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댓글녀'외 직원 추정 1 명 수사
국정원 계속 말바꿔… 원세훈 '지시 말씀'도 논란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26일 또 다른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정원이 인터넷상에서 조직적으로 대선 개입 등 정치활동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거나 혐의가 드러난 국정원 직원은 김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찰이 김씨 외에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상 국정원 직원이 맞다'며 댓글 작성자가 더 있음을 확인함에 따라 복수의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개입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간 국정원은 김씨가 댓글을 단 이유와 경위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꿔 '꼬리를 자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건이 불거진 후 처음에는 댓글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지난 1월 말 김씨가 댓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후 국회에 출석해서 "게시글 작성은 김씨의 개인 의견 표명"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그러다 지난 18일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2009년 2월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25차례에 걸쳐 국정원 내부게시판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을 공개하면서 원 전 원장의 사건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국익을 위한 정상적 업무지시"라고 또 다시 말을 바꿨다.
진 의원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지시 강조 말씀'을 통해 4대강사업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을 홍보하고 종북좌파의 사이버 선전ㆍ선동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게시물에는 '종북 세력들은 사이버상에서 국정 폄훼 활동을 하는 만큼 선제 대처해야 함', '외부의 적인 북한보다 오히려 더 다루기 힘든 문제가 국내 종북좌파들(전교조와 민주노총 지칭). 우리 땅에 발붙이고 살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국정원 직원들을 대선 등 정치 현안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도 원 전 원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국정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여론 형성 목적으로 작성됐는지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국정원법 9조는 국정원장이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지지ㆍ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런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특정 정당ㆍ정치인에 대해 찬양·비방하는 내용의 의견ㆍ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이나 다른 공무원에게 이 같은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정치 관여로 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국정원 활동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사건에 비해 법 적용이 까다롭다"며 "유사한 혐의로 사법처리된 전례도 많지 않아 신중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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