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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해군기지 경비에 해병대 투입? "손흥민을 골키퍼로 쓰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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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기지 경계하려면 병력 많이 필요

전략 임무 해병대 투입하는 건 불필요

민간 경비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 제기

중앙일보

백령도에서 열린 서북도서방어훈련에 참여한 해병대 6여단 장병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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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경계가 잇따라 뚫리자 군 당국이 해병대를 경계병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군 관계자는 30일 “지난주 해군 참모총장이 주관하는 회의에서 해병대 투입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계 작전을 보강할 해군 병력이 마땅치 않자 해병대 투입을 검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해군은 “사실과 다르며, 당시 회의에서는 해병대 병력이 파견될 경우 필요한 근무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고 밝혀왔다.

지난 17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경계작전에 소홀함이 있었다”고 인정한 뒤 군 내부에선 대책 마련에 부산했다. 지난 7일 시위대 2명이 제주 해군기지 내부로 들어간 뒤 거의 2시간이 지나서야 대응이 이뤄졌다. 이에 앞선 1월에도 70대 노인이 진해 해군기지 정문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걸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현재 해병대 병력 투입을 앞두고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은 이날 “해병대 일부 병력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군ㆍ해병대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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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남 진해 해군회관 인근에서 진행된 군경 합동 대테러 훈련에서 해군 장병과 진해경찰서 소속 병력이 테러범 제압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사진=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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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직 해병대 장성은 “해병대가 해군 기지 경계를 지원했던 적도 있지만, 철수한 지 10년이 넘었다”면서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해병대는 독도 등 도서방어 신속대응 및 상륙작전 등 국가전략기동군 임무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선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을 골키퍼로 기용한다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개혁실장을 지냈던 홍규덕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략적 임무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해병대도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눈앞에 이익만 본 편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기지 면적은 넓고 경계 작전에 투입될 병력은 적은 현실에 맞춰 해군 기지 경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군의 경우 병력 대다수는 함정에서 근무한다. 전직 해군 장성은 “현실적으로 넓은 해군 기지를 물샐틈없이 경계할 병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일부 부대에 한해서 부대 외곽 경비를 민간 업체에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상비병력 감축에 따른 민간인력(제초 제설 등) 활용’ 방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홍 교수 “시대가 변한 만큼 경계 작전 개념도 바꿔야 한다”며 “기지 외곽 경비를 민간 군사 기업(PMC)에 맡기는 미군의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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