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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의료 강국 쿠바 ‘코로나 쿠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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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앓는 국가에 의료진 파견

중남미 5개국 등서 봉사…“두려움 접고 혁명적 임무 완성”

경제적 빈국이지만 선진국보다 ‘탄탄한 의료시스템’ 자랑

콜레라·에볼라 창궐 때도 지원 앞장…“진정한 국제 연대”



경향신문

“이탈리아 우리가 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쿠바 의료진 50여명이 22일(현지시간) 롬바르디아주 바레세에 있는 말펜사국제공항에 도착해 국기를 들고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레세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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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는 상황에서 ‘의료 강국’ 쿠바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쿠바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감당하지 못해 의료체계 붕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중남미 5개국 등에 의료진을 보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무섭게 번지는 상황에서 각국은 의료진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바는 자국 의료진을 감염률이 높은 지역과 국가에 파견한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진정한 국제 연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쿠바 의료진 52명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도착했다고 현지 방송 라이(Rai) 등이 보도했다. 쿠바 의료진은 롬바르디아주 말펜사국제공항에 도착해 이탈리아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800달러에 불과한 쿠바의 의료진이 주요 7개국(G7)에 속하는 이탈리아를 돕기 위해 밀라노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자체가 ‘이례적인 장면’이다. 이 영상은 트위터 등을 통해 퍼져 나갔다. 글로벌 뉴스통신사 프레센자는 “인류에 대한 엄청난 가치의 봉사”라고 했다.

집중치료 전문의 레오나르도 페르난데스(68)는 아바나를 떠나기 전 “두렵기도 했지만 혁명적 임무를 완수해야 하므로 두려움은 접어뒀다”고 말했다. 쿠바는 앞서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니카라과, 자메이카, 수리남, 그레나다 등 중남미 국가들에도 의료진을 보냈다. 쿠바는 지난 16일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와 여러 나라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영국 크루즈선 브래머호를 받아주기도 했다.

대다수 국가들이 자국 의료진 방어에 힘쓰는 상황에서 쿠바의 행보는 의외로 여겨진다. 감염된 의료진이 많아질수록 의료공백은 더 커지게 되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선 20일 기준 코로나19 감염자의 약 8%가 의료진이다. 스페인도 의료진 감염이 1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와중에 쿠바가 자국 의료진을 코로나19가 번지는 현장에 파견한 것이다. 물론 중국도 이탈리아에 의료진을 보냈지만 코로나19 발원지라는 국제적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쿠바와 다르다.

국제 여론은 우호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 미국 정부가 앞장선 자국 우선주의 물결 속에 ‘국제 연대’의 힘은 사라져가고 있는데, 국제적인 위기에서 쿠바가 보인 행보는 다르다는 것이다. 쿠바가 개발한 뎅기열 치료제인 ‘인터페론 알파 2B’가 중국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약물도 관심을 받고 있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은 크루즈선 입항 허가, 의료진 파견, 약물 개발 등을 열거하면서 “쿠바가 국제사회에 오랫동안 해온 인도주의 지원 관행”을 조명했다.

1959년 혁명 이후 쿠바는 옛 소련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의료인력 양성 및 의약품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에다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좋지 않지만 의료시스템만큼은 선진국 못지않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쿠바는 1000명당 의사 수가 8.2명(2017년)으로 세계 최상위다. 이탈리아는 4.1명이다. 쿠바는 이른바 ‘하얀 가운 부대’ 파견을 통해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2004년부터 빈국에 안과의사들을 보내 수십만명에게 무료 의료지원을 한 ‘기적의 작전’으로 유명하다. 2010년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 2014년 이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했을 때도 쿠바 의료진이 나섰다.

다만 옛 소련 붕괴 후엔 쿠바의 의료서비스 질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22일 현재 쿠바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5명, 사망자는 1명이다. 쿠바 정부도 국내 대응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국경을 닫고 외국인 입국도 막았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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