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예기치 않은 임신, 가족과의 단절, 출산과 양육. 미혼모들이 살아가는 인생길이다. 여전히 따가운 세상의 눈초리와 홀로서야 하는 고립감, 각종 지원제도에서의 소외로 미혼모들의 자립은 고달프다. 특히 미혼모시설을 나오면 그동안 받을 수 있는 각종 지원책이 한번에 끊기면서 복지사각지대에 처하게 된다.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미혼모 시설에서 출산과 양육, 직업교육 지원을 받았던 미혼모 A씨는 전 직업이 영양사였다. 미혼모가 되면서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고, 부모와는 인연이 끊겼다. A씨는 최근 LH 임대주택에 당첨돼 집을 얻어 지역사회로 나왔고, 바리스타를 꿈꾸며 커피전문점에서 시간제로 근무하고 있다. 임대주택 당첨은 사실 미혼모들에겐 확률이 적은데 운이 좋은 경우라는 게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이혼이나 사별을 통해 한부모가 된 경우와 미혼모들은 상황이 다르지만 창업이나 임대주택 등 지원에서 미혼모들은 '한부모 자격'에 속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임대주택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가산점수에 자녀수별로 1점씩 올라가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이야기였다.
직장을 구해도 재산형성이 안 돼 있는 미혼모들은 월급이 120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면 저소득모자가정에서 제외돼 자립노력이 헛수고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미혼모 B씨는 "SH공사 임대주택에 운 좋게 당첨이 돼 3년을 살았지만 점차 월급이 165만원으로 늘어나자 재계약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금은 월세 40만원을 내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더욱이 저소득모자가정 자격에서 벗어나면서 아이의 방과후활동, 아이돌봄교실과 같은 혜택도 사라진다. 이같은 지원의 기준은 저소득수급자, 맞벌이 가정 등으로 미혼모를 위한 특별한 혜택은 없는 실정이다. 미혼모들은 정규직에 뽑혀도 4대보험을 내고 저소득모자가정 수급자 자격을 잃게 될까 두려워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12일 취임 첫 행보로 미혼모자가족시설인 '애란원'을 찾아 이들 미혼모들과 대화를 나눈 뒤 "미혼모자가족을 잘 보호하기 위해 아이 취학까지 안정된 경제활동지원, 주거마련혜택 등을 복지부, 국토부 등 각 부처에 정교하게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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