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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마스크이어 체온계도 '공급 대란'… 중국산 부품 끊겨 생산중단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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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수입하던 체온계용 반도체 공급 끊겨
체온계 가격 3배 뛰어…웃돈 줘도 구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자가 검진을 위한 체온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체온계 생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체온계용 반도체 공급이 이뤄지지 못해서다. 마스크에 이어서 체온계도 제대로 구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조선비즈

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체온계 회사들이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체온계를 구동하는 주문형 반도체(ASIC) 부품이 떨어져서다.

경기도 화성시의 대형 체온계 제조사 A사(社)는 최근 체온계용 센서 부품이 바닥나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부산시의 체온계 제조사 B사도 센서 부품 수급 문제로 지난주부터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문은 밀려들어 오는 데 중국에서 들여오는 반도체 부품이 뚝 끊겨서 공장을 놀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체온계는 온도 측정 및 기기 구동을 위해 전용 반도체를 사용한다. 기능이 간단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적고, 부품 수가 적은 주문형 반도체 형태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단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산 비중이 높다.

국내 체온계 제조사 20여곳 대부분이 체온계 구동용 반도체를 수입한다. 이 중 중국산 비중이 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고급 제품에는 미국, 일본 등에서 수입한 부품을 사용한다.

문제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 생산이 중단된데다, 현지 수요도 늘어 웃돈을 주어도 조달이 어려워 졌다는 것이다. 한 체온계 회사 사장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체온계 수요가 급증해 중국산 센서 부품이 수입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체온계 센서 부품을 대량 주문해 부품 가격이 오르고 있고, 주문이 밀려 부품이 한국에 들어오는 시간도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체온계 업계 사장은 "센서용 반도체를 구했는데 평소 납품가의 4배를 치뤘다"며 "이마저도 겨우 구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반적인 CPU(중앙처리장치)처럼 범용 부품이 아니다 보니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소수이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을 멈추게 했던 ‘와이어링 하네스’가 생산이 어렵지 않지만 원가 등의 문제로 거의 전적으로 중국 공장에 의존해왔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체온계 회사들은 국내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부품이 동나면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체온계 업계의 강자로 꼽히는 C사의 경우 "겨우 부품 확보에 성공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긴 하지만, 4주 뒤면 동이 날 것"이라며 "추가 확보가 어려워 생산 중단을 각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체온계용 반도체 확보 경쟁이 벌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한 체온계 제조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생산 중단을 공지한 글. /심민관 기자



체온계 완제품 수입도 여의치 않다. 지금 수입산 체온계를 주문해도 4~5월은 돼야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위 수입업체 D사의 체온계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7만원 정도였는 데, 요즘은 20만원에도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체온계는 국내 생산 제품이 40%, 해외 수입 제품이 60%를 각각 차지한다. 국내에는 체온계 수입업체가 27개, 제조업체가 20개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체온계 업체들의 부품 부족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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