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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의붓아들 죽음, 누군가 눌렀다" 법의학자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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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항소심 2차 공판 증인으로 나선 이정빈 교수

"의붓아들 등에 올라타 강하게 압박한 것" 주장

고유정(37)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항소심 재판에서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20일 오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의붓아들 A(사망 당시 4년 4개월)군의 사망원인은 누군가 피해자의 등에 올라타 강하게 압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선일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연합뉴스


이날 재판에 A군의 시신 부검을 감정한 법의학자 이정빈(74) 가천대 석좌교수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 교수는 피해자 A군의 얼굴에 울혈(장기나 조직에 혈액이 고여 검붉게 변하는 현상)이 없는 점을 주목했다.

이날 법정에서 숨진 A군의 얼굴 사진과 가슴 압박으로 숨져 얼굴이 검붉게 변한 다른 시신 얼굴 사진이 공개됐고, 그 두 사진의 차이가 뚜렸했다.
A군 얼굴에서 가슴 압박으로 숨진 일반적인 시신에서 나타나는 울혈이 없었다.

이 교수는 가슴 압박으로 숨졌는데도 울혈이 없는 건 A군이 살아있을 때 압박이 멈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흡이 정지되더라도 심장은 길게 10분까지 뛴다”며 “누군가 피해자를 눌러 축 늘어지자 숨진 것으로 착각해 손을 땠지만 아직 살아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의성 있는 살인이 일어났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연히 몸이나 다른 어떤 물체에 눌린 것이라면 숨이 멈췄을 때를 기다려 압박이 멈춰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고유정측 국선변호인은 1심 재판부가 고려했던 사인 중 하나인 자고 있는 아버지 몸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 교수는 “전혀 없다고 할수는 없지만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피해자 등에 올라타 강하게 압박한 것”이라고 추측하며 “1~2살 아기가 아니라 4살 반 정도의 나이라면 어느 정도의 압박은 스스로 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2일 오전 4~6시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도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전 남편 살해만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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