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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美 백악관, 볼턴 회고록 400여곳 수정 요구… 韓 관련 내용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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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쓰인 '트럼프 발언' 기밀 해당… 415곳 수정·삭제 필요 / 한반도 사안에서만 110개 넘는 수정·삭제 의견 제기 / 북한 의식한 수정 주문도 / 볼턴, 백악관 주장 다 수용한 것 아냐

세계일보

백악관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판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이를 기각했다. 사진은 백악관이 회고록 수정·삭제 요구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400곳 이상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볼턴 회고록에 쓰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모두 기밀에 해당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이 제기됐다.

볼턴의 책에는 남북, 한미, 북미 정상간 논의내용과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진위를 떠나 이를 책에 담는 것 자체가 외교적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균열과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아예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단정적인 문장에는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마치 볼턴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인 양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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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AP연합뉴스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애초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또 볼턴이 포렌식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규모와 범위에 관한 중요한 결과를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백악관은 이런 일이 북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넣으라고 주문했다.

그렇다고 볼턴이 백악관 주장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볼턴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화한다고 적었는데, 백악관은 문 대통령을 한국인으로 바꾸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책에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된 문장은 백악관이 ‘문 대통령과 더 큰 조율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일어날 수 없다’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던 부분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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