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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5조 쏟아부은 동학개미 성적표는-지수 반등폭(코스피 최저점 대비 32.7%)과 비슷…우량주 더 올라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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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개인투자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은 늘 당하는 쪽이었다. 개인이 사면 주가가 내리고 팔면 오르는 패턴이 비일비재했다. 주가 폭락 시기에 개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넉넉한 실탄으로 무장한 개미군단은 2200에서 1400선까지 무너진 코스피를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1900까지 끌어올렸다.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25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순매수한 결과다. 개인이 외국인 매도에 맞서 추락하는 한국 증시를 구했다는 의미에서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투자성향도 달라졌다. 소위 테마주라 불리는 급등주에 몰렸던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2020년 개미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우량주 중심의 안전한 투자를 했다. ‘스마트 개미’라는 별칭도 붙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최근 반등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성적표가 외국인과 기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19일 1457.64로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해 4월 28일에는 1934.09까지 올랐다. 약 한 달 새 32.7% 상승률이다.

매경이코노미

같은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 10개를 뽑아보니 평균 주가 상승률이 30.3%였다. 워낙 강한 반등장이다 보니 오르기는 했지만 코스피 상승률에도 못 미친 것이다. 반면 외국인이 많이 산 상위 10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약 56.4%로 개인을 크게 웃돌았다. 기관의 평균 수익률도 49.3%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익률 격차의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이 무려 8조원 넘게 순매수한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세가 비교적 약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개인 전체 순매수 금액의 35%가 넘게 유입된 삼성전자는 16.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인 SK하이닉스(20.9%), 포스코(27.2%), 기아차(29.7%) 등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은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순매수 1, 2위 종목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각 49.3%, 60.7% 올랐고, 6위인 파미셀(108.8%)은 두 배 넘게 주가가 뛰었다. 매도 우위 속에서도 알짜 종목들을 잘 찍은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개인의 투자 실패를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이 우량주 중심의 투자에 나선 만큼 장기 성과에서는 외국인이나 기관을 뛰어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계속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최근 개인의 투자 패턴이 투기성 투자로 바뀌는 조짐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더딘 우량주의 상승폭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개미투자자를 중심으로 ‘몰빵 투자’나 ‘묻지마 투자’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실물경제 위기를 촉매로 증시에 2차 충격이 오면 심리적 지지선이 약한 개인이 ‘패닉 셀’에 나서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7호 (2020.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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