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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영상의 오지랖] 통합당의 한숨…‘착실한 득점’ 김종인, ‘자꾸만 실점’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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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밖에 남지 않은 총선, 통합당 내부 기류 보니

“김 위원장 촌철살인 멘트로 민심 파고들어” 평가

황 대표는 계속 말실수 “아 대표께서…” 아쉬워해

“총선은 득점 보다 실점 줄이기가 중요한데” 걱정

황 대표는 “꼬투리 잡지말라” 상대 진영에 경고장

이들 둘러싼 행보에 총선 결과 어찌될지 시선집중 

헤럴드경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및 총괄선거대책위원장(왼쪽)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를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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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9단과 정치신인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보이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합니다.”

4일 미래통합당 관계자의 말이다. 총선 날짜가 다가오면서 궁금한 것 몇마디 물었는데,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대화 주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 얘기였다. 다 알다시피 ‘여의도 차르’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고집불통 이미지를 지녔지만 정치권에서 만만찮은 내공을 입증한 인물이고, 정치 입문 43일만에 당(자유한국당) 대표를 거머쥐며 보수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황 대표 역시 국무총리까지 거친 관록 있는 인물이다. 둘의 공력을 재자는 것은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총선 선거운동이 전개되면서 둘의 행보가 세간의 시선을 끌면서 통합당 내에서도 이런 비교평가가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지역 현장을 돌며 자당 후보들을 격려하고 있고, 황 대표 역시 종로 출마 후보로서 활발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통합당 측에서 보는 김 위원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얼마전 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는데, 그 이후 활약상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

일단 김 위원장의 멘트가 사람을 끄는데 효과가 있다고 통합당 측은 평가한다. 날카롭고 폐부를 찌르는 단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인천 연수갑 정승연 후보 선거사무실을 지원 방문한 자리에서 “머지 않아 세상을 등 지고 갈 나이에 선거판에 뛰어든 이유는 나라를 구출하자는 일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미래통합당이 마음에 흡족하게 드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지금으로선 선택지가 없고, 최선이 없으면 차선, 차선이 없으면 삼선을 택해야 하니까 이 당에서 선거에 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지만,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왔다갔다 행보’를 한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이 큰 멘트였다. 통합당의 다른 관계자는 “‘나라를 구출하자는 일념’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명료하면서도 김 위원장만의 색깔이 담긴 멘트가 민심에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미래통합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선 “지금 경제상황을 볼 것 같으면, 거지 같을 뿐만 아니라 깡통을 찰 지경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의 실정”이라고 했다. 며칠전 용산 권영세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지원 방문한 자리에서는 “이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넘어가면 거대한 ‘경제 코로나’가 한번 더 도래할 것 같은 염려가 된다”고 했다. 경제에 관련해서 ‘깡통’이나 ‘경제 코로나’ 같은 단어를 내세워 정부의 무능을 빗댄 것으로, 통합당에선 내부적으로 ‘김종인식 촌철살인 멘트’라고 평가한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김 위원장의 송곳같은 비판이 이번 총선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체 판단도 내렸다고 한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선거판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간결하고도 임팩트 있는 멘트로 ‘착실한 득점’을 올리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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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황교안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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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조금 아슬아슬해 보인다. 황 대표는 최근 계속해서 ‘설화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사건건 꼬투리 잡아 환상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혈안”이라며 “적당히들 하십시오. 현실을 바라봅시다, 사람을 바라봅시다”라고 했다. 자신이 한 말들에 대한 뒷말이 잇따르자 상대 진영에 이에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것이다. 괜히 여러가지 말들을 침소봉대해서 꼬투리나 잡는 행태를 그만두라는 의미다.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후보로도 뛰는 황 대표는 최근 몇가지 언행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호기심 등으로 n번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n번방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국민 공분이 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은 당장 ‘부적절한 언급’이라며 비판했다. 공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만들거나 유포한 n번방 사건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고 십자포화를 날린 것이다. 황 대표는 “법리적 차원에서 처벌의 양형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뒷말은 사라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그 다음날인 지난 2일 종로구 부암동 유세 때는 “비례정당 투표용지 봤느냐, 40여개 정당이 쭉 나열돼 있다, 그러니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들지 못한다”고 했다. 투표용지 상 정당 난립의 폐해를 지적한 말이었지만, ‘키 작은 사람’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신체 비하 발언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치권은 또 들썩였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황교안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이 점입가경인데, 공당의 대표라고 하기에는 언행이 깃털처럼 가볍다”며 “n번방 사건에 대해 ‘호기심에 들어간 사람들에 대해선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발언이 국민적 지탄을 받은 지 하루만에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편협적인 사고마저 드러냈다”고 날을 세웠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노골적으로 신체 비하를 내뱉는 제1야당 대표라니, 개탄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이는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하면 안되는 매우 질 나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공격이 뒤따르자 황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꼬투리잡기를 그만두라”고 반격을 취한 것이다. 황 대표 입장으로선 자신을 타깃 삼기 위해 상대 진영이 말 끝마다 잡아챈다고 분노한 듯한 행간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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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3일 인천시 미추홀구 신기시장사거리에서 제21대 총선 선거운동을 하던 중 한 아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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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아니었다. 황 대표는 또 며칠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과의 ‘나라살리기·경제살리기 공동 선언식’에서 괜한 행동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비례대표 후보의 안내견 ‘조이’를 쓰다듬었던 것이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 안전 확보를 위해 만지거나 먹이를 줘선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일각으로부터 안내견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빈축을 샀던 것이다. 또 며칠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하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목례로 하는 모습을 노출했고, 현충원 앞에서 ‘브이(V) 포즈’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앞서 지난달 28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는 글을 올려 여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바 있다. 이런 언행들이 계속되자, 황 대표에 대한 다양한 말들이 정치권에서 쏟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깜짝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선거전략을 논의키 위한 자리였다고 전해졌지만, 김 위원장이 황 대표에게 잇단 설화에 대해 조심해달라고 얘기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날 저녁 회동은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가량 진행됐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앞서 김 위원장이 황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을 듣고 격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황 대표에게 일종의 ‘말실수 주의보’를 전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맨 앞에서 정치9단과 정치신인 얘기를 거론한 통합당 관계자는 “총선 운동 막바지 시점에서 김 위원장은 ‘착실한 득점’을 하고 있는데, 정작 황 대표가 전체적으로는 ‘연거푸 실점’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황스럽다”며 “총선 막판에는 새로운 득점도 필요하지만 ‘말실수’ 같은 것으로 점수를 깎아먹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그는 “물론 이런 것에 대해 ‘침소봉대 공세’로 정치적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상대 진영의 의도적인 계략에 대해선 단호하게 경계해야 할 일”이라며 “황 대표도 나름대로 방안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어쨌든 총선은 불과 열흘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코 앞으로 다가왔다. 둘의 행보는 투표 순간까지 사람들 입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 선거 투톱인 김 위원장과 황 대표에 대한 유권자 시각이 선거 결과에 일정부분 반영될 것은 분명할테니까 말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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