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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19가 불러온 '고립감과 차별감'에 고달픈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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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도착 후 1시간도 안 돼 2차례 택시 승차 거부당해"

"학교 도착 즉시 기숙사에서 14일간 자가 격리 지시 받아"

뉴스1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관련 중국어, 영어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0.2.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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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확산 중인 한국에서 일부 외국인 유학생들이 편견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출신의 한 연세대학교 유학생은 일단 귀국했다가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학에 도착한 직후 학교 당국이 기숙사 방에서 14일 동안 자가 격리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국 도착 당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에 위치한 이 학교의 송도 국제캠퍼스까지 가는 짧은 여정부터 쉽지 않았다. 택시들이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고객을 태우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고립된 기숙사 방에서 찍은 동영상을 통한 인터뷰에서 "택시 기사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서 홍콩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가 두번이나 탑승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기분이 나빴지만, 택시 기사들도 안전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도 두려워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인신모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중국 외 지역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날도 594건의 신규 확진 사례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는 모두 2931명으로 늘었다. 이날 늘어난 확진자 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 사례 대부분은 기독교 정통파 교단에 의해 사이비 종교 단체로 간주되고 있는 '신천지교회'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신학기에 약 7만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는 76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이 학생은 안면 마스크와 체온계를 지급받았고, 매일 체온을 재서 현지 치안 관계자들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인용 2단 침대, 책상, 의자가 있는 작은 기숙사 방을 보여줬다. 방문을 열자 샌드위치 하나, 오렌지 하나, 견과류 한봉지, 과일주스 한병과 미네랄워터 한병으로 구성된 점심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학교에서 세면도구를 포함한 기본적인 물품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말했다.

연세대 측은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이 같은 자체 격리 정책이 일본, 베트남, 태국을 포함한 감염이 확인된 몇몇 다른 나라들에 적용되는 한국 정부의 지침과 일치한다는 입장이다.

이 학생은 고립, 차별감, 수강 계획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번 한학가 동안 휴학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탑승 거부 택시를 언급하며 "한국에서 4개월을 더 머물면 이 같은 문제가 매일 발생할 것 같다"며 "도착하자마자 1시간도 안 돼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모든 것이 매일 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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