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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똑똑 뉴구세요?] 트럼프와 '한배' 탔다가, 트윗으로 '해고' 당했던 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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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베이니, 볼턴에 "독선적인 XXX" 욕설 일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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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내용이 연일 미 정가와 세계 외교계를 흔들고 있다. 왼쪽은 2019년 9월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발언 중인 볼턴의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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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 치부를 폭로한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을 집필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을 두고 "거짓말쟁이"라며 회고록 내용이 꾸며졌다고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가운데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죠. 한때 트럼프와 '한배'를 탔던 볼턴 전 보좌관은 왜 갑자기 방향을 틀어 그를 비난하고 나선 걸까요.

트럼프에 트윗으로 '해고' 당한 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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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다이닝룸에서 열린 미국 중소기업 재개장 관련 주지사들과의 원탁 회담에서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살펴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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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에서 '안보 사령탑' 역할을 맡은 볼턴 전 보좌관의 마지막은 불명예스러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해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로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이 경질된 것이 아니라 사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트윗이 나간 뒤, 워싱턴포스트(WP)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내가 사임한 것"이라며 "지난밤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경질 배경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의견 충돌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을 알리는 트윗에서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 관련해 22일 미국공영라디오(NPR)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질 당시 상황을 전했는데요. 그는 "한반도 문제가 나의 사임에 가장 큰 이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는데요.입장과는 달리 남ㆍ북ㆍ미는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과정을 진전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죠.

북한 문제 두고 트럼프와 부딪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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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20일 이를 기각했다. 사진은 백악관이 회고록 수정·삭제 요구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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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은 보수 중에서도 강성인 '매파'로 분류됩니다. 그는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상대로 한 대외 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집해 왔는데요. 특히 북한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부딪쳐 왔습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이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것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개의치 않는다"며 볼턴 전 보좌관의 말을 공개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같은해 7월에는 볼턴 전 보좌관이 대북 의사 결정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는데요. 당시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협상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 볼턴 전 보좌관은 "국가안보회의(NSC) 내에서 논의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고, 이 같은 반응이 그가 의사 결정에서 배제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죠.

"권력에 취했던 볼턴, 자기 마음대로 안 되니 미국 배신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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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허커비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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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시절,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윗으로 해고 통보까지 받았던 볼턴 전 보좌관. 그가 오는 11월 예정된 미 대선 전에 이 회고록을 낸 이유를 두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미국을 배신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오는 9월 자신의 회고록을 출판할 예정인데요.

그는 22일 이 회고록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볼턴 전 보좌관을 "권력에 취해 있었던 자"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영국 국빈 방문 당시 백악관 당국자들과 크게 다툰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샌더스 전 대변인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백악관 참모들이 만찬 행사를 위해 주영 미국 대사관저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국 의전 규정에 따라 볼턴 전 보좌관에게만 경호 차량이 배정됐습니다. 다른 백악관 참모들은 소형 버스를 타고 볼턴 전 보좌관의 차량을 뒤따라갈 예정이었는데요. 볼턴 전 보좌관이 참모들 요청을 무시한 채 혼자 출발해 버린 일이 있었다고 샌더스 전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경호 차량이 교통 통제를 받기 때문에 다른 백악관 관계자들은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볼턴 전 보좌관의 차량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인데요. 볼턴 전 보좌관이 이를 무시하고 혼자 가버렸다는 겁니다. 샌더스 전 대변인은 이 일로 믹 멀베이니 당시 비서실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만찬 행사에 늦게 도착했고, 멀베이니가 볼턴 전 보좌관에게 "당신은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XXX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이 돈을 벌기 위해 회고록을 출판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그는 이미 선인세로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죠. 또 이 회고록은 현재 아마존 전기ㆍ회고록 부문 베스트셀러 1위로 올라섰다고 하네요.

예일대 학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소방관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학업에 열중했던 그는 장학금을 받고 예일대에 입학, 로스쿨까지 졸업했습니다. 이후 워싱턴의 한 로펌에서 일하다 2001년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죠.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는 유엔대사를 지내기도 했는데요. 이후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서 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2018년 4월 백악관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합류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9월 경질되죠.

초강경 노선을 고수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립된 볼턴 전 보좌관, 그가 세상에 내놓은 회고록은 또 어떤 파장을 낳을까요.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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