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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동길 옆 사진관] 낙서를 찾아서 홍대앞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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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사에 앞서 분명히 해두어야겠습니다. 본인의 재산이 아닌 타인의 소유물에 하는 낙서는 불법이며 이는 재물손괴죄 등으로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예술로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1999년 개정판으로 나온 ‘세계 미술 용어사전’에 따르면 낙서가 미술의 주제로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톰블리(Cy Twombly)와 폴록(Jackson Pollock) 같은 미술가가 낙서의 표현방법에 관심을 보였고, 프랑스인인 뒤뷔페(Jean Dubuffet)는 아웃사이더 아트로서의 낙서가 내포한 의미에 주의를 기울였으며, 스페인 출신의 타피에스(Antoni Tapies)는 도시의 벽을 주제로 한 이미지에 낙서를 포함할 수 있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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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1960년대 말입니다. 특히 뉴욕의 거리에선 흑인이나 푸에르토리코인과 같은 당시 상대적 소수였던 사람들이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분사식 스프레이 페인트로 극채색과 격렬한 에너지를 지니고, 속도감 있는 그림과 도안화된 문자들을 거리의 벽과 지하철 등에 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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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낙서가 예술로서 평가받게 된 것은 이탈리아의 <아트 페스티벌>이 최초였습니다. 1975년엔 뉴욕의 아티스츠 스페이스에서 낙서 미술가 연합의 전시회가 열렸고, 1980년엔 프레디(Pab Five Freddie)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캠벨 수프 깡통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제작한 스프레이 페인트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키스 해링(Keith Haring)같이 미술 전문교육을 받은 미술가들이 발전시킨 낙서 양식도 등장하기 시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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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엔 어떤 낙서가 있는지 궁금하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역 입구를 빠져나와 큰길 바로 안쪽 길로 들어서자 많은 낙서가 보였습니다. 가게 주인들이 광고를 위해 그린 것 같은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문자들과 구부러진 선들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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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얘기한 예술로서의 낙서는 ‘예술’로 특정한 것일 뿐 낙서의 시작점과 중요점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낙서는 아마 인류의 출발과 함께하지 않았을까요? 오래된 낙서로 인해 역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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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폼페이를 사라지게 만든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서기 79년 8월 24일 발생했다고 여겨졌습니다. 헌데 이 사실이 폼페이 Regio V 지역에서 발견된 낙서 한 줄로 인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낙서에 따르면 화산 폭발이 서기 79년 8월이 아니라 10월일 것이라고 합니다. 고고학자들은 화산 폭발 당시 수리하고 있던 집의 벽에 새겨진 ‘X VI K Nov’라는 낙서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11월의 달력 전 16일’ 또는 현대적인 달력에서 ‘10월 17일’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자들은 8월에 폭발한 화산으로 무너진 도시에서 10월에 낙서를 할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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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낙서에 익숙합니다. 보통 유명한 장소를 찾아갔을 때 누군가 적어놓은 ‘00랑 00 다녀감’ 같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소유욕 분출 문구가 대부분이었겠지요. 저도 누군가가 해놓은 낙서를 찾아다녀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그려가며 새겨놓은 것들이라 그런지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입니다. ‘물리적인 거리두기’로 모임도 어렵고 친구 만나기 어려운 요즘, 마스크 잘 끼시고 혼자 산책하듯 낙서를 찾아다녀 보시는 것도 괜찮은 봄 구경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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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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