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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또 쪼개진 유럽…분열 씨앗된 `코로나 채권` 뭐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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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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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채권'을 놓고 유럽이 또 다시 분열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비된 유럽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공동 채권을 발행하자는 논의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편을 갈라세우고 있다.

'코로나 채권'은 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애초 같으면 유럽 국가 채권에는 각 나라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천차만별로 매겨진다. 재정이 탄탄한 독일 금리는 낮고, 그리스 같은 재정 위기를 겪은 나라는 높은 식이다.

유로존이 하나로 묶어 낸 '코로나 채권' 금리는 독일과 그리스 채권의 사이 어디쯤에 머물게 된다. 자국 채권을 발행하면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가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대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저신용 국가'들은 "경제 위기 극복에 뛰어난 해결책"이라며 반긴다. 26일 기준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보면 독일 -0.31%, 이탈리아 1.44%로 1.75%포인트 만큼 크게 차이난다.

코로나 사태 들어 처음 공동채권 얘기를 꺼내 든 국가는 '유럽의 우한' 이탈리아였다. 지난 17일 주세페 콩테 총리는 코로나본드 필요성을 언급하며 "(유로존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세계 8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재정 건전성은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이 대열에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이 올라탔다. 부자 나라들이 '지중해 클럽'(Club Med)이라고 비아냥대는 부실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9개국은 일시적인 공동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25일 EU 측에 전달했다. "코로나는 2011년 위기 때처럼 어느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취지였다. 반대를 주도하는 쪽은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국가들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코로나 본드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코로나 채권은 2011년 동일한 시도였던 유로채권 때처럼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이 "유로채권 도입은 EU를 '안정적 연합'이 아닌 '부채연합'으로 이끌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못 박으면서 논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번엔 메르켈 총리 측근인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이 "코로나채권 논의은 이미 '죽은 논쟁(ghost debate)'"라며 이미 선을 그은 상태다.

유럽이 좌초하고 있다는 경고음은 도처에서 울리고 있다. 유로존의 소비자심리 측정 지수는 지난달 -6.6에서 이달 초 -11.6으로 급감했다. 경제 낙관론이 지배적이게 됐다는 뜻이다. 이탈리아의 국가 전략 사업을 제외한 비필수 사업장은 운영이 전면 중단됐고, BMW·다임러·폴크스바겐 등 독일 주요 자동차 기업은 '셧다운'했다. 소비에 이어 생산까지 수면 아래로 잠기게 된 셈이다. 투자은행 UBS는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4.5%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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