일 '독립운동'을 강조한 토론회를 열었다. 기존 보수정당과 다른 행보다. 지난 4월 17일 미래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한 윤 의원.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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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인사들은 여권의 '친일' 공격에 정면돌파형, 역공형, 외연확장형 등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 21일 애국가를 바꾸자는 김 회장의 주장에 "애국가에 무슨 친일 요소가 있느냐"며 "트로트 금지는 왜 주장하지 않느냐"고 했다. 안익태의 친일 행적으로 애국가를 바꿔야 한다면 일본 엔카가 원류인 트로트도 없애자며 비꼰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친일 프레임으로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라며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면 민주주의와 역사를 후퇴시키는 부끄러운 짓을 당장 그만두라"고 꼬집었다. 허은아 통합당 의원은 김 회장의 기념사에 대해 "국민 화합이 아닌 국민 분열의 원흉이 됐다"며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니 '반일 장사'를 하려는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지낸 정경희 통합당 의원은 광복절을 앞두고 '건국절(18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지지하는 토론회를 열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기존 보수정당과 다른 움직임도 보인다. 윤주경 의원은 지난 13일 '독립운동 정신의 오늘과 내일' 토론회를 열고 독립운동사를 이념이 아닌 민족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윤 의원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로서 총선 때 영입됐다. 당 지도부는 최근 발표한 새 정강·정책에 "임시정부 정통성을 이어받는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친일 프레임이 정국에 미칠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일 반일 논쟁은 역사가 오래됐다. 보수진영을 겨냥해 적폐 세력으로 몰면서 지지세를 유지하려는 전략인데 국가 전체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해서 국민 대통합은 언제 할 건가. 김대중 정부 때보다 현 정권에서 국민 대통합 부문이 나아가기는커녕 퇴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친일 프레임의 성패가) 달라질 것이다. 과거 보수정권처럼 건국절 등에 집착하지 말고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에 가 무릎을 꿇었던 것처럼 친일청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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