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7년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수사했던 검사들은 간첩이라는 증거가 조작됐는데도 아무 처벌도 안 받게 됐습니다. 검찰이 '증거가 없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정말로 증거가 없는지, 물음표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조보경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간첩조작사건의 수사 검사들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조작을 몰랐다'는 검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는 이와 다릅니다.
과거사위는 "해당 검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 사건 증거조작에 깊이 관여해왔으며, 증거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또 국정원 내부 문건에 유씨 동생인 유가려 씨의 변호인 접견 요청을 막기 위해 "검찰과의 협의를 거쳤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협의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검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유우성/간첩조작사건 피해자 : 불기소처분까지 상상할 수가 없었어요. 저희로서는 너무 충격적인 결과에 뭐라고 대응을 해야 할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과거사위는 공소사실과 다른 유우성 씨의 통화내역, 유가려 씨의 초기 진술서도 수사 검사가 알고 있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몰랐다'는 수사 검사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양승봉/유우성 씨 법률대리인 : 대검에서 구성된 진상조사단에서 철저히 조사를 해서 증명할 만한 자료가 있어서 그게 표시가 되어 있는데. 검찰 기소는 그거와 모순되잖아요.]
유우성 씨는 검사들이 진술을 조작한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유우성/간첩조작사건 피해자 : 해당 검사들이 국정원에 돈을 얼마 정도 주던지… 예를 들어 5000만원을 줘서 그 사건, 출입국기록을 가져오라라든가…이런 관련된 내용들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증거조작 관련된 재판에서 나왔던 부분이거든요.]
검찰은 과거사위가 언론에 공개한 보도자료 외에 다른 조사 기록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승봉/유우성 씨 법률대리인 : 거기에는 검사들의 불법행위가 상당히 적나라하고 구체적으로 나와 있을 거예요. 분명하거든요. 근데 그 부분은 공개가 되지 않고.]
검찰은 당시 검사들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고 했지만,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가 아니냐는 비판은 커지고 있습니다.
■ 폭행·고문 위협 국정원 직원…검찰 '늑장 기소' 논란
[앵커]
이번엔 국정원 조사관들입니다. 폭행과 고문 위협을 하며 동생에게 유우성 씨가 간첩이란 진술을 받아낸 걸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이 넘어 재판에 넘겼습니다. 국정원 조사관들은 지금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법정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조사관으로 일했던 박모 씨와 유모 씨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2012년 11월,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를 조사했습니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유가려 씨를 반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나옵니다.
욕설과 함께 머리를 때리거나 허벅지를 걷어찼고, 박씨는 "전기고문을 시켜야 정신이 번쩍 들겠느냐"며 전기고문을 할 것처럼 위협했다고 돼 있습니다.
숙소동 건물 앞으로 가려 씨를 끌고 가 탈북자로 가장해 들어왔다며 욕설을 하고 "얼굴 보세요"라며 큰소리로 외쳤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유우성 씨는 지난해 2월 국정원 직원들을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이들을 기소한 건 그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올해 3월 초입니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 문제가 법정에서 거론됐습니다.
조사관 박씨와 유씨는 "유가려 씨를 마지막으로 신문한 시점으로 따지면 공소시효 7년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승봉/유우성 씨 법률대리인 : 조사를 충실히 해서 검사도 함께 기소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조사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공소시효가 완료돼 가는 시점에 그렇게 되니까…]
검찰은 적극적으로 수사했고, 허위진술을 강요한 시점이 2013년 4월까지 이어져 공소시효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들 조사관의 재판은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조보경 기자 , 신아람 기자 , 전건구, 이학진, 박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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